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준 교수의 응용 반도체소자
나노물리 연구실

  • 485호
  • 기사입력 2022.02.14
  • 취재 김소연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 조회수 4064

이번 연구실 탐방은 나노 수준의 물리 현상을 분석하고 나노 기술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강대준 교수의 응용 반도체소자 나노물리 연구실을 취재했다. 


Q. 연구실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여 나노 수준의 미세세계에서 벌어지는 물리 현상과 특성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합니다. 또한, 반도체 재료와 관련 소자 제작 연구를 통해 현상의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까지 꾀하는 연구도 상당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기존 기술로 해결이 불가한 난제들을 차세대 장비 개발을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따라서 새로운 기능성 반도체 물질의 디자인 - 합성 - 소자 제작 - 소자 측정 - 물성 분석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박사과정 7명, 석박 통합과정 9명, 학부연구생 2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1명이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개인 지도 및 미팅 시간을 가지고, 매주 실험실 회의가 있습니다. 3주에 한 번씩 개인 실험결과를 발표하는 그룹미팅이 있으며, 나머지 주에는 개인 주제와 유사한 최근 논문을 읽고 발표하는 저널클럽이 있습니다.


Q. 대표적인 연구 활동은 무엇인가요?

A. 저희 연구실은 크게 5가지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산화바나듐(VO2)을 기반으로 한 연구가 있습니다. RF 스퍼터링 장비로 산소와 아르곤 가스 분위기, RF 파워를 조절하여 이산화바나듐(VO2)을 박막 형태로 합성합니다. 합성된 이산화바나듐(VO2) 박막은 전기측정을 통해 '온도에 따른 저항'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물성 측정은 광학측정, 표면측정, 그리고 구조측정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로, 이차원 물질을 화학적 기상 증착법(Chemical Vapor Deposition)을 통해서 합성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래핀, 이황화몰리브덴, 육방질화붕소, 맥신 등을 합성합니다. 이 물질들은 모두 층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증착 조건에 따라 여러 층 혹은 단일 층의 이차원 물질로 합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기판으로의 전사가 가능하여 서로 다른 이차원 물질들이 결합된 형태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전기수력학적 리소그래피를 통한 다양한 패턴들의 복제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마스터 스탬프와 동일한 구조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로 사이즈 혹은 나노 사이즈의 구조를 주로 복제합니다. 대면적으로 복제를 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마스 스탬프와 레지스트의 표면 사이의 에어 갭이 존재하여 매우 도전적인 연구입니다. 그래서 본 연구실에서는 펄스 형태의 높은 전압을 이용하여 에어 갭을 마이크로 수준으로 제어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면적으로 복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원하는 모양으로의 복제가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화학적 방법을 통해 합성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환원된 산화 그래핀 혹은 순수 베타상 PVDF, 맥신 등의 물질을 합성합니다. 순수 베타상 PVDF는 아직까지 완벽하게 구현된 적이 없다는 점 때문에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환원된 산화 그래핀과 이온성 액체를 합친 나노 필러 구조체를 결합하여 순수 베타상 PVDF 합성이 가능했습니다. 이 순수 베타상 PVDF는 유전상수 값이 다른 물질들에 비해서 매우 크다는 장점이 있어 다양한 응용분야로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노 발전기 및 에너지 저장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압전 특성이 우수한 물질을 주로 활용하여 압전 혹은 마찰에 따른 전기 발생을 이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유연한 기판 위에 물질을 합성합니다. 이는 소자 제작 이후 압전 특성을 측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고체 상태의 슈퍼커패시터 구조를 이용하여 기계적으로 안정적인 소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Q.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우선 첫 연구는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입학 후 연구와 출판된 논문, 학위 논문들을 접한 후 연구 분야를 선정하게 됩니다. 주제를 정한 다음에는 해당 분야의 리뷰 논문들을 읽어 최근 연구 동향을 살핍니다. 리뷰 논문은 다른 연구자가 해당 분야를 연구하면서 알게 된 논문들을 정리한 논문으로, 논문을 찾을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에 도움이 되는 팁들이 숨어있습니다. 리뷰 논문을 살피다 보면 현재 연구자들이 어떠한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문제를 연구 문제라고 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설이라고 합니다. 연구 과정은 연구 문제에 대한 가설을 세운 후 이를 실험이나 이론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해당 연구 분야에서 제기되는 연구 난제가 무엇이며, 또 기존 해결 방식들의 기술적, 과학적 한계가 무엇인지를 최우선적으로 간파해야 합니다. 이후 연구가설 설정을 통해 과학적 근거 하에 어떻게 해결가능한지를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연구원들과 지도교수님 사이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는데 합의점이 도출될 경우, 다시 문제 설정과 연구가설 재검토를 거친 후에 어떻게 연구가설을 검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체계적인 연구계획이 수립된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험을 진행합니다. 이때 지도교수님께서는 꼼꼼하게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고 미진한 부분을 지적해 주시는데, 이때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논문과 특허 작업에 착수합니다. 그 이상의 연구 진행 과정은 바로 논문과 특허로 귀결되는 것이지요.


