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학 연구실, 배용수 교수님

  • 413호
  • 기사입력 2019.02.12
  • 취재 김재현 기자
  • 편집 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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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ewee: 배용수 교수님(생명과학과, 바이러스학 연구실)


Q. 바이러스학 연구실이라는 연구실 이름이 흥미로운데요, 연구실 소개 부탁드립니다.


바이러스학 연구실은 바이러스학과 함께 바이러스학 연구에 떼어놓을 수 없는 면역학 분야에도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1.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의 오랜 잠복감염에 대한 병리기전 규명, 2. AIDS 바이러스 및 B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및 치료용 백신개발, 우리 몸의 방어면역과 항암면역을 유도하는 핵심 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DC)에 대한 기초 및 응용 연구를 포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교수 1명, 박사과정생 9명, 석사 1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내 외 연구진과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관련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SRC 센터를 유치하여 비임파성장기 면역연구센터를 개소하고 더 넓은 공간과 시설이 필요해 제1 종합연구동 5층으로 자리를 옮겨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관련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주로 연구하는 대상이 Dendritic Cell (DC) 인 것 같습니다. Dendritic Cell은 무엇이고, 이 세포에 대해 어떤 연구를 진행하시나요.


우리 몸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외부 병원균에 감염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대식세포나 자연살해세포와 같은 1차 면역반응, 즉 선천성 면역반응이 유도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항원 특이성이나 기억면역이 없어 재감염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이때 수지상세포가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를 포획하고 이를 T세포에 정보를 전달하여 항원 특이적인 T세포면역을 활성화시키고 기억면역을 유도하여 재감염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유도된 T 세포 면역을 후천성 면역 혹은 적응면역이라고 합니다. 즉 수지상세포는 우리 몸에서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을 연결해주는 교량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면역반응들은 거의 수지상세포에 의해 유도되고 조절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 연구실은 이러한 수지상세포의 분화 발생기전, 관련 유전자 발현조절을 통한 기능 및 특성연구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초연구 뿐 아니라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세포치료제 개발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몸의 각 장기는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가지며 외부 환경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 장기별 면역기전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러한 장기 특이적인 면역항상성 유지 관련 면역세포를 탐색하고 그들의 특성 및 기능을 연구하여 장기별로 나타나는 암이나 여타 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가고자 합니다. 수지상세포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면역분자 및 전사인자를 탐색하고 이들의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세포치료제의 효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도 수행 중입니다.


Q.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는 우리 생활에  큰 이득을 가져올 것 같습니다. 혹시 연구하신 분야가 현재 실생활에 사용되고 있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희 연구실에서는 6-membered azarsugar moiety를 가진 신 개념의 핵산유도체를 기반으로 한 AIDS 치료제를 개발하여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그 효능 및 작용기전을 규명하여 특허를 출원하고 국제학술지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경구용 점막면역 유도용 백신벡터 시스템 (RPS-Vax/CTP)을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AIDS 치료용 백신을 개발하고 효능을 검증하여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습니다. 현재는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B형 간염 예방 및 치료용 백신을 개발 중입니다. 더불어 수지상세포에 대한 기초 연구를 기반으로 간암 면역치료제를 개발해 기업체와 공동으로 임상 1, 2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간암환자 대상 임상 3상 시험 중에 있습니다.


Q. 바이러스라는 이름 자체가 다소 위험한 물질같이 들립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거나 실험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바이러스는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없지만 생명체에 감염되면 증식하여 병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에볼라, SARS와 같은 고위험성 바이러스는 특수 시설에서만 취급 가능합니다. 하지만 본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바이러스는 병원성 유전자에 변이를 주어 사람에게 감염될 수 없도록 만든 재조합 바이러스입니다. 특정 유전형질을 갖는 재조합 세포에서만 증식 되도록 설계되어 안전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를 백터로 개발해 재조합 생백신 개발에 사용하므로 사람에 투여하면 면역만 유도할 뿐 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약독화 된 바이러스나 실험동물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연구를 하므로 위험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모든 실험과정은 생물안전작업대 (Biosafety Cabinet)에서 개인보호구를 착용한 후 진행됩니다.  바이러스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방지해 연구원의 안전과 샘플의 오염을 막고 실험 중 발생한 폐기물은 모두 멸균 후 처리되어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습니다.


