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무대 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중앙연극동아리 '능라촌'

  • 566호
  • 기사입력 2025.06.25
  • 취재 윤정민 기자
  • 편집 김나은 기자
  • 조회수 2466

"연극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에 거울을 가져다 대는 것이라네.

바른 것은 바른 대로, 어리석은 것은 어리석은 대로 보여주는 일이지."

- 셰익스피어의 햄릿 中


연극은 우리의 삶을 비추는 진실의 파편이다. 이처럼 연극은 사회를 비추고 사람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 학교에는 이 ‘거울의 힘’을 믿고, 진지하게 연극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중앙연극동아리 ‘능라촌’이다. 이번 동아리 탐방에서는 동아리장 최지안(미디어커뮤니케이션 23), 집행부 재정팀 유시은(러시아어문학과 24), 집행부 홍보팀 백승혜(영어영문학과 24), 박인영(유학동양학과 20) 학우와 함께 ‘능라촌’에 대해 알아보았다.


▲ 왼쪽부터 유시은, 최지안, 백승혜, 박인영


| <능라촌>을 소개해 주세요.

‘능라촌’은 ‘비단결처럼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뜻합니다. 1970년, 독일 희곡을 번역해서 연극을 하던 모임이 점차 일반 연극을 다루며 중앙연극동아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능라촌>의 공연 일정이 궁금해요. 매년 정해진 공연 일정이 있을까요?

먼저 신입 부원이 들어오면 씬발표를 진행해요. 씬발표는 대외적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는 없지만 신입 부원 3~4명 정도에 기존 부원 1명이 조를 짜서 연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요. 이 기회를 통해서 연기 그리고 연극에 대한 장벽을 낮출 수 있어요. 여름방학 때는 공연 연습을 진행하고 2학기 초에 여름 정기 공연을 진행해요. 그리고 10월쯤에는 연기·연출 스터디를 진행한 후 연습실에서 공연을 진행합니다. 또 3월에는 겨울방학 동안 연습해 겨울 정기 공연을 진행해요. 최대한 학기 중에 부담이 되지 않게 방학을 이용해서 연습하는 편이에요.


▲ 105회 정기 공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능라촌>이 하나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알려주세요.

먼저, 삼대장이라고 해서 ‘연출, 무대감독, 기획팀장’을 모집해요. 이 세 명이 기획서를 작성하고 주차 별로 해야 할 일을 정해두면 팀원을 모집합니다. 이때 배우, 무대팀, 오퍼, 기획팀이 구성돼요. 배우팀과 연출팀은 주말을 제외한 주 5일을 함께 연습해요. 무대팀은 무대 디자인 회의를 하고 학교에 와서 설계도에 맞춰 세트장을 제작합니다. 기획팀은 포스터 제작도 하고, 무대 홍보를 위해 힘씁니다. 티켓관리부터 예산관리까지 기획팀에서 도맡아 하고 있어요. 공연을 이틀 앞두곤 실제 극장에 들어가 조명을 직접 달고, 공연장에서 직접 연습하는 테크런* 시간을 보내요.

* 테크런: 배우의 무대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연출과 음향, 조명 등 기술 요소들과의 호흡을 맞춰보는 리허설의 일종


| 작품 선택의 기준이 궁금해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나요?

연출을 맡은 부원이 배우 수에 맡게 다양한 후보를 가지고 와요. 그 후보 중에서 사회문제가 담긴, 시의성 있는 주제를 고르는 편이에요. 저희는 여운과 생각할 점을 남기는 연극을 하고 싶어서 다 같이 고민하 가장 좋은 극을 택해 무대에 오릅니다.


| 그렇다면 <능라촌>은 가입부터 정해진 역할이 있나요?

능라촌은 정해진 역할이 없이 입부하게 됩니다. 공연 때마다 각자 원하는 역할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 극작, 연출, 연기 총 3가지의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부원이 1~2주간 이론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2~3주간 실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극작 스터디에서는 한 사람당 단편극 하나를 완성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연기·연출 스터디는 합동 스터디로 진행해 하나의 완결된 발표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존 부원이 멘토 역할을 하며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에, 처음 연극을 접하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배워갈 수 있어요.


▲ 2024 신입 부원 워크샵 <변기>


| <능라촌>만의 장점을 소개해 주세요.

박인영 | 씬 발표나 연기·연출 스터디 같은 작은 규모의 공연을 통해 누구나 부담 없이 연극을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 실력을 보는 오디션 없이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무대에 서고 싶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그만큼 동아리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롭고 열려 있어요.

