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융합생명공학과 권대혁 교수의
단백질 공학연구실

  • 427호
  • 기사입력 2019.09.11
  • 취재 김재현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6849

지난호에 권대혁 교수의 단백질 공학연구실 기사 Ⅰ편을 실었다. 연구실에 대한 소개를 하다 보니 융합생명공학과라는 아직은 낯선 이 전공이 무엇을 공부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취재로 원래는 유전 공학과였는데 융합생명공학과로 개명한 이유를 자세히 알게 됐다. 전문 용어도 많고 기자가 말을 옮겨 쓰는 중에 잘못된 표현이라도 발생할지 몰라 융합생명공학과 권대혁 교수와의 인터뷰를 그대로 실기로 했다.


◎ 융합생명공학과 소개 


오래전부터 모든 나라가 생명공학이 그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분야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교를 입학하던 시기에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가 왜 이렇게 안 오는지 다들 답답해하고 있었습니다. 최근까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돌아보니 어느덧 그 미래가 현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은 엄청난 시설을 자랑하는 회사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소 위주의 많은 회사들이 만들어지고, 상장하고, 성공하고 있습니다. 관련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 관련 재료를 개발하는 회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등 전후방 관련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제약사들도 이제는 생명공학 기업으로 불리길 원하며 변모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생명공학 빅뱅을 시작하는 모양새입니다. 정부도 바이오 및 헬스케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융합생명공학과에서는 다양한 생물분자의 화학적인 구조와 생화학 반응부터, 세포 수준과 동식물 등의 개체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 현상의 본질에 대해 공부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적인 응용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테크놀로지를 공부합니다. 생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산업에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공부해서 바이오 기업에 종사할 능력을 길러주려고 합니다. 바이오 의약, 바이오 화학, 바이오 코스메틱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적용 과정도 강의합니다. 이러한 인재 양성 목표 달성을 위한 한 축으로서 저희는 2017~2018년 2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바이오의약 트랙’을 운영했습니다. 바이오 의약의 개발 및 생산과 관련된 테크놀로지, 산업의 현황, 앞으로의 비전 등에 대해 집중적인 교육을 수행한 결과 우리 과 학부 졸업생의 취업의 질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습니다. 


최근 졸업자 중 취업자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한미약품, 한독약품, DM바이오, 바이엘코리아, 보건산업진흥원 등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들에 취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본 과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선도대학’ 사업에 주관학과로 선정되었습니다. 약학과와 공동으로 본 사업을 주관하고, 생명과학과와 글로벌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가 참여학과로 팀을 만들어서, ‘바이오 의약’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성장하려고 합니다.


우리 융합생명공학과는 현재 일곱 분의 교수님이 면역학, 신경발생공학, 생체소재공학, 단백질공학, 세포공학, 피부생명공학, 생식발생학을 연구하고 계십니다. 내년에 두 분의 훌륭한 젊은 교수님들이 오실 예정입니다. 생명공학이 만들어 갈 건강하고 행복한 세계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학생들을 환영합니다.


◎ 유전공학과에서 융합생명공학과로 개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전공학과에서 융합생명공학과로 이름을 바꾼 것은 학과 구성원의 많은 고민의 산물입니다. 1970년대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개발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유전공학이 엄청나게 급성장했습니다.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항체 등의 단백질 의약품의 개발과 생산을 통해서 수십조 원 이상의 산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성공은 유전공학 기술을 전방위로 확산되게 만들었고, 바이오 의약을 포함하여 바이오 화학, 바이오 식품, 해양바이오, 환경바이오 등의 이름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이후로는 전자공학, 기계공학, 화학공학, 물리학, 농학, 전통 생물학 등과도 학문적인 융합이 이루어지면서 기술에 한정적인 ‘유전공학’이라는 이름보다는 다른 많은 것을 아우를  ‘생명공학’이라는 이름이 좀 더 널리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 생명공학과 생명과학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종종 ‘생명공학과 생명과학이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우리 학교에도 저희 융합생명공학과가 있고 생명과학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대학들도 이런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학과 자체의 역사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것은 아마 관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생명과학이 생명 현상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추구한다면, 생명공학은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응용을 추구합니다. 이해를 추구한다는 것은 ‘use money to make knowledge’라고 할 수 있고, 응용을 한다는 것은 ‘use knowledge to make money’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견과 발명은 종이의 양면과 같아서 서로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학문의 성격은 위와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학과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그건 왜 그렇지?’라고 파고드는지 아니면 ‘이걸로 뭘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때 무엇이 더 재미있는지 돌이켜 보면 본인의 학문적 성향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융합생명공학과 학부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리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면학 분위기가 형성되고 학생들 모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공부 이야기 말고, 더 좋은 대학 생활을 위해 딱 한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같이 공부한 동기들과 선후배는 서로 잘 알아가고 친해지려는 노력을 좀 더 하면 좋겠습니다. 젊은 시절 같이 뛰어 놀던 친구들, 그 친구들과 만든 추억들은 평생을 살아가는 위안이 되고 힘이 됩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지금이 바로 그런 친구들을 만들 때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핸드폰을 손에서 잠시 떼고 옆에 앉은 친구와 더 이야기 해보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우리 연구실은 생명공학관 62동 62254에 있습니다. 연구실 홈페이지는 https://www.mbio.biz/이니 궁금한 점이 있으면 홈페이지도 보시고 언제든지 찾아와주시길 바랍니다.



◎ 어떤 학생이 단백질공학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연구실에 들어오려는 친구들과 면접을 하면 백이면 백 모두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채 몇 달도 되지 않아서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종종 보곤 합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리가 대학원 생활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자세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부지런해야 합니다. 생명공학 분야는 실험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아침에 출근 시간 꼭 지키고, 컴퓨터 앞보다 실험대에 먼저 앉길 권합니다.


둘째, 자기의 연구에 몰입해야 합니다. 화장실에 앉아서도 실험 생각을 하고 있다면, 버스 안에서 논문을 읽고 있다면, 아침에 걸어오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다면, 교수님께 자꾸 내 데이터를 보여 드리고 싶다면 아마 여러분은 진짜 그 일에 집중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겁니다.


셋째,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는 것입니다. 교수님이 시킨 실험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지금 당장, 아니면 내일, 아니면 다음 주에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여러분은 공부를 하지 않거나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지 모릅니다.


넷째, 자기의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말로도 쓸 수 있어야 하고, 영어로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연구계획서나 보고서를 교수님과 선배들과 같이 쓰는 것은 과학기술자의 글쓰기를 연습할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졸업 후에는 시험을 대신하는 것이 바로 보고서와 계획서입니다. 영어 논문에 들어갈 문장들을 실험이 끝날 때마다 정리해 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바르고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구실 생활하면서 서로 위로가 되고 편안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