Q. 연구실 자랑 부탁드립니다.

A. 2005년부터 시작한 저희 연구실은 상당 수준의 장비와 연구 인프라가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실험하는 학생에게 상당히 매력적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특정 주제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된다는 것도 다른 연구실과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연구에서 아이디어나 비판적 사고라는 것은 특정 분야에만 몰두한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실은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 학생들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서로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저희 연구실에서는 2차원 물질 전사 연구를 한 학생이 있는데, 전혀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학생이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차원 물질과 마찬가지로 미세구조체도 전사하는 기술을 개발한 사례도 있습니다. 


연구실 분위기도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른 연구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역시 내세울 만한 자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도교수님은 학생들과 원활한 소통을 원하시는 분이십니다.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인별로 꼼꼼하게 하나하나 다 신경 써 주시는 성격이시며, 학생의 연구역량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어 더 나은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Q. 응용 반도체소자 나노물리 연구실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요?

A. 사실 특정한 자격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입학 전에는 ‘일반물리학’ 정도의 지식수준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언뜻 무슨 말인지 갸우뚱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노과학의 현주소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난 20년동안 물리, 화학, 생물학, 기계공학 등의 발전상은 모두 ‘통합’이라는 가치 아래 한 지점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나노과학은 여러 과학 분과에서의 성취가 이루어 낸 새로운 집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노과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공부를 해야 할까요? 모든 과학을 다 섭렵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과학은 결국 인간이 하는 활동입니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니 능력이나 시간에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이 한계를 극복하고 연구활동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호기심과 창의성입니다. 지식 수준에서 미처 알지 못하더라도 ‘이러면 어떨까?’, ‘저건 왜 저런 것일까?’라는 식의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 이것이 나노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제일 요구되는 덕목인 것입니다.


다시 ‘일반물리학’으로 돌아가보지요. 아무리 기발한 연구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과학적이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적어도 나만의 해법이 과학적인 언어로 표현되고 이해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일반물리학 정도의 과학 지식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즉, 대학원 입학 동기가 뚜렷하고 배우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가 있는 미래에 도전하고자 하는, 현재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모습의 나를 원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입니다.


Q.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A. 본 연구실은 여러분들처럼 창의적인 사고로 미래에 도전하고 세계를 리드하고자 하는 미래의 주인공들이 서로 협력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곳입니다. 앞서 창의성과 호기심이 요청되는 덕목이라 하였는데, 사실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끈기’입니다. 실험을 해보면 다들 공감하는 부분이겠습니다만, 실험이라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내외부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들이 진정 원하는 성취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실에서 학위를 하면서 즐거운 날보다는 괴롭고 절망하는 날이 많을 것이라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끝없는 노력이 유일한 길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결국 무모하고 어려워 보이는 이 길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한 실패들은 경험이 되고, 이러한 경험의 누적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성공할 확률을 증가시켜 줄 것입니다. 그러니 실패하였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계속 도전하세요. 그러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겁니다.

연구실홈페이지http://nanoscience.skku.edu/

▲ 강대준 교수와 그의 제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