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희 교수의 세포성장조절연구실

  • 443호
  • 기사입력 2020.05.15
  • 취재 이지은 기자
  • 편집 김유진 기자
  • 조회수 5013

인류는 역사 속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질병과 싸워 왔다. 오랜 숙적인 암을 비롯하여 여러 치명적인 인체의 질환들은 주로 세포 내 항상성이 망가짐으로써 나타나고는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세포 내 항상성 조절과 관련해 다양한 세포신호전달 경로를 연구하는 박석희 교수님 연구실을 인터뷰했다.



Q. 세포성장조절연구실 소개

세포성장조절연구실은 세포의 성장과 생리를 조절하는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에 관해서 연구한다. 다양한 세포신호전달 경로의 이해는 인체 질환의 발병 요인 분석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전략 수립을 위해 필수적인 생명과학의 한 분야이다. 연구실의 주요 연구는 암 발생과 암전이 및 암 주위의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 TGF-β가 매개하는 신호전달경로를 중심으로, 염증 반응을 포함한 다양한 세포 내 신호전달경로에 대해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세포 수준에서 세포 사멸의 새로운 유비퀴틴화 기전 및 인플라마좀으로 일컫는 염증신호 조절 기전과 더불어, 마우스 모델을 활용한 폐섬유증과 지방세포의 분화 및 암 면역학에 관여하는 다양한 신호전달경로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Q. 대표적인 연구 활동

세포성장조절연구실의 주요 연구 활동은 국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다. 2006년과 2011년에는 선천적 면역반응을 제어하는 새로운 항염증 기전을 규명하여 Nature Immunology와 Nature Communicaitons에 게재하였고, 2013년에는 TGF-beta 매개 비전형적 신호전달의 제어기전을 규명하여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바 있다. 2017년에는 난치성 질환인 삼중음성유방암의 새로운 암전이 기전을 규명하여 Nature Cell Biology에 게재하였다. 이 논문의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바 있으며, 연구를 수행한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BK21 플러스 부총리 표창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지속적인 기초연구는 더 나아가 응용과학 분야에서 결실을 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06년 Nature Immunology에 발표한 논문에 기반하여, 패혈증 동물모델에서 Pellino-1이라는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할 수 있는 펩타이드를 제조하여 패혈증 치료 효과를 규명한 사례가 있다. 이는 2015년 실험의학분야 최고 저널 중의 하나인 EMBO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되었으며, 개발된 펩타이드 물질에 기반한 약물 기술을 국내 회사에 이전하였다. 현재 이 물질은 염증성 질환 중의 하나인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서 미국에서 임상 2a를 진행하고 있다.


Q. 하나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우선 다양한 분야의 논문을 읽으면서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거나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주제를 찾아 실험 진행 가능 여부를 파악한다. 주제가 선정되고 나면 증명하고자 하는 핵심가설을 설정하고 다양한 실험 디자인을 고민한다. 실험의 디자인이 끝나면 필요한 실험 자재와 물품을 확보하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새로 배우기도 하면서 실험을 진행한다. 만약 실험의 결과로 핵심가설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가설을 수정하여 다시 실험을 디자인하고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과학적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면 데이터를 취합 및 정리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여 논문을 작성하게 된다. 논문을 작성한 후에는 주제와 맞는 저널에 제출하고 여러 번의 개정 과정을 거쳐 투고한다.


Q. 세포성장조절연구실 자랑

세포성장조절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은 연구실의 분위기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개인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맞게 자신만의 계획대로 실험을 준비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실험대 앞에서 연구원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실험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시각을 나눈다. 또한 매주 랩미팅을 통해 교수님께서 연구원들의 프로젝트 수행과정을 하나하나 적극적으로 피드백해주시고, 다른 연구원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현실적인 측면으로는 졸업 후 진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도 장점이다. 연구실 졸업 선배들은 국내 유명 대기업과 벤처 회사의 신약 개발 연구원으로 취업하거나 하버드대, UCLA 등의 우수 대학에 박사 후 과정으로 나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실의 졸업 선배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어 진로 선택과정에서 많은 조언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Q. 세포성장조절연구실에 들어가려면?

세포성장조절연구실에 들어오려면 우선 기본적인 생명과학 전공인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암생물학, 면역학, 유전공학 등의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원하는 연구원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기본적인 자질에 실험에 대한 열정을 갖추고 끊임없이 고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덧붙여서, 처음 해 보는 실험을 차근히 배울 수 있는 인내심과 그 과정에서 주변 동료들과 소통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 역량이 있다면 누구든지 세포성장조절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다.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솔직하게 기초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이나 기계를 이용한 대체 작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작업을 통해 실험 결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 내용이 해외 저널에 논문으로 게재되어 세상 밖으로 발표되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과 희열을 느낍니다. 실험실의 연구 내용은 연구자가 공개하기 전까지는 전 세계 누구도 모르던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우리가 밝혀내고 저널로부터 인정받았을 때의 보람과 희열은 고된 연구 과정을 한 번에 잊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이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박석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