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환수 교수의
진화유전체학 연구실

  • 513호
  • 기사입력 2023.04.10
  • 취재 윤지아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3401

생물은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여러 전략을 이용하고 진화한다. 윤환수 교수의 진화유전체학 연구실은 생물의 다양한 진화 현상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세조류/해조류의 진화와 같은 연구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진화유전체학 연구실에 대해 알아보자.



▶ 연구실 소개

진화유전체 연구실은 진화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답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합성의 기원, 내공생을 통한 색소체의 진화, 유성생식의 기원, 극한 환경에서의 조류의 적응진화, 그리고 홍조류와 갈조류의 유전체 진화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진화적 가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유전자 및 유전체를 비교 분석하고 다양한 분자생물학적 실험 기법을 추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혹은 게놈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우리 실험실에서는 기본적으로 생물정보학적(bioinformatics) 연구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연구실 내에서 각 연구원은 서로 다른 생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주제에 따라서는 연구 방법도 차이가 있습니다. 각자의 주제에 따라 추가적인 분자생물학 실험이 동반되기도 하고 강, 저수지, 기수역, 해안가 등의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실험에 필요한 시료를 직접 채집해서 컴퓨터를 이용한 dry-lab과 wet-lab이 동시에 운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실은 dry-lab과 wet-lab, 그리고 자연에 직접 나가 생물을 관찰하면서 연구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대표적인 연구 활동

남색홍조류는 홍조식물문(Rhodophyta) 중 가장 먼저 분지한 그룹으로 공동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화산이나 온천과 같은 극한 환경에 새로이 적응했습니다. 화산이나 온천은 고온(45~60도) 및 산성(pH0-4)에 중금속이 매우 많아 일반적으로 생물이 살기 힘든 환경입니다. 남색홍조류는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유일하게 발견되는 진핵생물로 극한 환경에 생물이 어떻게 적응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흥미로운 분류군입니다. 


극한 환경은 강한 물리·화학적 스트레스가 높아 생물이 대사 활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생물은 이러한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현재 환경에 맞게 조절하거나 적응에 필요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거나 필요 없는 기존의 시스템을 없애는 등의 전략을 이용합니다. 우리 연구진은 극한 환경에서 남색홍조류가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남색홍조류 3종의 유전체를 염색체 수준으로 해독했고 생물정보학적 유전체 비교분석을 통하여 유전자의 유무, 변이 정도, 중금속 환경에서의 적응력을 분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남색홍조류의 유전체 내에는 수많은 박테리아 기원의 유전자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통해 새로운 유전자는 주로 수평적 유전자전이(horizontal gene transfer)를 통해 획득된 것을 발견했는데 남색홍조류는 박테리아로부터 비소나 수은과 같은 중금속을 해독하는 유전자를 획득했고 이후 아종말체 유전자 중복(subtelomeric gene duplication)으로 유전자의 수를 늘려 극한 환경에 적응한 것을 밝혔습니다. 본 연구 성과는 Nature Communication (IF: 17.694)에 2023년 1월 게재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미역의 유전체 분석 (Nature Ecology & Evolution, IF 15.46, 2021년 2월), 광합성 아메바 폴리넬라의 유전체 분석 및 진화 연구 (Molecular Biology & Evolution, IF 8.8, 2021년 2월; Current Biology, IF 10.9, 2021년 4월), 홍조류 피떡말의 광합성 색소진화 (Nature Communication; IF: 17.694, 2019년 10월) 등이 우리 연구실에서 출판되었습니다.


 남색홍조류의 극한 환경 적응 시스템



▶ 하나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연구실에 합류하면 지도교수와 1대1 미팅을 통해 관심 분야 및 적당한 연구 분야를 정하게 됩니다. 그런 뒤 대학원생은 특정 분류군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해조류를 채집하기 위해 생물이 사는 생육지를 방문해야 하고 유전체 분석을 위해 해조류를 대량 배양하고 분자생물학적 실험 방법을 익히고, 생물정보학 분석을 배우기 위해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매주 지도교수와 기존 연구실 멤버들과 함께 랩미팅을 하면서 연구 프로젝트의 방향을 좀 더 자세하게 점검하고 관련 분석기법 및 앞으로 진행할 실험에 대한 토의를 나눕니다. 기본 실험 테크닉과 데이터 분석 방법은 실험실 대학원 선배들에게 배우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술들은 타 연구실 혹은 국내외 연구기관에 파견되어 배우게 됩니다.


▶ 연구실의 자랑거리

우리 연구실의 자랑거리는 연구의 독창성에 있습니다. 미세조류/해조류의 진화에 대한 연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으며 특히 홍조류의 진화와 엽록체의 내공생에 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우리 실험실이 리드하고 있습니다. 생물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개는 흥미로운 연구재료, 첨단 연구 방법, 독창적 아이디어라고 할 때 우리 연구실은 이들 세 요인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wet-lab과 dry-lab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만 있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종종 실험실에서 벗어나 바다, 강, 저수지 같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는 곳에 가서 직접 채집도 하고 채집한 생물 종을 가지고 직접 연구를 수행합니다. 본인에게 맡겨진 생물 종들을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종에 대한 친밀감이 생겨 연구에 흥미가 생기게 됩니다. 


우리 연구실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컴퓨터 서버는 생물 빅데이터를 연구하기 위한 초고성능 장비로써 웬만한 컴퓨터학과 연구실의 장비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이 덕분에 빠른 데이터분석이 가능해 연구 진행 속도가 남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진화유전체 연구실은 매년 해외 학회에 참석하여 발표를 할 수 있고 해외 연구기관에서 교육받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를 통해 해외의 유수 과학자들과 함께 네트워킹을 할 수 있고 더 넓은 식견을 기를 수 있습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

기본적으로 생물종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학생 한 명당 하나의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되므로 본인이 맡은 생물 종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자연스레 연구에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생물 종으로부터 생산된 생물 빅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필수적으로 이용하므로 컴퓨터 코딩 능력을 미리 배워오면 훨씬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딩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연구실에 와서 충분히 배울 수 있으니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실제로 우리 연구실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코딩 경험 없이 연구실에 입학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 오면 탁 트인 바닷가에서 자연을 벗 삼으며 직접 생물을 채집하고 실험실에서 여러 다양한 실험을 하며 컴퓨터를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재다능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최신의 기술을 이용하여 해양식물의 진화역사를 밝히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진화유전체학 연구실의 문을 노크해 주세요.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연구원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창의적인 방법을 이용해 하나씩 풀어나가는 사람입니다. 실타래를 풀면서 엉키고 오래 걸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수없이 도전하면 결국에 실타래를 하나씩 풀게 되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게 되고 그로 인한 성취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연구원을 꿈꾸고 도전하는 모든 학생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며 끈기 있게 한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연구원의 길도 충분히 멋진 선택일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