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문화연구원

대동문화연구원

  • 398호
  • 기사입력 2018.06.30
  • 취재 최윤서 기자
  • 편집 양윤식 기자
  • 조회수 4330

오직 우리 성균관대학교에서만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은? 바로 성균논어이다. 이와 같은 제도에서 드러나듯, 성균관대학교는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답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보존과 계승, 발전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가치를 좇은 지 벌써 60주년이 된 연구원이 우리 학교에 있다. 바로 대동문화연구원이다. 이번 성균웹진 연구실탐방에서는 개원 60주년을 맞은 대동문화연구원의 안대회 원장님을 찾아가 보았다.

Q. 대동문화연구원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대동문화연구원은 한국학을 중심으로 한 동양문화의 연구와 국제적 문화 교류를 토대로 한 이해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이와 관련한 연구총서와 간행물을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고서 번역이나 db화 등 다양한 연구사업 역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1958년에 개원한 대동문화 연구원은 성균관대학교 연구원의 초창기 멤버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분야보다 ‘대동문화’에 대한 연구원이 먼저 세워진 이유나 설립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우선 본 연구원의 설립 시기에 한국학과 국학에 대한 인식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에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성균관대학교가 유교를 학교의 이념으로 삼고 있는 만큼 다른 곳들보다 더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죠. 대표적으로 국학을 연구하는 기관이 연세대학교의 국학연구원과 고려대학교의 민족문화연구원인데, 성균관대학교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대동문화연구원’이라는 국학전문연구기관을 창설하여 한국학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사안이 궁금합니다.

A. 팀 차원의 사업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업은 ‘경상도 대구부호적 전산화’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는데, 10년 동안 1681년부터 1876년까지 187책, 902개 면, 4,300여 만자에 달하는 대구부호적을 db화하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이는 인구학, 계보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제간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두 번째 사업은 ‘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입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이 사업은 한국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고전들의 번역 작업을 수행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연구원 간의 윤독과 저명한 학자의 교열을 통해 더욱 수준 높은 번역서를 출간하고자 합니다. 현재까지 ‘무명자집’과 ‘환재집’을 출간한 상태이며, ‘명고전집’, ‘삼산재집’, ‘풍고집’, ‘이계집’의 출판도 원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사업은 ‘연행록 정본화·DB 구축’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행록은 조선시대에 중국에 다녀온 사신들이나 그 수행원들이 남긴 기행문을 말하는데, 당시 중국의 모습이나 이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이 잘 드러나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입니다. 특히 중국을 방문한 후 쓰인 저서 중 가장 완성도가 높고 방대한 양의 자료를 자랑하는 것이 연행록이죠.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연행록을 수집, 정리하고 DB구축을 통한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 사업팀의 업무입니다.



팀 과업 외에 개인 연구도 진행되었는데요, 대표적으로 ‘헝가리 문학, 동유럽 외교문서 동유럽 출처의 동아시아 관련 자료연구’, ‘한문산문, 조선후기 서얼학의 계보, 학적층위와 실학적 지향을 중심으로’ 등의 주제가 있습니다.

Q. 원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본 연구원에서 주로 다루는 과제는 한국 고유의 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외국과의 교류도 매우 활발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부분에서 교류가 가능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많은 분들이 ‘한국학’을 연구한다고 하면 이를 연구하는 곳이 한국으로 국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한국학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곳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학은 배움의 열기가 매우 뜨거운 학문이 되었죠. 따라서 본 연구원은 현재 중국 27곳, 일본 52곳, 유럽과 미국 20곳, 총 72기관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학을 공부하고 연구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교류는 본 연구원이 타국의 연구원이나 학교에게 자료 등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인가요?

A. 물론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꼭 교류가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교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겠지요. 한국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외부의 시선’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내부에서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서양의 시각에서 일깨워줌으로써 연구의 돌파구를 찾기도 합니다. 적극적인 교류는 두 곳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되는 것이죠.

Q. 대동문화연구소 홈페이지의 메뉴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이 ‘호적db’라는 섹션이었습니다. 호적 DB가 무엇이고, 현시대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호적은 지금의 주민등록증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호주(戶主)와 가족과의 관계, 본적지, 출생연월일 따위를 적은 공문서인데요, 이를 모아놓은 호적 대장은 옛 생활사와 사회경제사를 바라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사실적인 통계자료입니다. 대장에 기록된 것을 바탕으로 인구통계, 남녀구성비, 신분 비율, 토지 소유의 현황 등 매우 다양한 자료들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호적을 조금 더 편리하게 연구에 이용하기 위해 대동문화연구원에서는 오래전부터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호적과 관련해서는 대동문화연구원이 가장 길고 탄탄하게 업적을 쌓아왔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나라’를 기준으로 작성된 이러한 호적을 바탕으로, ‘가문’을 중심으로 하는 족보를 연구해볼 계획입니다.

Q. 대동문화연구원 개원 60주년입니다. 뜻깊은 해를 맞아 대동문화연구원이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연구를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역시 한국 고전학이다.’ 오랜 연구 끝에 깨달은 바입니다. 우리의 옛것을 중심으로 동양문화를 바라보는 것이 본디 설립목적인 만큼, 묵묵하지만 굳건히 가야할 길을 가는 것이 본 연구원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새롭게 잡은 주제가 ‘한국 고전학의 새로운 탐색’입니다. 기존에 운영하는 사업부의 연구과업인 고서의 db 화와 같은 기초를 다지는 방향과 새로운 관점에서 고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과업을 균형있게 수행하면서 더욱 내실을 다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