유시은 | 연극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가입하더라도 연극을 배워나갈 수 있는 분위기라서 좋아요. 모르는 걸 자유롭게 물어보고 배울 수 있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동아리방이 넓어서 연습하기에도 좋습니다.

백승혜 | 고정된 역할이 없고 다양한 역할에 지원해서 활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저는 원래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했는데, 능라촌에서 연출도 맡아보고 연기도 맡아보면서 연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최지안 | 우리 능라촌은 특이하게 기수제도나 졸업제도가 없어요. 기수 개념이 없다 보니 정말 자유로워요. 그리고 참여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이나 고학번 선배님들도 같이 활동하고 계세요. 형식적인 틀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편안한 동아리라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 106회 정기 공연 <서교동에서 죽다>


| <능라촌>에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유시은 | 올해 씬 발표에서 처음으로 연출을 맡았던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 연출에 관한 관심은 있었지만, 부담감 때문에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연출이라는 역할을 맡았어요. 그만큼 고민도 많았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대본 해석부터 장면 구성, 배우들과의 소통까지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 흘러나오는 하우스 음악을 고르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공연 당일, 학생 행사장에서 하우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제가 극의 배경과 의도를 설명하던 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무엇보다 관객분들께서 하우스 음악부터 극 중 삽입된 음악까지 전반적인 음악 선택이 정말 좋았다고 칭찬해 주셨을 때, 그동안의 고민과 노력이 보람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고 정말 뿌듯했습니다.

박인영 | 저는 아찔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데요. 23년도 겨울 정기 공연 클라이맥스에서 작 중 딸 이름인 ‘진희’를 외쳤는데, 관객 핸드폰이 켜져 있었는지 시리가 대답한 거예요. 조용한 공간 속에서 제 목소리와 시리 목소리만 울려서 감정도 깨지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이후론 무대 전 안내에서 꼭 핸드폰을 꺼달라고 부탁드려요.

최지안 | 공연팀은 무대 준비를 위해 거의 한두 달을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공연이 끝난 후에도 따로 모여서 여행을 가거나 놀러 가는 일이 많아요.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백승혜 | 저는 항상 공연 마지막 커튼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끝났다는 후련함, 아쉬움, 안도감 등 정말 다양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거든요. 그래서인지 매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 유난히 선명하게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능라촌 활동을 하는 모든 순간이 다 즐거워요. 사람들과 친해지고, 몸풀기 시간에 다 같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것조차도 너무 재미있어서,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 <능라촌> 활동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박인영 | 연극을 바라보는 나의 해상도가 높아졌어요. 확실히 보이는 게 달라요. '이 연극엔 이런 이론적인 게 활용되었구나' 하며 배운 걸 적용해 보기도 하고, '감정을 이런 연기로 풀어나갔구나' 하면서 또 배워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능라촌 활동을 하기 전에는 연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연기하는 게 생각보다 재밌어서 취미로라도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최지안 | 능라촌도 결국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사람들 속의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연출을 맡아서 사람들 사이의 조절을 해보기도 하고, 무대 제작이나 조명을 맡아서 다른 사람을 비춰주기도 하고, 연극을 통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보기도 하면서 자기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유시은 | 능라촌에서 연극을 만들어가기도 하지만, 또 다 같이 보러 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연극에 대한 흥미가 올라간 것 같아요. 연극이 재밌어져서 자발적으로 타 학과 원어 연극에도 참여해 보기도 했어요.


▲ 108회 정기 공연 <출석번호 33번>


| 연극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해도, 관련이 없는 전공이어도 가입해도 괜찮을까요?

최지안 | 네, 대부분 연극 동아리를 떠올리면 단상 위에 오르는 배우팀만 생각하고 연기에는 자신이 없다며 가입을 망설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배우는 연극의 일부분일 뿐이에요. 실은 무대팀, 기획팀, 음향팀 등 다양한 백스테이지의 부원들이 함께하기에 연극이 존재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백스테이지에서의 경험이 더 뜻깊을 수 있어요. 사람들과 부대끼며 무언갈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들어와도 돼요. 저도 지금 능라촌 동아리장을 맡고 있지만 연극은 20살이 되고 나서 처음 봤거든요. 들어와서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 거니까 가입에 부담 느끼지 마시고, 캠퍼스, 나이, 전공 상관없이 연극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든 가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능라촌> 가입을 희망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우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일단 들어오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여태까지 능라촌에서 한 번만 활동하고 나간 부원은 없어요. 중도 이탈이 없는 만큼 헤어 나오기 힘든 재미가 있어요. 또 능라촌에서의 활동 하나하나가 다 경험이 될 거예요.


능라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neungrachon_sk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