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교수의 Behavioral Finance Lab
- 544호
- 기사입력 2024.07.24
- 취재 이주원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2699
비정형 데이터의 중요성을 행동재무 분야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얼굴, 음성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투자 성향, 경영 스타일을 밝혀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눈코입, 목소리의 높낮이 등 사람의 특성과 관련된 비정형 데이터와 주가나 투자수익률의 관계를 연구하는 김영한 교수의 Behavioral Finance Lab을 취재했다.
*기사 본문은 인터뷰 영상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으로, 영상 풀버전은 클릭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닥터 파이낸스 김영한 교수입니다. 오늘은 성균웹진 측의 질문에 대해서 Q&A를 해나가면서 우리 연구실의 모습이 어떤가에 대해서 같이 얘기를 나눌까 합니다.
- 교수님과 연구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연구실 이름은 Behavioral Finance Lab입니다. 투자자 심리학, 그리고 CEO의 심리학을 다룹니다. 코인 시장, 엔비디아 등에서 버블과 크래시 현상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거기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지를 텍스트 마이닝 같은 방법으로 추정해 낼 방법을 연구합니다. CEO의 특이한 심리적인 특질들이 있거든요. 지도자들일수록 근거 없는 자신감이 심하고요. 어떤 분들은 나르시시즘이 강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을 빅데이터적인 방법으로 측정하는 것들에 대해서 연구합니다. 제 랩실에서 특이한 것은 CEO의 얼굴에 나타나는 공격 성향에 대해서 연구해서 논문도 냈고, 학부생도 같이 공동 저자로 들어가서 연구를 해낸 것입니다. 워낙 인원수가 적어서 학부생들과도 연구 학점제와 같은 것을 통해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중입니다.
-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CEO의 공격 성향에 대한 연구입니다. CEO나 CFO가 가진 그 공격 성향이 재무 관리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위험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공격적인 분들은 더욱더 공격적인 부채 구조, 자본 구조를 가져가기도 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회사를 키우는 데 인수합병을 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조직을 성장시켜서 천천히 길러냅니다. 이 두 분의 얼굴에 드러나는 공격성이 다릅니다.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공격 성향도 있습니다. 음성 피치를 디지털 분석해서 그 회사의 주가 변동성 혹은 자본 구조와 연관되는 것을 밝혀내는 게 저희의 연구 목적입니다. 그 외에도 CEO가 인터뷰하거나 미디어에 노출될 때 드러나는 심리적 편향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 연구합니다. 예를 들면 제 첫 논문에서는 CEO의 언행을 텍스트 분석하여 남 탓을 많이 하는 CEO들이 더 잘 해고된다는 것, 즉 자신감을 키워주기도 하는 자기본위 편향성이 극단적일 때는 좋지 않다는 것을 연구한 바가 있습니다. 이렇듯 리더십과 깊게 연관된 CEO의 심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탑 콘퍼런스, 탑 저널 같은 것들을 일단 봐야 해요. 왜냐하면 그곳들에서 어떤 논문이 올해에 발표되느냐를 쭉 보면, 지금 최고의 학자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여러 가지 연구들이 앞으로 10~20년 동안 글로벌 학계를 선도해 나갈 논문들입니다. 거론되는 논문들을 보면서 저도 영감을 받아요. 최고의 학자들, 특히 라이징 스타들 혹은 탑 저널 에디터분들이 말씀하시는 것들이나 저널의 출판에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세미나 하시는 걸 들어가서 보기도 합니다. 그런 뒤 제가 관심 가지는 다른 분야와 융합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안해 봅니다. 그리고 구글 스칼라와 같은 데에서 선행 연구가 있는지 쭉 살펴보죠. 한 번 더 체크를 해보면서 데이터들을 모아보고 테스트를 해봅니다. 제가 생각했던 방향 쪽으로, 즉 가설대로 데이터가 확증돼서 나오는지 아닌지 검증을 해보고요. 결과를 경제학적으로 혹은 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해봅니다.
그리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논문을 씁니다. 그다음에는 콘퍼런스에 발표합니다. 그렇게 논문과 제 존재를 교수님들, 학자분들 또는 매니저들에게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고 광고하는 거죠. 마케팅입니다. 금융 분야이긴 하지만 결국 자기 아이디어를 설파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피드백도 많이 받고, 그렇게 알려지는 게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그렇게 해서 출판되는 과정이 대단히 오래 걸립니다. 보통 아이디어 시작한 다음부터 출판이 되기까지 3년 내지 5년, 때로는 10년에서 20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대단히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고요. 이런 건 사실 보수적인 저희 학계 쪽에서는 웬만해서 안 받아주려고 해요. 가는 곳마다 거절 받고 설움을 당하기 쉽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요. 저의 학문적 진정성을 가지고서 하는 것인 이상 즐거운 것, 그냥 제 관심이 가는 것을 그대로 순수하게 추구하는 거죠. 그게 학자로서의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프라이드를 가지고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요. 그런 것을 또 허용해 주시는 게 성균관대학교의 학풍이기도 합니다.
- 연구 분야의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해당 분야가 어떻게 발전되고 활용될까요?
