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문학의 교차점에서, 법과문학연구회

  • 570호
  • 기사입력 2025.08.25
  • 취재 윤정민 기자
  • 편집 김나은 기자
  • 조회수 7266

법은 사회의 규범을 제시하고, 문학은 인간의 서사를 그려낸다. 문학은 갈등과 고통, 선택과 같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다루며, 법은 그러한 감정이 초래한 현실을 규율한다. 감성적인 성격이 강한 문학과 이성적인 성격이 두드러지는 법은 얼핏 보면 동떨어진 세계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의 선택과 그 결과를 다룬다는 점에서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어느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법과문학연구회는 문학 작품 속 사건을 법의 시선으로 재조명하며 이야기 속에 숨겨진 법적 쟁점을 함께 탐구하는 학회다. 학회장 김예빈(국어국문학과 24) 학우를 만나 법과문학연구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 ‘법과문학연구회’를 소개해 주세요.

성균관대학교 법과문학연구회는 2024년 3월에 창립된 신생 법학회입니다. 본 학회는 문학 작품을 읽고 그 속에 담긴 법적 쟁점을 발굴한 뒤, 현행 법률과 판례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법학이라는 학문을 보다 폭넓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학이라는 매개를 통해 법을 바라보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5 성균명품 스터디클럽에 선정되기도 한 만큼, 체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법과문학연구회’는 어떤 활동을 진행하고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듯 매주 학회원이 모두 모여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회원 3명이 한 조를 꾸려, 총 7개의 조로 나누어 활동합니다. 각 조는 돌아가며 발제를 진행합니다. 발제를 맡은 조는 하나의 문학 작품을 선정해 그 속에 담긴 법적 쟁점, 법적 쟁점과 관련된 법 조항, 쟁점별 법리적 분석을 진행합니다. 작품 속 사건과 관련된 현대의 판례를 조사하고, 의견이 나뉠 만한 토론 논제를 제시합니다. 이 모든 내용을 담은 발제문을 온라인으로 학회원과 공유합니다. 세미나가 시작되면 발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법학 퀴즈를 간단히 진행합니다. 이후 의회식 토론 방식으로 7개의 조가 돌아가며 토론을 진행하고, 토론 결과에 대해 학회원 간 투표를 진행해 최종 판결을 내립니다. 발제를 맡은 조는 법과문학연구회 공식 인스타그램에 카드뉴스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기별로 활동한 내용을 모아 회지를 제작하기도 하고, 법과 관련된 영화를 시청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법무법인 평정과 제휴를 맺어 법무법인 내 체험형 인턴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리트(LEET)* 특강 및 진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트(LEET):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 및 잠재적인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측정하는 시험.



| 법과문학연구회 활동이 가져다준 변화가 있나요?

법과문학연구회 활동을 통해 법을 보다 넓고 깊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문학 속 인물과 사건을 분석하면서 추상적인 법 개념이 문학 작품 속 구체적인 이해관계와 감정선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와 법에 대한 이해가 자연스럽게 깊어졌습니다. 판례를 찾아 분석, 해석하는 과정에서 법리적 사고력과 논리적인 시각도 함께 확장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학회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의견이 나오기도 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 지금까지 다루었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불륜 서사를 넘어 사랑과 결혼, 가정, 사회적 시선 등 다양한 층위의 문제를 담고 있어 법적인 관점에서 분석할 여지가 많았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을 중심으로 이혼 청구, 명예훼손, 학습권 침해 등의 법적 쟁점을 추출해 발제를 진행했으며, 특히 간통죄의 부활 여부를 놓고 열띤 찬반 토론을 펼쳤습니다. 작품에서 다뤄지는 갈등이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들이라, 현실적인 고민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여러 학우의 다양한 시각을 들으며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생활과 밀접한 법적 문제를 문학이라는 매개를 통해 훌륭히 다뤘다는 점에서, 인상 깊은 세미나였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세미나


|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활동하는 데 무리가 없을까요?

법학을 직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 작품을 통해 법을 간접적으로 접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세미나 진행 조를 구성할 때도 신입 부원과 기존 부원이 고르게 섞이도록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학회 분위기 역시 딱딱하고 경직된 법학 세미나보다는 법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유로운 토론의 장에 가깝습니다. 생소한 법률 용어나 판례가 나와도, 국가법령정보센터 등을 활용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점차 법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법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열린 자세로 참여한다면 충분히 즐겁게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 가입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법과문학연구회는 매 학기 신입 학회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서류 모집 이후 비대면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학회는 특정 학번이나 전공에 제한을 두지 않고, 문학과 법,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학회원들은 20학번부터 24학번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고, 전기전자공학부, 인공지능융합전공 등 이공계열 학우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법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더라도, 문학을 통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으니 법과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주저 말고 지원 부탁드립니다.


법과문학연구회 공식 인스타그램: @skku_ln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