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공학 연구실, 이창구 교수님

  • 421호
  • 기사입력 2019.06.11
  • 취재 김재현 기자
  • 편집 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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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에서 ‘갤럭시 폴드’ 제품을 미리 공개하며 과거에는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제품의 핵심 기술은 바로 ‘그래핀’. 자연과학캠퍼스 산학협력센터에서 그래핀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핀 공학 연구실의 이창구 교수님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 그래핀 공학 연구실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 연구실은 그래핀과 2차원 소재에 대해서 연구하는 곳입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진 아주 얇은 소재입니다. 탄소가 아니라 다른 원소를 사용해 수백 가지의 2차원 소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2차원 소재들은 물성(물리적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예를 들어 그래핀은 탄소 3개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도체(전기가 통하는 물질)지만, Boron nitride를 이용해 2차원 소재를 만들면 해당 소재는 부도체(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가 되고, 또 다른 원소를 이용하여 만들면 소재가 반도체(경우에 따라서 전기가 통하기도 하고 통하지 않기도 하는 물질)가 되기도 합니다.


◎ 어떤 연구를 진행하시고 이 연구는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 되나요.


현재 2차원 소재를 연구하는 분야는 소재의 종류가 다양하듯 매우 다양합니다. 저희는 기계공학과인 만큼 기계공학적인 특성에서 소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다양한 제품, 분야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나무, 알루미늄으로 테니스 라켓을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복합 재료로 라켓을 만드는데, 이 복합 재료에 그래핀이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그래핀은 굉장히 강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핀은 매우 얇고 가벼운 탄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얇고 가벼운 제품을 쌓아올려 다른 물질만큼의 두께가 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도 가벼운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스키, 보드 등 여러 가지 스포츠 용품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VR에도 사용 되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는 아니고 개념으로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반도체 부분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잘 휘어져야 하는데 2차원 소재는 매우 얇아서 잘 휘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핀이나 2차원 소재들은 매우 얇고 표면이 넓은데 이런 제품들은 민감도가 매우 좋습니다. 따라서 여러 센서에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 교수님은 기계공학인데 어떻게 소재 쪽 연구를 하게 되셨나요?


저도 정통적인 기계공학쪽인 터빈, 펌프 등의 연구를 마이크로 단위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박사 후 연구원 시절 그래핀 나노 소재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마이크로 기술과 나노 기술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제가 박사 과정 연구를 끝마칠 무렵 그래핀이 처음 등장했고 박사 과정 후 그래핀을 기계공학 쪽에 적용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래핀의 기계적인 물성(물리적 특성)인 탄성, 강도를 측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과마다 연구하는 제품, 물질들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들도 화학적인 특성이 있어 그 부분은 화학공학자들이 연구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학과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 연구실 자랑 


저희 연구실 연구원들은 모두 박사과정 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들입니다. 그런 만큼 기초적인 연구를 많이 해서 우수한 학생들이 질 좋은 연구를 진행하고 수준 있는 논문들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세계최초로 저비용 2차원 물질 저온합성법을 개발했고, 작년에는 2차원 광학을 이용해 격자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연구실 학생들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대학원까지 와서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내주어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데 그만한 등록금을 학생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등록금을 100% 지원해주며 추가로 생활비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실에 오는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지원 해줄 생각입니다.


◎ 교수님의 꿈


지금까지 원천적인 연구를 많이 했는데 제가 연구한 것들이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것을 보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래핀, 2차원 소재들을 이용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다고 몇 년째 말하고 있지만 아직도 상용화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빨리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 한계가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여러 가지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어떤 학생이 기계공학과에 진입하면 좋을까요.


저는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조립하여 만드는 것(로봇, 자동차 등)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런 만큼 학창 시절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고 싶었고, 진학후 매우 만족스럽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회로를 좋아한다면 전자공학과에 가는 것이 맞을 것이고 저 처럼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기계공학과와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어떤 학생이 그래핀 공학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학생 성적이 높은 것은 많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이 없으면 대학원 과정을 진행하며 큰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이겨내기 힘들 것입니다.  다양한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 열정있는 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에서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실제로 대학원 면접에서도 가장 먼저 ‘열정’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열정이 있고, 본인이 연구하고 싶고, 좋아하는 공부가 저희 연구실과 맞는 학생이 들어오면 저 역시 그 학생이 훌륭한 성과와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줄 것입니다.


긴 인터뷰에도 친절하게 설명해준 이창구 교수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휘어지고 접히는 핸드폰이 상용화되어 모두가 사용하는 모습을 교수님께서 빠른 시일 내에 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