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관고양이

수선관고양이

  • 385호
  • 기사입력 2017.12.13
  • 취재 윤정은 기자
  • 편집 박지윤 기자
  • 조회수 11338

혼자 생활하는 것을 즐기는 고양이. 요즘 귀엽고 친근한 매력을 갖춘 고양이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SNS를 보면 고양이 사진이 예전보다 자주 업로드되고 있다. SNS에서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은 실생활에서도 우리 곁을 유유히 돌아다니고 있다. 우리 학우들도 한번쯤 학교에서 고양이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교내에서 혹은 학교 근처에서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보았다. 고양이들은 가만히 앉아 사람을 응시하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했다. 한참 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매력적인 고양이들, 이들을 보살피는 동아리가 생겼다. 우리 학교 귀염둥이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수선관고양이'. 생긴지 얼마 안된 수선관 고양이 회장 정현화 학우(신문방송학과 13)를 만나 자세히 알아봤다.

 ◈ 수선관고양이를 소개합니다

수선관고양이는 올해 1월, 평소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이다. 3월에 오픈세미나를 열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직접 디자인한 굿즈를 판매해 수익을 내 길고양이 구조, 치료, 입양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선관고양이’라는 동아리명은 수선관 5층에 자주 출몰하던 고양이 이름에서 유래했다. 더 나아가 '수선관'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발생한 모임’이라는 뜻을, '고양이'에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이웃’ 이라는 뜻을 부여했다고 한다. 수선관고양이는 서로 존칭을 사용하는 등 수평적인 분위기가 강한 동아리이다. 길에 사는 동물들의 구조, 치료 및 입양을 담당하다 보니 업무가 많은 동아리이기도 하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길에서 배회하는 동물들을 돌보는 수선관고양이. 매 학기 초에 오픈세미나 등을 통해서 학우들에게 동아리를 소개한다. 참여를 원하는 학우에게는 간단한 지원서를 받아 부원으로 맞이한다. 현재 실무를 맡는 부원은 14명이고, 신생 동아리이기에 동아리방은 아직 없다. 혹 길에 사는 동물들의 구조에 관심 있는 학우라면 학기 초에 수선관고양이의 오픈세미나를 찾길 바란다.

◈ 수선관고양이의 활동을 알려줘 

- 3월 : “두근두근 오픈세미나” 

“처음에 워낙 적은 인원으로 시작한 터라 사람들을 모으려고 행사를 기획하고 오픈세미나를 통해 동아리 방향성을 모색했습니다. 방향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3주차에 걸쳐 동물권 전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연간계획을 확정했습니다. 저희 동아리의 로드맵을 그려보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시간이었습니다.”

- 4, 5월 : 도움이 필요해! “굿즈제작과 대동제부스” 

“길에서 떠돌아다니는 동물들을 치료하고 돌보기에 사업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 비용을 회원들끼리 부담하기에 무리가 있어 동아리 차원에서 수익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기부받은 사진과 직접 찍은 사진으로 엽서를, 부원들이 디자인한 그림으로는 스티커와 뱃지를 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원 중 한 명의 집에서 강아지와 고양이용 수제간식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아이템과 간식을 대동제 부스에서 판매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물품을 구매해주셔서 부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소품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웃음)

- 6월 (1) 엄마가 된 걸 축하해! “임신묘 구조” 

“배트냥이라고 불리는 고양이가 출산자리를 찾아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건물 안에는 고양이에게 위험한 물건도 많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놀라는 일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임신묘에게 위험하다고 판단해 그를 구조했습니다. 결국 배트냥은 가정에서 무사히 네 마리의 아기들을 출산했습니다. 또한 이 아기들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홍보글을 작성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립니다. 아직 엄마인 배트냥과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입양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입양에 관심 있는 분들은 수선관고양이 페이스북 페이지로 메시지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주인이 될 분을 기다리겠습니다.”

- 6월 (2) 작은 고양이, 하늘에서 행복하기를 “제주 구조와 치료”

“한 부원이 어미에게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구조하여 ‘제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 받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건강상황이 좋지 않아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의 입원 끝에 사망했습니다. 상당한 치료비가 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후원을 해주셔서 비용을 무사히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하늘에서 고마워할 것입니다. 후원해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2학기 : 다양성과 권리를 지켜줘 “소동제 참여” 

“타 학교에서는 ‘인권주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행사가 올해 성균관대학교 내에서 ‘소동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습니다. 수선관고양이는 동물권단위로 참여했습니다. 축제 기획과정에서 다른 모임들과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축제는 ‘수선관고양이’를 알리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소동제의 연장선으로 소동제 때 팔고 남은 굿즈를 경영관 플리마켓에서 팔아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데 보탰습니다.”

- 현재 : 동물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겨울집과 급식소 설치 계획” 

“날씨가 추워지고, 이에 따라 먹이가 부족해져 고양이들이 학교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는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 건물 밖에 고양이가 머물 수 있는 곳을 세우려고 준비 중입니다. 같이 따뜻한 겨울을 나면 얼마나 좋아요”

여러 활동 중에서도 수선관고양이 부원들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활동으로 길고양이 구조와 소동제 참여를 꼽았다. “배트냥과 제주를 구조하면서 길에서 생명이 죽어가는 일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작은 존재의 죽음이 당연하게 여겨져도 되는 일일까?’라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소동제에 참여하면서, 길고양이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권리에 대해서 여러 관점으로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며 다른 훌륭한 단체들을 알아가고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동아리의 지향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같이 축제를 즐겼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라고 부원들은 소감을 전했다.

◈ 우리학교 고양이들을 소개할게요

똥그리네 가족들

“대장똥그리는 동그랗게 생겨서 ‘똥그리’예요. 똥그리만큼 크지는 않지만 똥그리를 닮은 ‘낫똥그리’, 똥그리와 붙어다니는 ‘똥글러버’와 러버의 아이들 ‘민재’, ‘형재’가 있어요.”

수선관냥이

“수선관에서 자주 보이는 고양이입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도 해요. 그래서 수선관에 겨울집을 설치했습니다. 건물 안에 있는 시설에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골무

“중도냥이로 유명한 고양이입니다. 양말을 거의 안 신은 것 같다고 ‘골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카오스냥이

“철문 쪽에서 자주 보이는 고양이입니다. 역시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어요. 앙상하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했는데, 부원들이 꾸준히 밥을 주니 튼튼해졌어요.”

◈ 수선관 고양이, 이것이 좋다 

“교내 안전지대라고 불려도 좋은 동아리입니다. 부원들 개개인 모두 남을 존중할 줄 알고 배려심이 많습니다. 수선관고양이 카톡방이나 회의시간에는 평소에 자주 들을 수 있는 혐오표현이나 폭력적인 언사를 들을 일이 없어요. 가끔 여유가 생겨 회식하거나 담소를 나눌 때 밖에서 답답했던 것들을 쫙 풀어놓고 해소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이렇게 행복한 동아리 수선관고양이, 매력적이지 않나요?”

◈ 신입생, 재학생들에게 한 마디

“밖에서 볼 수 있는 귀여운 고양이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어요. 밥도 부족하고, 물도 부족하고, 따뜻하게 잠 잘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굶기도 하고, 쉽게 죽어간답니다. 혹시나 고양이가 먹을 수 있을 만한 것을 가지고 계신다면 살짝 놓아주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이 먹던 것은 고양이에게 좋지 않으니 이 점은 유의해주세요. 고양이가 경계심을 보인다면 무리하게 다가가지 말아주세요.고양이들이 무서워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