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수 교수의 항생제 내성세균 연구실
(Antimicrobial Resistant Pathogen Research Lab)

  • 448호
  • 기사입력 2020.07.26
  • 취재 이지은 기자
  • 편집 김유진 기자
  • 조회수 4252

항생제는 1920년대 페니실린의 발견 이후 많은 사람들을 세균 감염으로부터 구해내며, 20세기 현대의학의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항생제의 성공은 항생제 내성이라는 문제를 일으키며 현대 의학의 복병으로 자리했다. 이번 호에서는 항생제 내성에 관해 연구하는 고관수 교수 연구실을 인터뷰했다.


 

 Q. 항생제 내성세균 연구실 소개  

항생제 내성세균 연구실은 의과대학 기초의학대학원 소속으로, 연구실 이름 그대로 항생제 내성세균을 연구한다. 항생제가 세균에 효과를 보이지 않는 현상이 항생제 내성인데, 때문에 항생제 이전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항생제 내성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일어나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출현하는지, 어떻게 확산되는지, 나아가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Q. 대표적인 연구 활동  

연구실이 처음 문을 연 2007년 이후 2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고, 2015년 이후로는 8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 성과를 인정받아 SKKU-Fellow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연구는 한 어린 환자로부터 나온 세균 균주들에 대한 연구다. 그 환자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 때문에 치료가 듣지 않아서 결국 죽고 말았다. 환자가 입원했을 때부터 나온 균주들을 분리하고 모았던 삼성서울병원 소아감염 교수님이 안타까워하면서 이 세균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괴롭혔는지 연구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밖에 밝혀내지 못했다. 논문에 그 어린 환자에 대해 쓸 때, 학회나 세미나에서 그 환자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Q. 하나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실제 치료와 관련 있는 것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항생제 내성과 관련하여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주제를 정한 뒤 연구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연구 주제가 끝까지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매주 있는 랩미팅과 수시로 하는 일대일 면담을 통해 연구 진행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방향을 수정하기도 한다.

사실, 연구 중 많은 부분이 여러 임상의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임상의들로부터 균주를 제공받거나 연구 주제에 관련해서 조언을 듣기도 하고, 임상의들이 실제 치료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연구를 통해 균주의 특성을 파악하고, 항생제 효과에 대한 예측을 제공하여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Q. 항생제 내성세균 연구실 자랑

항생제 내성세균 연구실은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력을 통해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각자의 주제를 독립적으로 수행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교수 및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또한 연구실에는 다양한 종의 병원성 세균과 충분한 연구 장비를 확보하여 최적의 실험 환경을 갖추고 있다.

 

Q. 항생제 내성세균 연구실에 들어가는 방법

주로 메일로 문의를 받은 후 면담을 하고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데, 사실 연구실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적을 잘 보지 않는다.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정도만 확인하는 정도다. 대신 최대한 얼마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실의 동료들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연구실에서 논문을 읽고 쓰는 게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것도 단순히 토익이나 토플과 같은 영어 점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Q. 연구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지도교수를 이겨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도교수가 연구 주제로 던져주는 것만, 지도교수가 제시하는 방법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지도교수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게 있을 수 있고, 더 중요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걸 지적하고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으려면 많이 공부하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조금은 설익은 것이라도 지도교수에게 제시하고 함께 논의를 하는 과정은 자신에게는 물론 연구실에도 큰 도움이 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될 거예요. 그런 걸 무시하고 억누르는 지도교수가 있다면(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과감히 다른 연구실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이건 저한테도 해당되는 얘기이고, 또 학생들에게 늘 열린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하는 것이기도 해요. (고관수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