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문예 창작 동아리,
'행소 문학회'

  • 409호
  • 기사입력 2018.12.08
  • 취재 정지현 기자
  • 편집 양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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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올해 마지막 소개할 동아리는 문학으로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이들, ‘행소 문학회’이다. 명륜당의 고즈넉한 은행나무 밑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성균인 여러분. 날씨가 꽤 춥습니다. 문예 창작동아리 행소문학회입니다. 행소의 뜻은 “杏所; 은행나무 자리”입니다. 교목인 은행나무에 둥지를 튼 문학회라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행소문학회는 1976년 창립된 우리 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 동아리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화려한 공연이나 웅장한 연주회를 올리진 않지만, 모든 창작 활동의 기반이 되는 문학을 합니다.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도구인 말과 글로 이야기를 뜨개질하는 거죠. 행소문학회에서는 대부분 시간에 글을 창작하고 대화하는 활동을 합니다. 따로 출판된 특정 작품을 읽거나 하지는 않지만, 제가 짧게나마 지내보면서 느낀 바는 ‘읽는 사람은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쓰는 사람은 읽는다’입니다. 사람을 가장 빨리 알아가는 방법의 하나는 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글을 읽으면서 글벗을 사귑니다.




행소문학회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은 정기총회입니다. 정기총회는 매주 금요일 늦은 6시 동아리방에서 진행되며(사람이 많으면 공간을 따로 빌리기도 합니다) 회장은 그때까지 투고된 익명의 작품들을 주보로 모아 만듭니다. 간식을 먹으면서 함께 작품을 읽고 생각을 나눕니다. 작품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진행하면 작가가 누구인지 맞혀보는 시간도 가집니다. 독자는 작가를 맞출 때 상당한 카타르시스가 있으므로 추리하는 재미가 있고 반대로 작가는 문체를 바꾸며 따돌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학기에 한 번씩은 엠티를 가서 친목을 다지고 옵니다. 인원이 많지 않아서 서울로 엠티를 가서 칵테일과 보드게임 등의 컨텐츠와 함께 즐겁게 지냅니다. 음주 후에 진행하는 백일장도 좋은 추억거리입니다. 한 해가 다 지나면 겨울에 모두의 투고작을 모아 문집을 냅니다.


다른 동아리보다 정적인 활동을 주로 하다 보니 바깥 활동이 잦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문학인의 자취를 따라 거닐어보는 문학기행과 같은 행사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백일장은 돌발적으로 진행될 때가 있었는데 한 번씩은 힘을 주고 진행하는 정기 행사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자유로움과 거기서 오는 편안함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한 해 동안 진행하는 모든 일정에 대해서 참석이 자유롭습니다. 단순히 행사 참여에 대한 자유뿐 아니라 투고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도 자유의 범위에 있습니다. 글을 쓰지 않고 총회에서 감상과 토론만 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기만 하고 총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작품의 작가로서 밝혀지는 것이 투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완전 익명 투고’를 통해 작가를 밝히지 않고 익명의 작가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덧붙여 동아리방 자랑을 하자면 풍수지리가 완벽한 조건입니다. 역사적으로 융성한 도시는 항상 강물을 끼고 발전했는데, 우리 동아리 또한 화장실과 정수기를 가까이 둔(그러나 알맞은 거리를 둔) 천혜의 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교통과 물류는 또 어떻습니까. 금잔디에서 들어오는 3층 출입구에 가장 가까운 동방이면서 매점과도 가까워 물건을 구하기 쉬우니 이곳이 학생회관의 서울입니다.


매년 3월 동아리 부스에서 신입 부원들을 모집합니다만, 따로 연락해서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해 중 아무 때나 학생회관 80322호 문에 붙어있는 회장 또는 부회장 연락처로 두드려주시면 됩니다. 문우(文友)의 정이 필요할 때 찾아오시고 언젠가 떠나실 때는 좋은 추억과 사람들 챙겨 가시길 바랍니다.


은행나무에 매달린 아늑한 까치둥지를 발견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사회를 향해 날갯짓하겠지만, 날개의 깃들은 함께 했던 동아리 원들의 소중한 한마디 한 글자임을 알기에 고맙습니다. 새로 오시는 분들의 날개에도 멋진 깃이 돋아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