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KKU Teaching Award 수상자 인터뷰:
예술대학 연기예술학과 이경성 교수
- 574호
- 기사입력 2025.10.29
- 취재 김한결 기자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5240
예술, 그리고 삶을 향해 본질적 질문을 던져라
▶SKKU Teaching Award
우리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선도한 교·강사를 선정하여 포상하는 영예로운 상으로, 2011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의 교수들에게 수여됐다. 교육 역량이 뛰어난 교·강사에게 자긍심과 명예를 부여하고 양질의 교육 제공을 위한 동기부여를 진작·확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2025 SKKU Teaching Award’ 수상자로 선정된 연기예술학과 이경성 교수를 만났다. 이경성 교수는 현재 독일 국립연극대학 에른스트 부쉬(Hochschule für Schauspielkunst Ernst Busch)에서 연출과 방문 교수와 우리 대학 연기예술학과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제1회 ITI(국제극예술협회)국제공연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국제적, 예술적 기량을 인정받았다. 예술, 나아가 삶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그의 수업 속으로 들어가 보자.
| 2025 SKKU Teaching Award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럽고 감사한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함께한 학생들과 교육 환경을 지원해 준 학교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이번 수상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연극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연극을 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길 바랍니다. 삶이 예술로 충만해지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교류하며 새로운 자극을 전달하려 노력했는데, 그런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 같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평소 수업을 진행하시면서 학생들과의 소통이나 상호작용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제가 가르치는 연극 만들기는 그저 하나의 방법일 뿐이지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이를 전제하고 학생들과 소통합니다. 예술 창작은 결국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기에 기술적인 방법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대화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믿는 가치들을 최대한 공유하되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개성과 관점을 담을 수 있는 형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 2024년 연기예술학과 GREP 프로그램(책임교수 이경성) 당시 모교인 Royal Central School Of Speech에서 제자들과
| 교단에 계시면서 만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제가 학부에서 진행한 모든 수업을 수강했던 한 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저에게 ‘나의 경성일지’라는 노트를 선물했습니다. 그 노트에는 제 강의에서 얻은 생각과 질문, 배우로서 얻은 다짐 및 태도가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 노트를 보면서 보람되었지만 ‘아, 내가 당시에 나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말을 했었구나’하며 말의 무게감도 실감했습니다. 또 공적으로 뱉은 말대로 살아가야겠다고 저 또한 결심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 교수님의 교육철학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학의 교육은 레디칼(Radical)해야 합니다. 여기서 레디칼은 ‘근본적’이라는 뜻을 표방합니다.
연극은 무엇인가? 나는 왜 연기를 하는가? 이를 통해 나는 삶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 연극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연극이 사회에서 필요하기는 한가?
이런 질문들을 예술 안에서 끝까지 고민해 본 경험이 대학 이후의 삶에서 큰 원동력이 됩니다. 예술가로서의 삶이 녹록지 않기에 이러한 ‘회복탄력성’과 순수한 ‘호기심’을 기르는 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교수자로서 새로운 예술 형식의 토대가 될 본질적 질문을 동료들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 그러한 교육철학을 가지시게 된 특별한 계기나 경험이 있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신학자이자 교육자이신 부모님(이은선 세종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이정배 감신대 종교철학과 명예교수)의 영향이 컸습니다. 두 분 다 대학에서 3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치셨고, 제가 자라는 동안 자연스럽게 부모님께서 제자들에게 강조하신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의 추구에 대해 여러 형식으로 접했습니다. 그런 영향이 제 삶에서 혼란의 시기에 마음을 다잡을 힘이 되어 주기도 했고요.
또 하나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좋은 예술(가)입니다. 좋은 예술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좋은 예술의 경험은 날카로운 질문과 감각이 삶의 영역에서 계속 맴돌게 만듭니다. 쉬운 답이 아니라 계속해서 고민하며 길을 걷게 만들죠.
▲ 학창시절 중앙대학교 농구장에서 연출하고 공연한 <더 드림 오브 산쵸>(2008)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연기예술학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연기예술학과에서는 연기와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제작과 예술 이론도 배울 수 있고 예술대학 안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협업도 할 수 있습니다. 태생적으로 융합적인 학과인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의 배움과 과정을 성연 연극제, 어퍼컷 영화제 등 다양한 축제의 장에서 선보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거대한 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과에 비해서 교수와 학생들이 더 긴밀히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까지 교수 겸 연출가로서 활동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움이나 고민하셨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학생일 때 존경하던 교수님이 “좋은 선생과 좋은 연출가 둘 다 될 수는 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둘 다 되고 싶습니다. 그런 욕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누구나 한정적인 시간과 에너지가 주어지기 때문에 그 균형을 적절히 찾기가 매우 어렵네요. 저의 현장 작업에 힘을 쏟다 보면 학교에 시간을 덜 쓸 수밖에 없게 되고, 또 학교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쏟다 보면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 자신에 대해 짜증이 납니다. 또한 저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제 아내의 남편이기도 하기에 가정에서 책임도 무척 중요하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저 최선을 다해서 허덕이더라도 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세 가지 영역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 공연 현장에서 연출가로 활동하실 때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에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각각 어떤 보람을 느끼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힘들게 만든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관객들과 뜻깊게 소통하면 기쁨이 큽니다. 연극이 영화처럼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아주 구체적 시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뒤섞이면 진한 감정과 사유를 나누는 일이기에 ‘살아있음’의 감각을 계속 경험하게 해줍니다. 반면 제가 만든 연극이 관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연극이 끝나고 관객들이 극장 문을 나서고 나면 사실 확인할 길이 없죠.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수년간 가르치고 함께 연극 안에서 고민하고 작업을 하고 나면 인간들이 변화해 가는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게 됩니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이자 학교에 있는 것의 보람입니다.
| 교수님께서는 한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국가의 공연예술 환경을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를 느끼시는지, 또 한국 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독일의 극장은 봉건주의 시대에 연극 관람을 원했던 영주들에 의해 지어졌습니다. 그 전통이 이어져 전국 도시마다 국가가 지원하는 극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극장에 고용된 배우 앙상블이 존재해요. 시민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을 평생 보고 배우들은 안정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습니다. 배우들은 굳이 넷플릭스 같은 외부 매체를 욕망하지 않습니다.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의 품위를 중시합니다.
반면 한국은 서울을 벗어나면 연극을 하기가 무척 어렵고 관객과의 만남도 제한적입니다. 많은 배우가 타 매체에서 활동하길 원하고 연극은 지나가는 다리 정도로 여겨질 때가 많죠. 이러한 심각한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는 여러 문화정책들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 2024년 연극제작실습 <이머시브 우리읍네>(지도/연출 이경성)
수선관 테라스에서 공연 중 찍은 사진
| 마지막으로, 해당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자신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의 작품들을 발품 팔아서 최대한 많이 경험하세요. 많이 홍보되는 작품뿐만 아니라 구석의 독립 영화관과 언덕 위의 소극장을 직접 찾아보고 기록하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보세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이 형성되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질 것입니다. 의지가 생기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계속 시도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암스 분)이 시를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해주었던 대사를 이 길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야.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 그 자체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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