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the Band,<br> 수선관 그 밴드

Top of the Band,
수선관 그 밴드

  • 361호
  • 기사입력 2016.12.14
  • 취재 정호윤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9074


밴드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일까? 공연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환호나 무대조명 밑에선 멋진 자신의 모습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친한 사람들과 한땀 한땀 만들어나가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음악의 속도를 늘려보고 줄여보고 보컬의 키를 높이고 낮추고 기타 솔로를 더 슬프고 애절하게 바꿔보다 보면 당신 또한 어느새 이 즐거움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밴드가 주는 매력에 푹 빠져있는 수선관 그 밴드를 취재하기 위해 이서영(경제 15)학우를 만났다.

수선관 그 밴드는 기존의 사회과학대학 밴드의 문화와 가치관에 차이를 느낀 15,16 학번이 주축이 되어 새로 창설한 밴드 소모임이다. 창설 된지 약 1년이 되지 않은 신생 동아리지만 기존의 밴드를 하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어 자신들만의 개성과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잘 정착되어있다. 수선관 그 밴드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구성원들의 즐거움이다. 어떤 동아리든 같이 활동 하다보면 생각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갈등이 벌어지곤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들에겐 즐거움보다는 상처만 남는 동아리 생활이 되기도 한다. 수선관 그 밴드에서는 밴드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대등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그 문화가 계속 이어지도록 회칙을 제정하여 확실한 절차를 만들고 있다.

수선관 그 밴드라는 이름은 기존 밴드 탈퇴 후 첫 회의 때 정해졌다. 처음에는 투표로 다른 이름이 선정되었는데 그것이 예전에 있었다가 사라진 학회의 이름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반대의견이 많아 재투표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기존 밴드를 나간 일에 대해 SNS에서 언급될 때 자주 호칭으로 불렸던 ‘수선관에 있는 그 밴드’, ‘수선관 그 밴드’ 가 안건으로 올라왔고 인디 밴드 느낌이 나면서 재치 있다는 이유로 최종 이름으로 선정 되었다.

수선관 그 밴드에 신입생이 처음 들어오면 본인이 공연에서 연주하고 싶은 세션에 투표를 하고 세션별로 스터디를 시작한다. 스터디는 보통 실력이 뛰어난 선배가 서로 시간을 조정하여 각자의 방법으로 신입생들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악기를 연주해본 경험이 없어도 스터디에 참석하며 차근차근 연습하다보면 누구나 공연 때 곡을 연주하기 위한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어느 정도 악기가 손에 익을 때쯤 선곡회의를 통해 공연 때 할 곡들을 정하고 개인별로 연습 한 뒤 중간고사가 끝나면 첫 정기공연을 위한 합주를 시작한다.

수선관 그 밴드는 공연 약 한달 전부터 매주 화, 목, 금 학교 외부에 있는 합주실에 다 같이 모여 합주를 한다. 공연 때는 약 20~24 곡을 연주해서 보통 합주 룸 2개를 2시간동안 잡고 20~30분마다 곡을 바꿔가며 연습 한다. 합주 중에는 구성원들이 서로 수시로 피드백을 하며 곡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두 시간이 지나 합주가 다 끝난 후에는 근처 골목에 모여 그 날 연습한 곡들을 돌아보며 평가를 하고 반성 하는 시간을 가진다. 합주가 끝나면 뒤풀이로 밥을 먹거나 술자리를 가지며 구성원들 다 같이 친목을 다지기 위해 금요일 날 뒤풀이는 꼭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한 달 동안의 합주가 모두 끝나면 공연 하루 전 규모가 큰 합주실을 빌려 실제 공연처럼 모든 곡을 순서대로 연주해보는 총합주를 진행한다. 마지막 곡까지 연주가 마무리되면 특정 곡의 퀄리티가 무대에 세울만한지 투표 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구성원들의 1/3 이상이 곡을 올리는 것을 반대하면 그 곡은 무대에 서지 못한다.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연을 즐기러 오는 관객들에게 좋은 무대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멤버들은 전한다.

