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철 교수의 식물분자계통분류학 연구실

  • 548호
  • 기사입력 2024.09.24
  • 취재 이주원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1872

성균관대학교에 한국 식물분류학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깊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연구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식물분자계통분류학 연구실(Plant Molecular Phylogenetics Lab)은 1954년 출범하였으며, 현재는 김승철 교수가 2009년 부임한 이래로 식물이 겪는 다양한 현상과 관계에 대해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연구실의 이야기를 함께 알아보자.


2024년 8월 김승철 교수 홍도 식물 채집 가는 중 


♣ 연구실에 소개 부탁드립니다.

식물분자계통분류학 연구실은 한국 식물분류학계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은 학과가 창설된 다음 해인 1954년, 한국 식물분류학계의 선각자이셨던 하은(霞隱) 정태현 1대 교수님이 부임하시면서 출범했습니다. 1981년에 2대 이상태 교수님이 부임하시어 국내 최초로 화분학(Palynology)을 도입하셔서 많은 후학을 양성하셨습니다. 저는 2009년 9월부터 3대 교수로 부임해 성균관대학교 식물분류학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생물학의 기초이며 중요한 근간이 되는 분류학적/진화학적 문제 등을 다양한 연구 방식과 분자 마커의 활용을 통해 식물의 다양성과 진화의 비밀을 밝히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본 연구실은 최신의 다양한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특정 식물 그룹(예: 카나리 제도, 울릉도, 제주도의 섬 고유종,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 주요 식물, 외래식물 등)의 기원과 진화적 메커니즘 그리고 계통학적 유연관계를 파악하는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희귀식물 보존, 외래 잡초 분류군의 침입, 잡종화, 계통지리학 및 생물지리학과 같은 다양한 주제와 방식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에 알맞은 다양한 연구 방법론과 분자 마커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식물 다양성의 생성 기작과 계통학적 양상을 밝히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의 중요한 연구 활동 중의 하나는 섬 식물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부분입니다. 섬에 분포하는 고유식물들은 식물들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들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연구는 생물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섬은 자연의 실험실(Natural laboratory)이라 할 수 있지요. 우리 연구실에서 수행한 한국의 섬 식물에 관한 대표적 연구 중에는 제주도에 분포하는 왕벚나무의 기원에 관한 연구가 있습니다. 여러 분자 마커를 사용하여 왕벚나무가 제주도에 분포하는 두 벚나무류 부모종으로부터 잡종 기원이 된 것을 밝혔으며, 제주도의 왕벚나무는 일본의 소메이요시노 왕벚 재배종과는 기원이 다르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오랜 기간 지속된 사회적 논쟁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가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울릉도에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들의 기원과 진화 또한 중요한 연구 활동 중의 하나입니다. 울릉도는 “향상진화(anagenetic speciation)”라는 독특한 종 분화 기작을 통해 많은 고유종이 탄생한 세계 유일의 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식물 진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식물 다양성 생성 기작을 파악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세계에서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고유식물들(예: 섬현삼, 섬개야광나무, 우산제비꽃, 섬노루귀, 섬벚나무, 등)의 보전과 복원에 필요한 중요한 유전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서양에 있는 카나리 제도(Canary archipelago, Spain)와 태평양에 있는 원퍼난데즈 제도(Juan Fernandez archipelago, Chile) 또한 중요한 자연의 실험실 중 좋은 예입니다. 이 섬들에서 많은 고유 식물종이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 기작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마치 Charles Darwin이 Galapagos 섬에서 연구한 finch 새들과 비슷한 경우이죠. 우리 연구실에서는 오랫동안 적응 방산에 의해 탄생한 식물 그룹들에 대한 분자계통학적 연구를 통해 이들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고(예: woody Sonchus alliance, Dendroseris, Robinsonia, Erigeron, Thamnoseris, Crambe 등), 이를 통해 섬에서 분화한 고유식물들의 중요성과 보전에 관한 정보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카나리섬에 분포하는 Echium 대표종들의 유전체를 해독하여 형태적인 차이 및 적응 메커니즘을 파악함으로써 종들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섬 식물 연구들은 형태학적, 분자계통학적, 진화유전체학적 연구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일반적으로 연구의 시작은 식물 분류군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종들의 계통학적 관계를 모르는 경우와 종들의 범위가 불분명한 경우, 유전적 다양성 및 분화 정보가 없는 경우 등이겠죠. 이러한 분류군들을 문헌조사 및 필드 경험을 통해 선정한 후 수차례의 필드 조사와 샘플링을 통해 채집합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필드 조사는 많이 힘들기도 하지만 아주 흥미롭기도 하죠. 물론 분류군이 분포하는 장소와 접근성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이후 연구 대상 분류군들의 형태적인 변이를 파악하고 DNA를 추출해서 분자계통학적 연구를 실행합니다. 분자 마커는 연구에서 묻고자 하는 질문에 따라서 여러 종류를 선정하여 사용합니다(예: chloroplast genome, nuclear genes, transcriptomes 등). 이후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사용하여 계통수(phylogenetic tree)를 작성하게 됩니다. 특히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방법으로 생성된 데이터들은 여러 생물정보학적 파이프라인(bioinformatics pipeline)을 사용하여 분석합니다. 분석된 결과들을 통해 종들의 관계 규명 및 진화 역사 유추, 생물지리학적 해석 도출, 분자시계를 이용한 연대 예측, 유전적 다양성 및 종간 분화도 등을 최종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 연구는 각 종마다 유전체를 조립(assemble)하고, 비교유전체학(comparative genomics)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질문들에 답변하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우리 연구실은 생물학의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방면의 기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또는 세계에 분포하는 특정 식물들의 분류체계를 제시하고 식물상들을 구축함으로써, 종 다양성 통계를 수립하고 이들의 실용적 활용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이 있는지 모르면 무엇을 보존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종 분화 기작 연구를 통해 얻은 연구 결과가 생물학의 기초지식과 개념의 진보에 활용되면, 진화학적, 발생학적, 생태학적 연구 방향으로 발전하며 전반적인 생물들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분류군들(예: 장미 등)의 유전체 해독을 통해 환경 적응에 중요한 유전자나 경제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형질에 대한 유전자의 선별을 통해 우리 사회의 주요 식물자원들의 개량과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분야의 앞으로의 비전과 연구실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식물종들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 및 생태계의 순환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종들의 위기, 특히 여러 생태계에 분포하는 식물종들의 위기는 인간종의 생존과 미래 세대에 지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식물의 다양성과 이들의 계통 관계, 진화 역사 등을 추론하며 종 보존 및 복원을 위한 유전 다양성 기초 데이터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은닉종(cryptic species)들을 발굴하여 생물 종 다양성 증가에 기여하고(예: 태백개별꽃, 한국앉은부채, 섬진달래, 자옥취, 남해분취 등), 식물종 간의 계통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화장품, 바이오 의약품 개발 분야에서 유용한 식물 후보종을 발굴하는데 높은 과학적 예견성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유전적 다양성, 구조 및 분화도를 파악하는 집단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멸종 위기종들의 지속 가능한 보전 및 복원 전략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물은 국가적색목록(Korean Red List) 수립 등과 같은 직접적인 환경정책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실의 연구 분야는 생물학의 여러 분야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계통분류학은 진화생물학, 생태학 등 모든 생물학의 근간으로써 더 이상 지엽적인 연구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중심 역할을 하고 있어서 많은 관심과 비전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실의 목표는 지구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많은 식물들이 멸종되기 전에 발견하고 연구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초자료들을 축적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우리 사회와 모든 미래 세대의 지속적인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입니다.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실 자랑 부탁드립니다.

