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건축도시설계원

성균건축도시설계원

  • 399호
  • 기사입력 2018.07.16
  • 취재 김성현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5049
 

건축은 사람이 살아갈때 필요한 실용 학문이다. 사회는 진화 할 수록 더 정교하고 경제적이고 편리하도록 연구한다. 건축이야 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화이자 학문이 아닐까 싶다. 생활과 문화로서 인간 삶에 깊숙이 들어온 건축. 인간 삶의 모든 활동들은 어떠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므로 안정된 곳이어야 한다.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적응하는 우리에게 건축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이번 연구실탐방에서는 우리 학교 건축의 중심 '성균건축도시설계원'에 찾아가 보았다.

Interviewee: 성균건축도시설계원 김경완 연구실장, 이명섭 연구원 

Q. 성균건축도시설계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은 건축가 조성룡, 故 정기용, 김영섭 선생님 이렇게 현직에 계시던 세 분을 중심으로 2008년 처음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당시, 세 교수님은 의기투합해 성균건축도시설계원과 디자인대학원 소속 건축도시디자인학과를 만드셨습니다. 저희 설계원이 자연과학캠퍼스가 아닌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 설립된 이유는 인문학을 하는 여러 학과들과 활발한 교류와, 도심변화와 문화의 중심에서 현장밀착형 연구를 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설계원은 교수님 한 분이 운영하는 일반 연구소와는 달리 운영위원으로 있는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활동을 주관하는 연구소입니다. 또한 디자인대학원 건축도시디자인학과와 연구소 과정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처음 설립한 세 분 교수님 모두 30년 이상 건축 설계 사무소, 즉 실무에 종사하셨던 분들이라 그러한 특성에 맞춰서 연구성과도 페이퍼 목적의 연구만이 아닌 실질적인 연구 활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희 설계원은 다양한 건축,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과 도시 공간 창출하기 위해 모든 프로젝트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설계원은 다양한 건축, 도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건축과 도시 공간 창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재정과 인사의 독립성이 유지되는 비영리 연구원이며, 설계원의 프로젝트들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2. ‘국립소록도 병원 100주년 기념시설물’,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 기본계획’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진행하신 프로젝트는 주로 어떤 성격을 띠고 있나요?

지금까지 주로 ‘공공’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공공’이라고 하면, 전국의 지자체, 정부부처와 같이 공공에서 발주하는 일들을 의미합니다. 개인의 장소나 공간을 위한 작업 이라기 보다는 공공이 하는 일의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하고 건물을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는 공공디자인, 리서치/연구, 도시/건축, 설계/감리, 설계경기의 이렇게 5개의 분야로 나누어 집니다. ‘공공디자인’은 주로 ‘길을 어떻게 조성할 것이냐?’, ‘어떻게 만들어서 시민들이 편한 환경을 만드느냐?’를 연구하는데, 즉, 공공에 필요한 외부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길 중심으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런 일에는 벤치 설치, 나무 심기, 바닥 포장 등의 여러 가지 일들이 포함됩니다.

리서치/연구와 도시/건축 분야는 프로젝트의 기초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구상하는 일을 말합니다. 기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일을 진행할 것인지,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를 포함해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Q. 진행하셨던 프로젝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세월호 사건 때 진행한 작업과 소록도에서 진행한 작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저희뿐만 아니라 온국민이 충격에 휩싸였지요.  우왕좌왕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세월호 사건 때 진행한 작업과 소록도에서 진행한 작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저희뿐만 아니라 온국민이 충격에 휩싸였지요. 우왕좌왕한 상황에서, 조성룡 교수님 지휘 아래 세월호 모델을 제작했습니다. 세월호의 도면을 입수하기 어려웠는데 우여곡절 끝에 도면을 구해서 모델을 만들고 진도 팽목항에 무사히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의기투합해서 도면을 입수하고 모델을 제작하는 그런 일들이 의미 있었습니다. 구조 작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 뜻깊었던 작업이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소록도 프로젝트 입니다. 소록도는 전남 고흥 아래 있는 섬으로, ‘문둥병’이라고 불리던 한센병 환자들을 집단으로 수용했던 장소입니다. 저희 연구진들은 5년 정도 전부터 소록도를 드나들게 되면서 소록도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소록도에는 약 500여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여러 개의 마을과 의사, 간호사, 행정 하는 사람들의 관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록도는 공원이나 박물관 같은 곳만 부분적으로 개방이 되어있으며 대부분 장소는 일반인 출입이 불가합니다. 저희 설계원은 실제 환자가 살았던 집을 보수해서 소록도를 기억하고자 하는 100주년 기념시설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것은 모든 설계원 식구들에게 인상깊은 작업이었습니다.