공연은 학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 하는 정기공연과 방학 때 있는 여름 공연, 1학년들만 참석하는 타 밴드와의 연합공연, 그리고 새내기 배움터 공연이 있다. 연합공연은 여름공연이 끝나고 경제대학 밴드와 프랑스어문학과 밴드 등과 함께 공연 하는 행사이다. 이 때는 1학년들이 주축이 되어 합주실, 공연장, 공연 후 뒤풀이 장소 등을 예약하는 등 행사를 진행한다. 이 때는 각 밴드가 참여하는 밴드 수가 많아 다른 정기공연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동원되어 공연이 재미있다. 다른 밴드와 인적, 음악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수선관 그 밴드는 위 언급된 공연 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있다. 정기적으로 학기마다 친목을 위해 엠티를 떠나며 학기가 시작 될 때 밴드의 여러 안건을 다 같이 논의하는 개강총회와 학기를 마무리할 때 술자리를 갖는 종강 파티가 있다. 방학 때는 TR이라는 행사로 1박2일 이상 수상 레져 등을 즐기며 친목을 다지는 모임을 가진다. 그 밖에도 여러 군데 초청공연, 축제 공연 등 비 정기적인 행사가 자주 있는 편이다.

“다른 밴드들과 가장 큰 차별점은 팀별로 합주하는 것이 아니라 전 부원이 모여서 곡마다 합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밴드들이 공연 준비할 때 몇 명씩 팀을 짜서 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곡을 정하고 합주를 합니다. 저희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곡 별로 합주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두루두루 친해지기 더 쉽습니다. 그 덕에 선곡 회의도 다 같이 모여서 하는데 방식이 사뭇 복잡합니다. 일단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서 그 속에 모든 구성원들이 인당 두 세곡 정도 공연 때 하고 싶은 노래를 쓰고 후렴, 기타솔로 등 들어야할 부분을 기록해둡니다. 회의를 열기 전에 보컬들이 자신의 음역대를 고려하여 소화하기 어려운 노래는 먼저 걸러내고 각 세션들이 들으면서 난이도가 너무 높은 곡은 추려냅니다. 그 후에 모든 구성원들이 만나서 남은 리스트에 있는 곡들을 하나하나 듣고 투표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선곡 합니다.

새로 창설된 지 얼마 안 된 밴드라 새로운 활동영역을 넓히는데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번에 외부 업체와 콜라보 공연제의도 들어왔었고 정치외교학과 총동창회 축하공연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새로운 공연과 문화를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저희가 가진 특징인 것 같습니다.“



“우리 밴드가 신생이라 충분한 기반이 다져질 때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저희는 친목뿐만 아니라 실력도 중시하는 밴드라 가끔 단호해질 필요가 있어서 힘든 면이 있습니다. 총합주가 끝나고 공연에 세울지 투표하는 자리에서 선택되지 않으면 마음아파하는 부원이 있어도 결정해야 하고, 합주할 때 팀원이 집중 안하고 장난치거나 딴짓 하면 지적 해야 하니까 그 때 마음이 편치 않죠. 합주 끝나고 평가와 반성을 할 때도 처음에는 서로 친하지 않아서 어색해요. 그때 동아리 장으로서 먼저 나서서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는 것도 있어요. 혹시 묵은 감정이 있으면 뒤풀이 때 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동아리 장이라 가끔 정말 피곤하고 힘들어도 팀원들을 위해 분위기 메이커를 할때도 있어요. 피곤해도 재밌게 놀며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죠. 그렇게 하다보면 정말 기분 좋아지고 즐거워 져요.”

수선관 그 밴드의 공연영상은 https://www.youtube.com/channel/UCgXgSrHZ_htH0op3YgVpLmQ 에서 관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