연구 대상 분류군들이 분포하는 섬(“natural laboratory”) 또는 특정 지역이 우리 연구실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선택한 분류군이 자생하는 지역에서 연구 활동 등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밤낮으로 연구실 bench에 앉아서 연구하는 부분도 아주 중요하지만, 국내/세계적인 여러 장소에서의 채집 활동, 현지 공동연구자들과의 교류, 국제적 network 등을 통해 연구자로 성장하며 보다 넓게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수행하는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자신이 특정 분류군의 국내/국제적 전문가가 되어 식물분류학 분야에 기여하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음 세대를 위한 종(식물) 보전에 중요한 역할과 교육 의무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한국 식물분류학의 시초가 된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식물분류학연구실은 긴 역사와 전통이 있으며, 현재 섬 식물들의 기원과 진화 연구에 대한 국내/국제적 명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은 정태현 1대 교수님이 설립하신 식물표본관(SKK)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표본관의 하나로써 정태현 교수님이 한국 최초의 도감을 만들 때 사용하셨던 표본들과 원고, 도해들을 보유하며 연구 및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 중요한 대학 표본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우리 연구실에 들어오기 위해 특별한 능력이나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도 그렇듯이 생물다양성, 특히 식물의 다양성과 이들의 진화 역사에 관심이 많으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곤충(나비)에 관심이 아주 많았었습니다. 식물과 곤충들의 관계에 관심이 많으면 식물분류학적 연구를 통해 이들 간의 상호 진화 역사를 규명해 나가는 아주 흥미로운 연구를 할 수 있죠. 특히 요즘은 식물분류학의 한 부분이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tool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경험이 있고 관심이 있는 학생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자연에 관한 열정과 관심이 있고 궁금해하는 학생이면(i.e. naturalists) 아주 좋습니다.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연구원은 내가 좋아하는 연구를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커리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원하는 특정 커리어까지 도달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고 많은 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연구원 커리어에서 본인이 어떤 커리어에 도달해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장담도 할 수 없습니다. 훌륭한 멘토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세요. 열려 있는(open mind) 자세로 열심히 생활하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길 바랍니다. 자기를 감싸고 있는 comfort zone으로부터 과감히 탈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본인의 능력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구원의 길은 BS, MS, PhD, Postdoc, Faculty/Researcher의 단계마다 성취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이를 하나씩 근면하게 완수하면 어느덧 훌륭한 특정 커리어의 연구원으로 성장한 자신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이 다음 세대 연구원의 좋은 멘토가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균 동창의 한 명으로서 후배 연구원들에게 끊임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view/haeun-skku/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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