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분광물성 연구실, 황정식 교수님

  • 411호
  • 기사입력 2019.01.08
  • 취재 김재현 기자
  • 편집 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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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 적외선분광물성 연구실 소장 황정식 교수님(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Q.적외선 분광물질이라는 말이 다소 어려운데, 연구실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적외선 분광물성연구실에서는 전자기파인 빛을 이용하여 물질의 진동수의존 성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빛을 받은 물질은 빛을 흡수해 물질 내 전자의 고유 에너지준위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전자의 고유 에너지준위란 쉽게 말해 물질 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준위입니다. 물이 계곡을 얕은 곳부터 채우듯이 물질 내 전자가 낮은 고유 에너지준위부터 채워지게 됩니다. 이때 페르미 에너지라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아래쪽은 모두 전자로 채워져 있으며, 위쪽은 비어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의 물질이 빛을 받게 되면 채워진 상태의 전자가 비어있는 상태로 옮기게 됩니다. 이를 광전이(optical transition) 이라고 합니다. 물질에 의해 반사 또는 투과한 빛은 이러한 광전이에 대한 정보를 가지게 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흥미로운 물질의 반사 또는 투과한 빛을 측정하고 분석하여 광전이가 보이는 그 물질 내의 전자의 고유 에너지 준위에 대한 정보 즉, 물질의 진동수 의존 특성을 얻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빛을 가지고 연구하는 광분광학에서는 넓은 파장 영역의 빛을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는데, 빛은 파장(또는 진동수)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그중 긴 파장인 적외선 영역은 원적외선, 중적외선, 근적외선으로 나뉩니다. 적외선보다 짧은 파장에 가시광선이, 그보다 더 짧은 파장에 자외선이 존재합니다. 그중 우리 연구실은 적외선에서부터 자외선 일부까지의 넓은 파장 영역의 빛을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분광기를 이용하여 빛을 파장별로 나누어 측정합니다. 분광기는 간단하게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파장별로 그 세기를 측정하는 장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파장별로 측정된 빛의 세기를 파워 스펙트럼(power spectrum)이라고 부릅니다. 파워 스펙트럼을 얻어내는 방법에는 크게 FTIR(Fourier Transform Infrared) 분광법과 모노크로매틱(Monochromatic) 분광법이 있으며, 이들 분광법을 이용하여 적외선 영역에서 자외선 영역에 이르는 넓은 파장영역에서 파워 스펙트럼을 얻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현재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가요?


우리 LAB에서 초전도체와 위상물질 등을 포함한 다양한 흥미로운 특성을 가진 물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중 흥미로운 한 연구주제는 고온초전도체물질 연구로, 산화구리 초전도체, 철계 초전도체가 이에 해당합니다. 초전도체란 두 가지 매우 흥미로운 특성을 갖는 물질입니다. 이 두 특성은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완전 전도성과, 자기장을 물질 내에서 완전히 밀어내는 완전 반자성입니다. 대부분의 금속이 특정온도 이하가 되면 초전도체가 되는데, 이 특정온도를 초전도 전이온도라 부르며, 일반적인 금속의 전이온도는 20K(또는 -253 oC)이하로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철계 초전도체는 50K, 산화구리 초전도체는 90K 이상으로 이들 물질은 상대적으로 높은 전이온도로 인해 고온 초전도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이들 물질에서 나타나는 초 전도현상의 메커니즘이 아직 규명되지 않아, 우리 LAB에서 분광학 기술을 이용하여 초전도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기여하고자 고온 초전도체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이러한 연구가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이러한 연구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초전도체의 고유한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산업에서는 자기부상열차, 의료용에서는 MRI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자기부상열차는 완전 반자성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현상을 이용하여 만든 열차이고, MRI는 완전 전도성의 특징을 이용한 초전도 자석이 만들어 내는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하여 생체의 단층상을 얻을 수 있는 첨단 의학기계입니다.


Q.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박사 과정까지는 초전도 연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박사 후 연구과정에서 고온 초전도체와 처음으로 만났는데, 처음부터 하겠다고 시작한 일을 아니었고, 연구와 공부를 하다보니 재미있어서(웃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산화구리 초전도체 연구를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산화구리 초전도체를 1986년 처음 발견한 독일 두 물리학자들이 1년 뒤인 1987년에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응집물리학에서 산화구리 초전도체는 엄청난 화젯거리였는데, 저는 2001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Q. 교수님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포함해 많은 학자들이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고온 초전도체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전도가 발생하려면 전자 두 개가 한 쌍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전자는 음전하를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밀어냅니다. 전자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려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 힘의 근원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고온 초전도체에서 이 힘의 근원을 밝혀낸다면 사실 노벨상을 받겠지만(웃음) 저희들이 연구하여 그 힘의 근원을 밝혀내는데 있어 중요한 실험적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저의 연구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Q. 쑥스러우시겠지만 연구실 자랑 좀 해주세요.


적외선 분광, 광분광은 화학, 생물,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됩니다. 그러나 물리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합쳐도 10개 내외일 정도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외국의 다른 광분광연구실과 비교하여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갖추어진 실험 장비와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가지고 이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업적을 도출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한 두 박사과정 학생이 박사학위를 받게 되는데, 한 사람은 대한민국 내의 산업계로 가게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독일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공부를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자랑하고 싶은 연구진들이 많지만, 우리 연구실의 업적은 적외선 분광학 분야의 유능한 신진 연구 인력을 배출하는 것과 함께 학술적으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여 물리학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학우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수학, 화학, 생물이나 의학 쪽 연구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항상 사건, 상황과 현상을 관찰할 때 주의 깊게 보고 그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리에 대하여 생각과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십시오. 이러한 습관을 들이는 것은 어느 학문을 연구하든지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리란 단순히 살아가면서 접하는 여러 현상을 이해하려는 것인데, 그것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흥미로운 현상을 보고 이해하고 원인을 규명하려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만, 물리를 공부하다보면 학점을 높게 받고 통과를 해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런 수동적인 공부보다는 호기심을 갖고 현상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발적인 물리 공부를 하다보면 물리에 접근하기 쉬워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우 분들과 이번에 새로 입학하시는 신입생 여러분들은 물리에 좀 더 쉽게 다가가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