2024 SKKU Teaching Award 수상자 인터뷰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전재욱 교수

  • 550호
  • 기사입력 2024.10.23
  • 취재 이채영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4088

‘Hands-on experience’를 통한 반도체 교육의 혁신



전재욱 교수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서 학생들을 위한 혁신적인 교육을 실현해 오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는 ‘hands-on experience’ 교수법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를 소개한다. 소프트웨어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전재욱 교수의 교육 철학을 알아보자.


| ‘2024 SKKU Teaching Award’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2011년부터 우리 학교에서 SKKU Teaching Award 제도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했을 때부터 주변 교수님들이 저보다 더 훌륭하고 열정적으로 좋은 강의를 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이런 훌륭한 교수님들이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선정되었기에 송구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 ‘2024 SKKU Teaching Award’를 수상하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수업을 담당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실력을 더욱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론적인 강의와 함께, 가능하면 관련된 내용을 직접 경험(hands-on experience)하도록 했고, 이러한 수업 방식을 IEEE Transaction on Education 등의 논문지에 논문을 4편 게재하여 국제적으로도 차별화된 교수법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에서 미래형 자동차 기술 강좌로 2023년에 “SOME/IP 프로토콜 이해하기”, 2024년에 “Software Defined Vehicle” 등을 개설했습니다. 2025년에는 “차량용 Ethernet” 강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활동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2024 SKKU Teaching Award’를 수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 교수님께서 반도체 시스템 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별도의 반도체 관련 학과가 없었고, 전자공학과에서 여러 학문 분야 중 하나로서 반도체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전공과목과 함께 반도체 관련 과목을 수강하며 반도체에 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기존의 순차적인 방법으로 알고리즘을 처리하면 계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병렬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복잡한 알고리즘도 빠르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병렬 계산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새로운 병렬 하드웨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두뇌처럼 병렬로 계산하는 새로운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반도체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신 자동화 연구실에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동화 연구실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이 양호한 환경과 악천후 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도로 환경을 인식할 수 있도록 AI 환경 인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SW(소프트웨어)를 통해 기능을 편리하게 개선하는 것처럼, 미래형 자동차에서 새로운 기능을 SW로 편리하게 개선하여 추가할 수 있는 Software Defined Vehicle의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AI 및 영상 처리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병렬 구조 설계, 다양한 자동화 환경에 필요한 실시간 네트워크 및 모션 제어기 설계에 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 교수님만의 특별한 강의 방식이나 교수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제 수업에서는 이론적인 강의와 함께 가능하면 관련 내용을 직접 경험(hands-on experience)하도록 하여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을 최대한 유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한 학생이 질문하면 다른 학생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저에게는 강의의 미비점을 보완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 수업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수업에서 학생들이 기본적인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것을 이해하고 나면 수업에 흥미가 생겨서 더욱 집중할 수 있으며, 수업 시작에 설혹 다른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수업 후에 다시 공부할 기반이 마련됩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기본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 동영상이 많이 있어, 이러한 자료들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 수업 중 인상 깊었던 일이 있으신가요.

제가 우리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컴퓨터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한 과목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 과목을 수강한 학생이 졸업 후 신입생을 위한 학교 안내 책자에서 쓴 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학생은 전자 회사에 입사할 때 하드웨어(HW)와 밀접한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고 했더니, 회사 선배가 그 분야는 힘든 분야인데 왜 지원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때 이 학생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수업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 때 진흙으로 만들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자 그제야 사람이 되었다고 해요. HW가 진흙이라면 SW는 생기가 아닐까요? 생기를 불어넣어 피가 돌고 숨을 쉬어 진흙이던 인간이 살아났듯이, 제가 구현한 SW로 깡통이던 HW보드가 부팅되고 제가 원하는 대로 동작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고 즐거워요. 창조주가 창조물을 만들 때 이런 기쁨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 학생의 글을 읽는 순간,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수업이라고 알려진 마이크로프로세서 과목을 강의하는 교수로서 더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만날 때, 제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소통이 아닌 훈계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생과의 소통에서 학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학생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교육자로서 어려움을 느꼈던 순간과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교수로 처음 부임했을 때,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하며 제 방식으로 학생들이 따라오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 실망하며, 그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그러한 학생들이 회사에서 핵심 인재로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그러한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승보다 더 나은 제자를 키우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라는 것은 책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를 위해 저의 지도 방식이 최선이 아니라 여러 지도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그리고 학생의 적성에 따라 더 나은 지도 방식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학생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졸업 후 사회에서 인재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사회에서 활동할 때 기반이 되긴 하지만, 요즘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배우지 못했지만 새로이 등장하는 지식에 대해 스스로 계속 배울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나아가 남들보다 한발 앞서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