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탐방 <br>생체의료용고분자연구실

연구실 탐방
생체의료용고분자연구실

  • 335호
  • 기사입력 2015.11.13
  • 취재 정예원 기자
  • 편집 유정수 기자
  • 조회수 10470

학교를 걷다 보면 여러 연구실과 실험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무엇인지, 연구자는 누구인지 궁금하다. 자연과학캠퍼스는 해가 져도 불 켜져 있는 건물이 많다. 연구실에 학생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궁금증을 품고 있는데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연구실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그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주인공은 화학공학과 박재형 교수의 지도로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성과를 내는 생체의료용고분자연구실이다.

- 연구실 소개

개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생체의료용 고분자연구실에서는 암이나 관절염과 같은 질병에 대해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나노의약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항암제를 이용한 암 치료는 10개 중 1의 항암제만이 암세포를 공격하고, 이하 9할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게 됨으로써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이런 항암제만 직접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생체적합성이 높은 나노미터 규모의 고분자입자에 넣어 투여한 후 암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들에 의해 약물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하는 감응형 나노의약품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고분자 물질에 국한되지 않고, 특정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기능을 못 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전달하거나(gene delivery), 면역학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Immunotherapy에 관한 연구 등 다양하고 전도유망한 분야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재형 교수님 지도 덕분에 구성원들 모두 여러 학회에서 우수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그 연구역량을 인정받아 수상경력을 올리고 있습니다.

- 대표적인 연구 활동

실험실 구성원들 모두 크게 나노의약품에 포함되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물질을 매개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매개인 고분자나노입자 외 다양한 약무전달체로 개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질환부위 조건에서 특징적으로 형광을 띄어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암세포에 독성을 띄는 물질이 방출되어 진단(Diagnosis)과 치료(Therapy)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진단치료용(Theranostics)의약품을 개발합니다.

- 연구실 입실 계기

저는 대학교 들어오기 전부터 진로를 공부를 더 하는 쪽으로 고민해왔어요. 전공공부도 재미있었기에 학부 때부터 대학원 진학 의지가 확고했습니다. 학부 3학년 때 현재 지도교수님인 박재형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했고 교수님이 실험실과 학부생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셨어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그분과 첫 면담을 했습니다. 이는 학부생활부터 대학원 진학까지 깊고 폭넓게 대화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후로 팀 연구프로젝트(현재 우리 학교 공과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학원생-대학생 협동 연구과목)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연구실에 석·박통합과정으로 입학했습니다.

- 연구 중 해프닝

이제 1년 남짓 실험실 생활을 하는 신입생의 입장에서 힘들다고 하는 건 투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인 연구주제나 실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지만 공부가 부족해 스스로 답답해하는 것이 힘들다면 힘들다는 점이죠. 모든 공부의 기반이 되는 논문을 읽고 쓰는 것이 영어를 매개로 하기에 좀 더 높은 장벽이 있는 듯합니다. 이를 제외하면 실험을 배우고, 적용하고, 응용해서 나온 결과를 보면 기분이 좋아요.

선배들이 잊지 못할 사건이라고 이야기하는 해프닝이 하나 있습니다. 밤늦게 합성실험을 하고 건조된 물질을 용기에 덜어내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그 결과는 다음 단계 실험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수득률이 매우 낮았습니다. 속상해하면서 실험대를 붙잡고 한숨을 쉬며 앉았는데 그 한숨에 물질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3년 차 선배가 한 15분을 쉬지도 않고 웃으셨는데 저도 어이가 없어서 따라 웃고 있더라고요. 실험은 깔끔하게 접었습니다.

- 박재형 지도교수님과 연구원들 간의 분위기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구실 분위기는 연구 성과가 말해주고 있죠. 교수님은 Thomson Reuters의 결과뿐만 아니라 올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여러 Fellowship에 동시 선정되셨습니다. 박사과정 선배들도 여러 학술대회와 워크숍에서 우수논문발표자 수상을 해 연구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런 결과를 이뤄내는데 교수님의 배려와 지도능력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더불어 실험실 구성원들 간의 도움도 절대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모두 남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서로를 돕고 위하는 분위기입니다.