Q. 연구실에 대해 알아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원들 중에서 외국인이 많던데 어떤 장점이 있나요.


저희 연구실은 바이러스 및 수지상세포와 관련된 다양한 면역학적 연구를 하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과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소통해야 되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실험 및 영어 논문 작성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외국인은 한국어를 배울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각자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어 대학원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Q. 에이즈(HIV)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에이즈 치료제는 지금 어느 수준인가요.

1996년 David Ho 박사님의 연구를 기점으로 에이즈는 현재 여러 약제를 혼합하여 치료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병합요법 (cART)으로 치료하며 효과적으로 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에이즈는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치명적인 질병이 아닌,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cART 요법은 단순히 관리일 뿐 완치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장기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여전히 존재해서 현재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HIV를 중화하는 항체를 이용한 치료법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전임상 과정에서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여 현재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 단계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항체 치료도 잠복감염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잠복감염까지 제거할 수 있는 치료용 백신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AIDS 바이러스의 잠복감염기전을 연구해 왔지만 AIDS가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되면서 AIDS 치료연구나 병리기전 연구는 당분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동남아시아는 B형 간염으로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경화 및 간암의 원인 바이러스로 예방용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만, 백신 투여 후에도 여전히 상당 수가 감염되고 있습니다. 일단 감염되면 10-30% 환자들이 만성간염을 거쳐 간암으로 진전됨에도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자체 개발한 점막면역유도용 생백신 벡터(RPS-Vax/CTP)를 이용해 B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용 백신을 개발 중입니다. B형 간염바이러스는 역전사효소를 가지고 있어 회피성 돌연변이가 심해 합성신약으로는 완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므로 항바이러스 면역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치료용 백신이 가장 경쟁력 있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오랜 기간 수지상세포에 대한 면역반응 유도연구를 해 왔습니다. 최근 십여 년간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의 면역치료제를 개발해 병원과 연계하여 환자치료를 위한 임상연구를 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기초연구가 튼튼하지 못하면 개발연구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임상연구를 마무리 하고 다시 기초연구로 돌아와 2년 전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센터를 유치해 학교 내에 비임파성 장기 면역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우리 몸의 비임파성 장기에만 존재하는 특이적인 면역연구를 통해 이제까지 임파성 면역으로는 극복하지 못한 암 및 난치성 면역질환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Q. 바이러스학 연구실 자랑 부탁드리겠습니다.


바이러스학 연구는 면역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어 면역학적 지식과 연구 환경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특히 면역학 실험을 위해서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가 필수입니다. 본 연구실은 다양한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우스 실험을 위한 동물실, 장기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할 수 있는 장비와 면역세포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유세포 분석기, 특정 면역세포의 기능 분석을 위한 유세포 수확기 등 면역학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및 백신 연구를 위해 분자생물학 연구에 필요한 별도의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매주 정기적으로 journal club을 통해 관련분야 최신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국제 학술세미나, 워크샵을 개최하여 국제적으로 연구경쟁력을 고취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공동연구를 통해 수지상세포 관련 연구분야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2년 마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국제 수지상세포 학술대회에 전 구성원이 참석하여 연구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12회 국제 학술대회를 한국에 유치하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으로 대학원생 및 연구원들의 기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Q. 올해 자연과학계열의 많은 학생들이 생명과학과에 진입했습니다. 학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생명과학은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생명체의 신비를 알아가면서 이 지식을 활용하여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자연과 생태계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가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학문입니다.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는 우리 삶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있어 생명의 신비를 피부로 느끼고 접할 수 있는 학문영역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학문인만큼, 생명과학과에 진입한 학생 여러분들은 제공되는 커리큘럼으로 학부과정에서부터 관심 있는 분야에 기초지식을 충분히 쌓고 관련분야 논문을 찾아보고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앞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진로를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명과학과에 진입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