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 교수의 자연모사 생체재료공학 연구실

  • 575호
  • 기사입력 2025.11.11
  • 취재 임지민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3338

성균융합원 소속 자연모사 생체재료공학 연구실(Nature-inspired Biomaterial Engineering Lab)은 ‘자연이 가진 원리로 인체를 치유한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신미경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실은 바다의 홍합과 갯지렁이, 와인 속 폴리페놀 분자 등 자연 속 생명체에서 영감을 받아, 손상된 인체 조직을 복원하고 재생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한다. 단순한 화학적 합성이 아닌, 자연의 접착·전도·재생 메커니즘을 모사해 실제 치료 기술로 확장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이번 연구실 탐방에서는 신미경 교수로부터 생체소재 연구의 과학적 원리와 실제 의료 응용 가능성, 그리고 학제 간 협업이 만들어낸 시너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더불어 석·박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인 이재범 연구원을 만나 연구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연구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구실은 조직재생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생체재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심장, 근육, 뇌, 말초신경과 같은 전기활성을 띠는 조직들의 재생을 위한 새로운 물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체 내에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조직접착성을 보유하고, 전기자극 또한 가할 수 있는 전도성을 가진 소프트 생체재료 개발을 연구합니다. 이러한 바이오 신소재들은 그 자체로도 조직재생에 기여할 수 있고, 세포나 약물 전달체로써도 활용될 수 있어서, 여러 연구실 및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대표적인 연구활동으로는, 히알루론산, 알지네이트와 같은 천연고분자와 접착성이 있는 분자들을 결합하여, 주사가 가능하면서도, 접착성, 전도성을 보유한 하이드로젤을 개발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소재들을 최근 각광받는 체내이식용 전자 소자와 융합하여 근육 및 신경에 조직 손상 없이 전기 자극을 가하고, 근손실부의 재생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연구들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이를 체외 장착할 수 있는 로봇과 연결하여 재활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2023년에 Nature 저널에 보고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 천연고분자의 기계적물성을 조절하여 필름이나 패치 타입의 이식형 소재들을 개발한 바 있고, 이를 기반으로 신경을 전기 자극하여 재생하거나, 절단된 신경을 마치 ‘스티커’처럼 이어 붙일 수 있는 소재들을 개발해 2024년 Advanced Materials, ACS Nano등의 저널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저희 학교 전자과 손동희 교수님과의 활발한 공동연구를 통해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저희 연구실은 새로운 특성을 보유한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원하는 특성을 먼저 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료를 합성하는 일을 제일 먼저 수행하게 됩니다.

이후, 원하는 특성이 제대로 발휘되는지를 여러 가지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합성 방법을 정립합니다. 모든 소재들은 최종적으로 체내에 사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세포독성을 평가하고, 이와 함께 동물실험을 통해 생체적합성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어떤 종류의 조직재생에 효과적일지를 미리 결정해 두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오는 경우들도 있어서 연구가설에 맞게 치료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초기에 진행하는 경우들도 있고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재료합성-특성분석-세포실험/동물실험의 순서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대부분 특허출원 이후, 학술 논문 게재로 이어지게 됩니다. 개발된 생체 소재를 인체 내에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그에 맞는 허가 과정 이후 상용화가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저희 연구실에서 2022년에 개발한 상처치유용 하이드로젤 지혈제 관련 기술을 최근에 국내의 기업에 기술이전 하였고, 현재는 해당 기술을 실제 제품화하기 위해 기업에서 해당 소재를 대량으로 합성하는 공정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 연구의 특성상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물이 실생활에 오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과 돈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국내기술로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부분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본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분야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새로운 치료법을 필요로 하는 난치성 신경-근육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소재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손상된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소재일 수도 있고, 조직을 재생하기 위해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생체적합성 소재, 인체 삽입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외과수술/치료 자체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 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술들은 단기간에 나오는 것은 아니며 의료진, 동료연구진과의 협업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나온 소재가 실제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연구실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 연구실의 자랑거리라면, 연구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와 실험시설이 위치적으로 가까이에 잘 구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필요한 검증을 위한 세포 및 동물실험을 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저희 연구실은 다수의 병원과 다양한 연구실과의 융합연구를 지향하는 편이고, 이로부터 배움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특별한 자격이나 능력은 없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독립적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자세, 이런 것들이 연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데요. 새로운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알아가려는 자세를 갖춘 학생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의 다른 연구자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보니, 영어공부도 필요할 수 있겠네요. (웃음)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연구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는 분야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니라 내 지식을 채우게 되고, 보람된 기분을 분명 느끼게 됩니다. 힘든 만큼 잘 해결되었을 때의 성취감이 매우 높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보다는 일단 도전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연구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다 보면, 그 모든 것이 나에게 기회로 다가옵니다.


