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Social Science,<br> 삶은 사과

Life is Social Science,
삶은 사과

  • 349호
  • 기사입력 2016.06.13
  • 취재 정호윤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9402

시사 문제에 대해 의견을 논의하고 지식을 나누며 자신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토론. 특히 우리나라의 수많은 지성들이 모이는 곳인 대학교에서 하는 토론은 대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값진 경험이다. 우리 대학교에도 수많은 토론동아리들이 있다. 이들 하나하나는 각자 저마다의 개성있는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하면서 배려심을 함양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있다. 토론을 주로 다루고 중요시되는 학문은 사회과학에 속하는 경우가 많고 그로인해 토론현장에는 사회과학 학자들이 주축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 경영대학 학생만으로 구성된 토론동아리가 있다. 기업 경영지식과 마케팅, 회계 재무관리를 배우는 경영학과 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토론 동아리, 경영학과 토론 소모임 삶은 사과를 취재하기 위해 최송이 학우(경영학과 15)를 만났다.

삶은 사과라는 동아리 이름은 사과를 삶았다는 것이 아니라 Life is Social Science, 즉 ‘삶이란 사회과학이다’라는 말의 준말이다. 우리 삶은 사회과학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이를 배우는 자세를 갖추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경영학과 토론 소모임 삶은 사과는 1998년에 창립되었다. 동아리를 만들 당시에는 경영대학 소속이 아니라 중앙동아리로 등록 했다. 그래서 심리학과나 사회학과 등의 학과를 가진 선배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연찮게 경영대학 소속의 학생들이 대부분이 되자 중앙동아리를 나와 경영대학 소모임에 편입했다. 부원 모집은 다른 경영대 소모임과 더불어 학기 초 모집 기간에 하며 그 기간이 지나도 언제나 가입 할 수 있다.

삶은 사과는 주로 사회과학과 관련된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삶은 사회과학으로 이루어져있다는 모토처럼 사회 대부분의 경제, 교육, 정치 이슈는 사회과학과 관련되어 있어 주제의 범위는 무한하다. 동아리 부원들이 모두 경영학과라 교양 수업을 제외하고는 사회 이슈에 대해서 토론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삶은 사과는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최근에 이슈가 되는 문제 또는 서로 의견을 나눠보고 싶었던 이야깃거리 등을 준비해서 토론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토론의 주제를 학우들에게 소개하고 발표하는 발제자는 1년 정도 활동한 기존 기수에서 돌아가면서 정한다. 발제자는 토론 날이 오기 전에 단체 대화방과 페이스북 등에 작성한 발제문을 올리고 부원들은 그것을 읽고 떠오른 생각과 의견을 스스로 정리한다. 발제문은 정해진 형식이 있지만 꼭 형식에 구속될 필요는 없고 시사프로그램 동영상처럼 부원들에게 이슈에 대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으면 발제자의 재량에 맡기는 편이다. 발제문은 자신이 고른 주제를 잘 모르는 학우들에게 소개하고 이해시킨다는 목적으로 상세하고 자세하게 적는다. 세 가지 정도 같이 논의해볼 문제를 만들어서 발제문을 읽는 학우들은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등을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토론을 할 때 발제자는 토론의 사회자가 되어서 의견을 말할 순서를 정하고 토론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토론의 형식이 CEDA형식, 의회형식처럼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자가 꼭 토론에 참여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진행이 원활히 안되는 경우에는 다른 친구들이 도와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 된다. 토론의 형식은 없지만 사석에서의 대화와는 구분할 수 있도록 존칭과 존댓말을 쓰며 토론이 감정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철저히 지킨다. 토론이 과열되는 경우에는 다 같이 분위기를 가라 앉혀주고 이후 뒤풀이에서 서로 맺힌 바를 푼다.

최근에는 ‘사람이 동물의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미국 신시네티 동물원에서 네 살배기 아기가 부모의 관리 부족으로 고릴라 우리 안에 들어가는 바람에 동물원 긴급 팀에 의해 고릴라가 사살되는 사건을 보고 떠올렸다고 한다. 그 밖에도 여성혐오 문제나 이과 병역특례 폐지 등이 주제로 다루어졌다. 정치 문제같이 진보와 보수 양방이 잘 나뉘는 토론 주제는 보통 한쪽으로 편향된 매체에서 접하는 일이 많은데 토론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마주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삶은 사과는 매주 경영관 강의실을 예약해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진행한다. 모임의 날짜는 고정되있지 않고 매 학기마다 새로 정한다. 이번 학기에는 월요일 6시 마다 모임을 가지며 부원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를 투표해서 다 같이 논의하여 정한다. 그 시간에 참여할 수 없는 부원은 격주마다 오거나 해당 학기에 참가를 못할 수도 있지만 토론 하고 싶은 주제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취지이기 때문에 참여를 못한다고 동아리 차원에서 주는 불이익은 없다. 주로 1,2 학년들이 활동하고 3,4 학년 선배들은 한 학기에 세 번 정도 후배들을 위한 간식 등을 사들고 참여한다.

삶은 사과만의 특색있는 활동에는 1년에 한번 진행하는 '사랑세미나'가 있다. 강의실이 아니라 넓은 술집에 모여서 사랑이나 연애를 주제로 하는 세미나인데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의 주제를 다룬다. 공석에서 털어놓지 못할 연애 주제를 자유롭게 토론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주로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이 발제를 쓰고 이야기를 주도한다. 가장 최근에는 서로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관계일 때 스킨십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를 다뤘다. 다른 활동으로는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방학 때 모의투자, 주식에 대한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회계 과목이 어렵기 때문에 지원자를 받아서 CPA를 공부한 선배와 함께 회계과목 스터디도 한다.



"저희가 하는 것이 사회과학 세미나지만 우린 경영대학 학생들이잖아요. 그래서 경영전략에 관련해서 세미나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이러이러해서 파산 하게 될 위기에 처했는데 당신이 CEO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경영, 회사 문제를 두고 서로 토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위 친구들의 호응도 좋았구요. 주된 활동보다는 사랑세미나처럼 이벤트 성으로 해보면 한번씩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경영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말을 하자면 경영학을 배우면서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교양 과목 들을 때 빼고는 거의 없어요. 편한 분위기에서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서 토론해보고 싶을 때 저희 동아리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상식이나 배경지식이 많이 없어도 되니까 서로 얘기 많이 나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