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연구
송하연 교수의 HAI LAB

  • 552호
  • 기사입력 2024.11.23
  • 취재 이주원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1525

인공지능 기술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모든 곳에서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의료분야에서부터 금융, 교육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AI 기술이 실생활의 영역으로 넘어오며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은 무엇보다 중요한 지점이 되었다. 인간-인공지능 인터랙션을 연구하는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송하연 교수의 HAI LAB (Human-AI Interaction LAB) 연구실을 함께 알아보자.


◆ 안녕하세요, 교수님. 연구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HAI LAB (Human-AI Interaction LAB)을 이끌고 있는 송하연입니다. 우리 연구실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의 연장선에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기술 간의 상호작용 과정과 그 심리적 효과를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켜, 사람들이 기술을 보다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술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심리적 반응을 학제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태도와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AI를 디자인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기계를 잘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 및 주 분야를 소개해 주세요.

인공지능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어서 우리 연구실의 사람과 인공지능 사이의 인터랙션에 관한 연구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우리 연구실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건강 관리, 특히 정신건강 분야입니다. 서울보라매병원과 서울삼성병원, 차의과대학과 함께 치매 예방 프로그램, 우울감을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등을 만들어왔습니다. 또한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스마트 홈에 들어가는 AI 건강비서 시스템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건강은 지속적인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AI 기술로 건강 전문가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면서 개인의 건강을 곁에서 챙겨주는 서비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고무적이지만 사용자가 그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AI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자발적, 정기적으로 시스템을 쓰게 해 건강 행동을 하는 습관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건강 시스템들을 쉽게,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커뮤니케이션과 심리학, 교육심리학에서의 이론 등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에이전트와의 사회적인 인터랙션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관계 형성 및 신뢰 구축과 신뢰가 무너졌을 때 신뢰 회복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치매 예방 앱들을 만들면서 노인들을 위한 UI/UX (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에도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좋은 콘텐츠가 들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분들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건강 앱뿐만 아니라 키오스크나 모바일 뱅킹 등 노인 사용률이 낮은 기술들도 어떻게 디자인해야 어르신들이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쉽게 쓸 수 있는지 실험 연구를 시리즈로 진행해 왔습니다. 이 연구를 하면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인 ‘대화’의 구체적인 프로세스와 세부 요소에 대한 효과를 따로 실험 연구하게 되었는데요. 인간 대화 형식을 바탕으로 하는 대화형 에이전트 디자인뿐 아니라 다른 기술 디자인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인간의 대화 자체에 대해서도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 교육 AI 에이전트의 페르소나와 피드백 연구, AI 채용 인터뷰 디자인 연구, 증권투자 AI 에이전트의 신뢰 회복에 대한 연구,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가지는 신뢰 가능한 AI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LLM 기반 대화형 에이전트를 실제 만들어서 상담 AI 에이전트, 판매 AI 에이전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그 에이전트를 더 사람 같고, 자연스럽고, 친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느낄 수 있게 디자인할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연구는 연구 주제 정하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연구 주제는 학생들이 AI 에이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더 나은 디자인을 고민하는 포인트에서, 평소 관심 분야에 대해 생각하다가, 혹은 수업 내용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관심 있는 주제가 생기면 이것을 질문으로 바꾸는 절차에 들어갑니다. 여기에서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어떤 질문을 하냐에 따라 전체 논문과 실험 방향이 바뀌고 논문이 줄 수 있는 시사점 또한 바뀌기 때문입니다.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논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쁜 질문을 하면 아무리 결과가 잘 나오고 논문을 잘 써도 좋은 논문이 나올 수 없습니다. 종종 학생들이 연구 주제만 정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지만 좋은 질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질문이 만들어지면 가설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가설을 잘 테스트할 수 있는 연구를 디자인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사람에 관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사람 대상의 실험이나 설문 조사를 주로 하죠.


◆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우리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들은 질문 단계에서부터 실용적인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내는 것을 목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학문적인 의미뿐 아니라 실질적·실용적인 의미도 큽니다. 우리가 디자인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들이나 디지털 치료제들은 실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아파트 건설에 들어가는 계획에 있습니다.


◆ 앞으로의 비전, 혹은 본 연구실의 목표가 있을까요?

현재 LLM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어서 조만간 목소리 기반의 대화형 에이전트를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 비서 서비스가 흔하게 이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면서 건강과 재산 등 개인 생활의 여러 부분을 관리해 주고 도와주고,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이루게 도와주는 개인 비서가 생길 것입니다. 이런 비서는 당연히 전문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사람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과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고, 자신을 챙겨주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친근한 존재여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자신에게 쓴소리도 (효과적으로) 할 줄 알고 실수했을 때는 사과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커뮤니케이션을 언어적으로, 또 비언어적으로 잘 디자인하여 갈등 상황과 설득이 필요한 상황, 공감적 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대화형 에이전트를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실 자랑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실은 자율성이 높은 편입니다. 학생이 하고 싶은 연구를 선택하고 본인이 계획을 짭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연구 디자인을 하고 자율적으로 연구해서 학생들의 동기 부여 정도도 높습니다. 학기 초에 자신의 이번 학기 목표와 계획에 대해 각자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렇게 목표와 계획을 구체화하고 서로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이 짠 계획을 더 잘 지킬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다양성이 높은 편입니다. 개발, 기획, 디자인 등 다양한 업무를 맡을 수 있고 다양한 연구 분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성이 가능한 이유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다양한 배경과 관심, 능력을 갖추고 들어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융합 연구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특별한 자격이나 능력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와서 배우면 되니까요. 다만, 연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성실함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는 교수님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연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연구한다는 것은 이미 있는 지식의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내가 궁금했던 주제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지식의 생산자로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꽤 흥미로운 일이고, 함께 일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역동적이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연구원을 고려하고 있다면, 막연히 생각만 하지 말고 관심 있는 연구실에 연락을 해보고 학부 인턴으로 연구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해요.



연구실 홈페이지: https://hailab.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