신미경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소속으로, 자연에서 발견한 원리를 바탕으로 인체 조직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그는 생체소재와 전자공학, 로봇공학을 융합한 차세대 재활기술 연구를 이끌며, 근육 손상 환자를 위한 ‘주사형 전도성 하이드로겔’과 ‘신축성 자가치유 전극’을 결합한 폐루프 로봇 재활  개발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해당 연구는 2025년 5월, Nature Protocols에 게재되며 성균관대 연구진이 재활 의료 기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번 연구는 손상된 조직의 전기적 신호를 정밀하게 감지하고, 이에 따라 로봇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근육뿐 아니라 신경, 심장, 척수 등 다양한 전기활성 조직 재생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러한 융합 연구를 주도하는 신미경 교수를 만나, 과학적 도전의 배경과 그 속에 담긴 비전을 들어보았다.


| 연구 주제를 구상하게 된 배경과, 이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가장 큰 과학적·기술적 과제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연구논문은 2023년에 Nature지에 게재했던 연구결과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으로, 바이오소재, 바이오전자를 융합하는 기술을 다른 연구자들이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토콜화 하는 내용입니다. 심각한 근손실을 겪는 환자들의 경우 조직재생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재활치료를 받을 수 없는데, 개발한 소프트 하이드로젤, 체내 이식 소자 시스템을 함께 활용하여, 체외 장착 로봇의 도움을 받으면 손상된 근육을 조금 더 빨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재활치료가 가능한 것을 검증한 내용입니다. 근육을 잘 사용할 수 있게 하면 그만큼 재생을 촉진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식되는 소재 자체도 세포나 약물의 도움 없이 근육재생치료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 바이오소재, 생체전자, 로봇공학이 결합된 이번 연구는 다양한 전공 분야의 협업이 핵심일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 내 융합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시너지가 발휘된 사례가 있었나요?

다양한 전공분야의 협업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을 도출할 수 있는 만큼, 같은 연구결과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보니 의견충돌이 생길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함께 연구하시는 교수님과 주저자 학생들과의 잦은 소통을 통해 더욱 좋은 그림들을 그려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연구실에서 개발한 하이드로젤 기반 바이오 소재가 새로운 화학적 결합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는데, 함께 연구하다 보니 좋은 특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를 통해 바이오 전자와의 융합가능성까지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협업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연구였다고 생각합니다.


| 학부 시절부터 박사, 해외 연구, 그리고 현재 성균관대 교수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연구자로서의 방향을 결정지은 전환점이나 사건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키운 적도 있었고요. 그 과정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하진 않더라도, 이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의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가르치는 일도 좋아했었고, 학부 때 아르바이트 겸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냈을 때 보람도 느꼈던 것 같아요. 가르치는 일과 과학기술 개발 모두를 할 수 있는 직업이 대학교수이면서 연구자였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의료기술이라고 생각하였었지만. 학부 때 '생체모방공학' 수업을 수강하면서, 생체 모사 재료에 대해 더욱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학부수업이 제 연구자로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 큰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 포스코 청암 사이언스 펠로와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등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러한 성과가 연구자로서의 목표나 책임감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운이 좋게도 영예로운 상들을 수상할 수 있는 기회들을 얻었는데, 그로부터 조금 더 학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명확히 생긴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 이야기들을 통해서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앞으로도 앞서 이야기한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바이오 소재 개발을 통해 난치성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치료기술개발에 이로운 연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다음으로는 본 연구실 이재범 원우를 만나 연구원의 입장에서의 NBEL 생활을 물었다.


| 연구원의 입장에서 연구실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신미경교수님 연구실에서 석박통합과정을 하고 있는 이재범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자연모사 생체재료 연구실로, 말 그대로 자연 속에 존재하는 물질의 화학적·물리적 원리를 모방하여 새로운 생체재료를 설계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는 홍합이나 갯지렁이와 같은 해양 동물, 그리고 와인이나 찻잎 속 식물 분자에서 발견되는 접착 원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원리를 모방해 접착성 생체재료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파티클 형태의 약물 전달 시스템, 생체전자소재용 인터페이스, 그리고 조직 재생을 위한 하이드로젤까지 폭넓게 응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점은, 단순히 소재개발 한 단계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체재료를 합성하는 단계부터 시작해, 재료 분석, 세포 실험, 그리고 동물 실험까지 연구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험을 거쳐 최종 결과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연구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연구원으로서 생활하면서 가장 좋았거나 뿌듯했던 기억에 대해 알려주세요.

처음 논문이 나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정말 뿌듯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또 어떻게 제출하는지도 잘 몰라서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대로 하나하나 따라가며 진행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결국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했던 실험들과 작성했던 글들이 그대로 논문으로 세상에 나온다는 게 참 신기했고, 동시에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다른 나라의 연구자분들이 제 논문을 인용하는 걸 봤을 때는, 단순히 성과를 낸 것을 넘어 제가 연구자로서 인정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이후 연구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습니다.


| 연구자로서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앞선 답변들과 이어지는 부분이지만, 저는 제가 한 연구가 인정받을 때 가장 큰 성취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처음 논문이 출판되었을 때도 그랬고, 다른 연구에서 제 논문이 인용되는 것을 보았을 때도 제 연구가 단순한 실험 결과에 그치지 않고 학문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면서, 제가 만든 재료와 아이디어가 담긴 결과들을 좋은 저널에 발표하여 연구자로서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 제가 만든 재료가 실제로 상용화되어 의료 현장이나 산업에 활용되는 모습을 본다면 연구자로서 더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거나 꿈꾸는 학부생이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저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연구실을 고민하는 학부생들에겐 대학원 생활이 더욱 긴 시간으로 느껴질 거라 생각됩니다. 석박사 과정이 몇 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자의 커리어 전체로 보면 대학원은 출발 단계일 뿐입니다. 당장은 막막하게 보이더라도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