목표 자체는 그냥 순수하게 학문적으로 재미있는 것을 열심히 연구하자 하는 거예요. 순수하게 이게 세상에 도움이 되겠구나, 혹은 학문 지식 차원에서 이런 거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들을 추구하고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한다’라고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비전, 활용에 대해서는 얼굴에 나타난 공격성 연구가 지금 정말 화제입니다. 심리학에서 나온 것들이 접목되는 거죠. 뇌 과학, 호르몬 연구와도 함께하는데 경영학 회계와 금융 쪽에서 접목이 많이 되고 있거든요.
회계학 쪽에서 연구 결과가 나간 게 있어요.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얼굴에 대한 것입니다. 공격성이 양날의 검이거든요. 좋게 쓰일 때가 있어요. 애널리스트들은 공부하고 분석하는 회사가 어떻게 될지를 알기 위해서 그 회사를 직접 방문해야겠죠. CEO, 공장 담당자들도 직접 만나봐서 그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직접 겪어봐야 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얼굴 사진을 분석했을 때, 더 공격적인 성향의 얼굴일 경우에 회사를 자주 방문해서 결국 실적을 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이 연구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오픈 AI의 DALL.E(OpenAI에서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모델)에게 물어봤습니다. 회사 실적을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애널리스트의 얼굴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그림1>과 같이 나왔습니다. 반면에 그 반대로 가장 부정확하게 예측하는 애널리스트 얼굴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그림2>와 같이 홀쭉하게 나왔습니다. 이게 뭐냐 하면 바로 『부자, 관상, 기술』(김영한, 2021)에서 말하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얼굴과 수비적인 성향이 강한 얼굴이 나오는 겁니다.
상단 <그림1>, 하단 <그림2>
연구했던 사항들이 벌써 DALL.E에 반영이 된 결과입니다. 앞으로 얼마큼 장래성이 있느냐 아니냐는 보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우리가 사회적으로 해석해 나갈지, 그리고 이 공격 성향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게 너무너무 많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는 분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연구실 자랑 부탁드립니다.
제 공동 저자 박수현 졸업생인데요(현 KT AI팀 개발). 얼굴 사진을 집어넣으면 파이썬으로 코딩해서 폭 나누기 높이를 해주는 계산 코드를 만들어 본인 깃허브에 올려놨습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그 코드를 다운로드해서 쓸 수 있게끔 풀어놨습니다. 그 후에는 음성 인식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도 연구했습니다. 음성 피치가 낮은 CEO들이 더욱더 공격적으로 은행 관리를 해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주로 곤경에 처했던 월스트리트 은행들을 보면, 그 CEO들의 음성 피치가 낮다는 것을 저희가 발견했습니다. 또 손은호(현 삼성전자 재무팀), 정준혁(현 홍콩 헤지펀드 PAG) 이런 훌륭한 제자들이 계속 있어왔고, 임선호 제자도 있고요. 학부생으로서 파이썬 코딩 같은 걸 많이 도와줘 왔고 앞으로도 재미있는 연구를 같이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략 박사 하신 김민지 박사님도 지금 부산대에서 연구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고요. 이분도 얼굴에 나타난 공격성을 가지고 연구를 같이 해오고 있습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지적인 호기심이 강한 친구들, 남들 따라 하지 않는 친구들, 힘든 일이 있어도 자기 갈 길 가겠다는 친구들이 좋고요. 그다음에는 코딩 능력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발전하겠다, 내지는 불완전하지만 가면서 완전하게 만들겠다 하는 도전 정신을 가진 친구들이 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자격이나 능력 이런 거를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지적 호기심을 위해서 열심히 한번 이 한목숨 바쳐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는 열정적인 친구들, 앞뒤 안 가리고 하는 그런 친구들이 좋습니다. 굳이 CEO 심리나 투자 심리에 접목이 안 돼도 괜찮습니다. 제 분야가 시장 효율 등도 포함하기 때문에 폭넓게, 다양하게 여러 관심사를 가지고 와서 연구를 같이했으면 좋겠습니다.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시고, 진정성 있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자신의 갈 길을 가는 연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에 어떤 실적과 성과를 내기 위해서 단기적으로 하는 것에는 젖어 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외로운 길이예요. 어떤 건 10년, 어떤 것은 계속 가도 출판이 안 되는 워킹 페이퍼(논문으로써 완결성은 있지만 작성 중인 논문)로 남아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걸 해낼 수 있는 희망이 있는 나라이고, 성균관대학교도 그런 걸 해낼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연구자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제 주변에 많은 교수님들은 탑 저널에 많이 내시고, 특히 성균관대 경영대 선배님이신 최종범 교수님께서는 기록을 최소한 두 가지를 세우셨어요. 2009년에 서정원 교수님과 함께 금융 쪽 탑 저널에 최초로 한국인들끼리만 작성하여 게재되셨는데, 한국의 어떤 대학도 이루지 못했던 최초의 기록입니다. 그 후 정년 퇴임하시는 해에도 또다시 한국 사람들끼리 논문을 써서 탑 저널에 게재를 하셨는데, 이 역시 한국 모든 대학 통틀어 최초의 자랑스러운 기록입니다. 정년 퇴임하신 요즘에도 계속 도서관에 나오셔서 연구하시고 순수한 학술 연구에 열정을 바치십니다. 그래서 우리 학부생 여러분들, 또 대학원생 여러분들이 후배로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걸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꾸준히 하시고, 학계로 가는 것도 좋고 또 업계로 간다고 하더라도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 진정성 있게 이 나라와 이 세계를 위해서 공헌하시는 분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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