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봉사활동 54년
성대 약대 제제부 여름 약활

  • 428호
  • 기사입력 2019.09.30
  • 취재 제제부 학생 기자
  • 편집 안소현 기자
  • 조회수 6678

- 의료 사각지대 괴산군 구무정 마을을 다녀오다 -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은 제제, 생약, 분석 학문에서 유래한 학생 자치기구인 ‘삼부’를 운영 중이다. 그 중 제제부는 1953년 약학대학 설립 이후 13년이 지난 1966년에 창립되어 의약품 제제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의료취약 지역에 대한 의약품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우리 대학은 학생들의 심층학습과 공동체 정신 함양을 위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인 Service Learning 프로그램을 공모했고, 의약품 봉사활동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입증되어 약학대학 제제부가 300만원의 지원금을 수혜받는 쾌거를 이룩했다.


금번 의약품 봉사활동은 의료 최상위 취약지역으로 알려진 충청북도 괴산군 감물면 오성리에 위치한 구무정 마을에서 3박 4일간(8월 23일~26일) 진행되었다. 구무정 마을은 1970년대 초반 국가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화전민을 이주시키면서 조성된 마을이다. 총 80세대로 전체 144명 중 70세 이상 노인인구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의료지원이 매우 절실하지만, 면 내에 의료시설이라고는 보건 지소 하나뿐인 의료 낙후 지역이다. 그래서 올해는 33명의 제제부 학생들(예비약사) 및 12명의 졸업생 약사들이 구무정 마을 주민들을 위해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의약품 봉사활동에서 졸업생 약사들은 당뇨병 및 관절염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상담, 처방, 조제 업무를 담당했고, 예비 약사들은 선배들의 지도하에 환자들의 안내 및 조제 보조 관련 실무업무를 담당했다. 첫날 찾아오신 김00(여, 74세) 할머니는 지난 10여 년간 고혈압 및 관절염을 앓고 계신 환자분으로 그동안 제대로 된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제제부에서는 약물조제 및 복약지도 등을 통해 할머니의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전달했다. 김 할머니는 “한평생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살았는데, 학생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은 지난 20여 년간 의약품 봉사활동에 헌신해 온 류해원(90학번) 약사와 신평옥(99학번) 약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감사패를 증정하는 특별한 시간도 가졌다.


제제부 학생들은 이 의약품 봉사활동을 통해 보건의료 핵심 인력인 약사의 직능을 미리 습득할 기회를 가질수 있었다. 학생들은 의약품 봉사활동 이외의 시간을 활용하여 부족한 농촌 일손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농촌의 취약한 환경을 이해하고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30년 동안 매년 약활에 참여하고 있는 류해원(90학번), 신평옥(99학번) 동문을 인터뷰했다. 성약타임즈 이건(4학년) 기자 특별취재]


류해원 약사(약대 90)

   

Q. 선배님이 다녀오신 10년 전 약활은 어떠셨나요?

A. 지금에 비하면 옛날에는 정말 모든 걸 저희 스스로 했습니다. 제 첫 약활은 전라남도 라배도 라는 섬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의약품 지원도 부장단들이 일일이 제약회사에 찾아가 공문도 쓰고 약들을 받으러 다녀야 했습니다. 교통도 안 좋아서 그 많은 짐들도 다 일일이 박스를 이고 다녀야 했습니다. 무척 힘들었죠. 하지만 이렇게 웃으며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힘든 시간들도 저에겐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죠.


Q. 힘든 중에도 계속 약활을 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특별히 보람있었던 기억은?
A. 특별히 보람 있었다기 보다는 여기에 오면 항상 보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분들과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도움이 되고 있다는 행복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30년간 단 한 번도 그만하고 싶은 적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 못 이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이 봉사가 즐거운 취미생활로 느껴져서 매년 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면 후배님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기분도 좋고요.


Q. 저희가 하는 봉사활동에 어떤 신념이나 가치관이 있으신지.
A. 약활은 의료봉사입니다. 국가가 부여한 배타적 권리를 가진 약사로써 사회적 약자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우리가 행해야 할 암묵적인 책임이 아닐까요. 진짜 봉사를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사의 사회적 의무를 마음속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우리 후배님들도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Q. 후배 부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제제부 약활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중이신 선배님들이 오셔서 진로특강이나 상담 시간을 따로 마련해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약국 약사 경험이 적으신 분들은 이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담감보다는 선후배가 함께 봉사하는 자리다라고 생각하고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예비약사로서 봉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의미 있는 일이지만, 선배님들과 소통하는 시간까지 가진다면 훨씬 값진 약활이 될 것 같습니다. 의료 봉사로 뿌듯함 뿐 아니라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돈독한 시간까지 보내는 약활.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됩니다.


- 1994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 1996년 동대학원 약제학석사
- 1996년 보령제약 중앙연구소 연구원(~2001)
- 2001년 보건약국 (~현재)
- 2013 충주시약사회 부회장(~2018)



신평옥 약사 (약대 99학번)


Q. 선배님은 첫 약활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A. 음식이든, 장소든, 사람이든 첫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패도 받고, 인터뷰하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첫 제제부원으로서 갔던 약활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저희 학번은 산간오지 섬 쪽으로 첫 약활을 갔습니다. 그 섬에선 버려진 폐교에서 지냈는데, 혹시 사고가 날까 돌아가며 불침번을 섰을 정도로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하던 동기들과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힘듦보다는 좋았던 순간들이 마음속에 있습니다.


Q. 꾸준히 약활을 하시는 계기가 있으셨나요?
A. 그 시절 먼 곳까지 와 주시던 선배님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옛날에 무의식중에 했던 이런 다짐들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약사가 되기 전에는 농활이 무척 재미있어 농활대장을 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겠네요(하하). 사실 졸업 후 꾸준히 올 수 있었던 동기는 정해져 있기보단 매번 의미부여를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해에는 제 아이들과 함께 약활에 참여하며 특별한 경험을 하는 데 의미를 두었습니다.


Q. 약활 특성상 활동장소가 외지고 거리가 먼데, 부담 되시는 점은 없나요?
A. 거리가 멀어서 힘들지 않냐는 질문엔, ‘멀어서 힘들다면 그것은 마음의 거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마음먹기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Q. 약활에 온 제제부원들(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우리 후배들이 적극성을 갖고 무엇이든 부딪혀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돼요. 이번 약활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마주치게 될 텐데, 마음가짐을 ‘한번 해보자!’로 세팅하고 행동해 보는거 어떨까요? 바로 그런 시간들이 여러분들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제제부 약활에 바라는 점이나 전달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약대가 4년제에서 6년제로 바뀌는 과도기를 거치면서 참여하는 선배님들이 조금 줄어든 거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6년제 졸업선배들도 많이 참여하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약사님들이 와 주시는 것이 고무적인 변화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약활이 재학생들에겐 또 다른 진로상담의 기회가 되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이번 약활에 많은 부원들이 참여한 것 같은데 무척 기특하고 뿌듯하네요. 앞으로도 활발한 제제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2004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 2004년  동아제약 개발본부(~2008), 영업본부(~2009)
- 2009년  위드팜신한솔 약국 개설
- 2019년  대한약사회 정책의원, 위드팜 자문위원(~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