모든 환자가 소록도 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점점 환자가 줄다 보니 폐허가 된 마을도 여럿 생겨서 이를 보존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치료라는 명목으로 환자들을 집단 수용하고 여러 힘든 상황을 격은 100년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소록도를 보존, 보호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Q. 프로젝트 중 기업 대표, 교수, 연구진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을 진행하셨는데, 어떤 과정으로 교류가 이루어지나요? 


저희 설계원은 건축, 도시, 조경, 토목 분야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구조, 공학, 전기, 설비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축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인문학자들과의 협업입니다.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지만 그 전에 장소의 역사를 알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인문학적 사고는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보통 건축을 종합적인 학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결국 모든 분야와 교류를 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이것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소를 쓰고 있는 주민들, 시민들,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그 장소를 개선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진행하는 그때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끊임없는 교류를 진행합니다.

Q. 성균건축도시설계원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희 설계원은 대학원과 함께 설립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원에 진학하면 필수적으로 설계원에 근무 해야했으나, 직장인인 학생들이 많아 더욱 자유롭게 설계원 근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Q. 현재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가요?

저희 설계원에서는 성북동에 위치한 골목길 환경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 중 한양도성에 면한 길 주변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한양도성 자체가 사람들이 따라 걷는 하나의 길로도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한양도성은 조선 시대 그대로 존치 되어 있기도 하고 복원된 부분도 있지만 그에 반해, 훼손된 부분 또한 많습니다. 저희는 학부생들의 도움을 받아 해당 장소에 대한 각종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북구청과 함께 장소가 갖고 있는 가치와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가치를 극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결정하고 여러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방문자도 많은 곳이라 어떠한 공공의 도움을 더 줄 수 있는지, 어떻게 길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여러 방향에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면밀한 검토 후 성북구청에서 실제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합니다.

용산에 철수 예정인 미군 기지 부지에 관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미군 기지로 사용되었던 땅이 철수로 인해 다시 시민에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저 땅을 어떻게 공공의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시킬 수 있을지 등을 서울시와 함께 계획하고 있습니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문제도 이 땅에 있고, 해법도 이 땅에 있다", 이 말은 저희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과 일맥상통합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책 속에서 강조하는 근사한 이론에 집중하기 보다 실질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그 장소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당 장소, 건물, 지역, 도시에 답이 있어 해당 장소에 사는 사람들, 물리적 요건, 환경 등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희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을 설립한 세 교수님 중 故 정기용 선생님께서는 "형태는 결과다. 중요한 것은 삶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건축 활동이나 물리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일들은 외형적으로 보기 좋은 것들을 만드는데 집중합니다. 그러나 정기용 선생님은 이 속에서 '삶', 즉 우리의 모든 생활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물리적인 것들은 삶을 이롭게 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주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공 프로젝트들이 어려운 이유는 확실히 주인이 있는 개인 프로젝트와 달리 공공의 일은 주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없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이 주인이라는 의미겠죠. 따라서 이러한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일이 될지, 아무 효용 가치가 없는 일이 될지 결정되므로 공공의 일은 중요합니다. 저희는 주로 주인이 없는 공공의 일을 하기 때문에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모든 공공에 좋게 쓰임 받고 사용가치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연구나 프로젝트를 더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처음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을 만들 때 많은 비전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통일 한국을 대비한 비전 계획'도 있었습니다. 대북 관계가 좋아지면서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북한과 교류할 수 있는 건축 관련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북한을 무조건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관계할 수 있는 공공의 일이 있다면 저희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이 발 벗고 참여하고 싶네요. 아쉬운 것은 기존에 건축하는 사람들 중, 북한에 관해서 연구나 공부 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저희가 먼저 이러한 일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설계원 멤버들에게 평소 하고 싶으셨던 말씀이 있으신가요?

성균건축도시설계원에는 대략 100명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지금도 여러 연구진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든 설계원 식구들이 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배웠던, 그리고 나누었던 학문의 목표를 실생활에서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