- 글로벌 박사 펠로우쉽에 선정된 분의 지원 과정과 후기

현재 우리 연구실에서 4명이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으며 미래 기초과학 핵심리더 양성사업에 선정된 분이 있습니다. ( 융합의과학과 허로운 석박사통합과정 7기 - 12년도 하반기 글로벌 박사펠로우십 선정)
글로벌 박사펠로우쉽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을 때 각종 혜택 및 펠로우쉽 내용이 매우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열심히 준비해 선정된다면 학위과정 동안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서류 및 발표과정을 영어로 준비해야 했고 처음 써보는 연구계획서와 각종 지원서류 작성 때문에 수차례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먼저 선정되었던 선배와 실험실 동료들, 교수님의 배려와 지도가 없었더라면 서류통과도 힘들었을 듯합니다. 1차 서류통과 후 발표평가를 위해 밤낮으로 발표준비에 매진한 결과 글로벌박사 펠로우쉽에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지원 과정 동안 앞으로 해 나갈 연구에 대한 방향과 틀을 닦았으며 선정 이후 재정적인 부담이나 고민 없이 연구에 몰두하며 해외학회에도 참석하는 등 견문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박사펠로우쉽은 연구과정 동안 마주하는 각종 어려움 속에서 목표를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연구생활의 길잡이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앉아서 공부하거나 실험과정을 따라다니며 배우다 보면 나도 2~3년 뒤엔 이렇게 후배를 가르치고 내 일을 능동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만큼 선배들과 한 명뿐인 제 동기에게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도움을 받고 있기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 트렌드와 아이디어 파악
연구와 박사 과정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한 가지 일에 매진하기보다 세상에 필요하고 주변이 요구하는 것을 파악할 줄 아는 귀와 남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분야를 파악하는 눈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같은 현상이라도 다른 관점으로 파악해 색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아이디어가 좋은 연구결과와 촉망받는 연구자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 실험진행
파악한 트렌드와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하나의 연구 타이틀을 정하는 것으로 연구과정을 시작합니다. 우리 실험실에서는 크게 3단계로 실험이 진행됩니다.

1단계: 확정된 연구주제에 적합한 물질을 문헌조사(논문조사)를 병행하여 구조를 설계하고 이 과정이 완료되면 물질합성을 진행합니다. 이 물질은 고분자 나노입자가 될 수도 있고 유전자 복합체일 수도 있습니다. 구조분석기기 등을 이용하여 물질 합성 여부를 확정 짓게 되고 그 구조를 얻는 데 필요한 실험조건을 확립합니다. 설계 및 합성 조건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2단계: 물질이 완성되면 In vitro 실험단계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약물이 원하는 조건에서 잘 방출되는지, 물질이 세포독성을 가졌는지, 세포 속으로 잘 침투하는지에 대한 생체 외 실험을 진행합니다.
3단계: In vivo라는 실험 단계로 동물실험입니다. 소동물모델(쥐, 토끼 등)에 해당 질병을 유발해 물질이 질병 부위에 집중적으로 가는지(biodistribution), 실질적인 치료 효과가 있는지(therapy) 등을 관찰합니다.

- 논문작성
이렇게 얻은 결과를 논리정연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단계입니다. 사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죠. 같은 결과를 쓰더라도 글의 논리성이 저명한 저널에 논문 투고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와 교수님이 논문을 작성 및 수정하여 투고하여 출판되기까지가 연구 과정의 대략적인 맥락입니다.
한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투고하는 데까지 평균적인 소요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수개월에서 수년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제 친구들과 후배들도 취업과 진학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당장 경제적인 문제 또는 기타 외적인 이유로 취직을 우선하기도 하고 조금 늦게 취직을 하더라도 더 공부하고 싶어 진학을 우선하기도 하죠. 선택은 여러분의 상황에 따라 직접 하는 거지만 제가 수업을 듣다 보면 직장에 다니면서 학위취득을 위해 오는 분도 상당수 있습니다. 학위가 필요해서 또는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본인의 지식이 부족하다 여기셔서 오시기도 해요. 그만큼 배움과 앎에는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시는 거죠.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앉아서 연구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 분도 있을 겁니다. 현장에서 직접 겪고 부딪히며 경험을 얻는 것이 우선이라면 먼저 현장에 나가는 길을 택하는 게 옳겠죠.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면 당장 돈도 못 벌고 왠지 뒤처질 것 같다는 고민으로 진학을 망설이는 분이 계신다면 고민을 접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공부하는 것이 시간 낭비며 불안의 요소라고 여기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 나중에 더 큰 세계에 높은 위치에 올라가는 발판이라고 생각하세요. 취직을 2년, 4년 늦게 한다고 해도 학위과정 중 여러분이 쌓게 될 경험이나 경력은 남이 갖지 못한 결정적인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글로벌박사펠로우십에 선정되는 것이 가장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내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앞으로 진행할 연구 주제와 연구자로서의 '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결과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가적으로는 좀 더 좋은 질의 연구결과를 내기 위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박사학위를 얻는 과정 동안 fancy 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연구자의 역량과 이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싶어요. 훌륭한 연구자에 걸맞은 능력을 쌓고자 노력하면서 같은 꿈을 꾸는 미래의 대학원생을 지도하고 싶습니다.
박재형 교수님 연구실 http://home.skku.edu/~biomac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