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뽑기게임 현장으로

  • 478호
  • 기사입력 2021.10.25
  • 취재 이채림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4181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목숨을 담보로 걸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등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게임을 진행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이 나타난다. 어린아이들의 놀이로만 취급되던 게임들이 오징어 게임의 흥행 덕분에 다 큰 성인들에게도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중 가장 각광을 받은 것은 설탕을 녹인 것에 베이킹 소다 가루를 조금 넣고 납작하게 눌러서 만든 먹거리인 ‘달고나 뽑기’다. 달고나 뽑기는 달달한 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틀을 이용해 찍고, 찍힌 모양대로 살살 녹여먹는 재미까지 갖춘 한국식 설탕과자다. 한국에서는 달고나 판매량이 300% 이상 증가했고, 외국에서도 달고나 만들기 체험 세트를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달고나 붐의 중심에는 달고나를 직접 오징어 게임에 납품한 “혜화역 원조 달고나 가게”가 있다. 오징어 게임 속 생생한 현장과 달고나 붐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기 위해 이번 킹고복덕방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달고나를 납품한 ‘뽑기가게 사장님’과, ‘뽑기 게임을 체험해 본 김나연 학우’를 만났다.

 

[오징어 게임에 달고나를 직접 납품한 원조 뽑기 가게 답사기]


위치: 혜화역 2번 출구 이디야 건물 앞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작은 뽑기 가게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주문할 차례가 오고 사장님은 만들고 있는 달고나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로 나에게 투박하게 말을 건넸다. "몇 개 줄까?" 나는 냉큼 자리에 앉아 우산 모양 달고나를 부탁드렸고, 사장님은 즉석에서 나를 위한 우산 모양 달고나를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산 모양이 찍힌 달고나는 내 앞에 놓였고, 나는 뜨거운 달고나를 후후 불어가며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사람처럼 긴장하며 뽑기 게임을 할 준비 태세를 갖췄다. 오징어 게임 속 이정재처럼 달고나를 핥아가며 이쑤시개로 정교하게 콕콕 찌르며 최대한 우산 모양을 흩트리지 않으려고 했다. 쉬워 보이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깨져버리는 것을 알기에 더욱 신중하게 뽑기 게임에 임했다. 역시 오징어 게임에 456억이라는 고액 상금이 괜히 걸린 것이 아니다. 우산이 찍힌 나의 달고나는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거봐 어렵지?" 사장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거셨고, 이때다 싶어 인터뷰 요청을 드려보았다.

처음에는 인터뷰는 질색이라며 거절하셨지만 성균관대 학생으로서 꼭 학교 기사에 오징어 게임과 뽑기 게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싶다는 나의 간절한 모습에 결국 흔쾌히 허락하셨다.


[오징어 게임 뽑기 가게 사장님 인터뷰]

Q. 오징어 게임 방영 전과 후로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사람 많고 장사 잘 되니까 좋지. 뽑기 장사하는 사람들 다 장사 잘 돼서 좋아. 뽑기 장사하는 사람들부터 국자나 뽑기 재료 파는 사람들도 다 같이 잘 되고 있거든 지금. 그래서 요즘 내가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

 

Q. 촬영장에서 재밌었던 일화를 소개해주세요.

우리 촬영장은 너무 분위기가 좋았어. 우린 소품팀에 소속돼서 촬영에 쓰일 달고나를 열심히 만들었지. 감독이 “세모 12개, 동그라미 4개요~”라고 무전을 치면 우리가 실시간으로 만들어 주는 거지~ 근데 촬영실 안에는 아무도 못 들어가. 우리는 사무실 안에서 에어컨 밑에서 만들기만 했어. 시나리오에 적힌 대로 우린 열심히 작업해 주는 역할이었지.

촬영하는 장면마다 미세하게 다 다르게 달고나를 만들었어. 예를 들어 달고나가 부러지는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작업하기도 했고, 침 바르는 장면에 따라 또 다른 방식으로 틀을 눌러줘야 했었지. 또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직접 모양에 따라서 잘라주기도 했어.  설탕이 하루에 5kg씩 해서 3일 동안 15kg나 들어갔다니까~ 어마어마하지? 더 이상의 비밀은 영업 비밀이여(웃음). 달고나에 찍힌 모양대로 쪼개는 게 해봐서 알겠지만은 어려운 거야. 그러니까 이정재가 얼마나 그걸 핥았겠어~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학생들이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 열심히 해~ 학생들 보면 다들 우리 아들 같아서 그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야~ 내가 말재주가 없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표현을 잘 못하겠네~ 공부하다가 심심하면 와서 재밌는 뽑기 한판 하고 가고 그래~


[오징어 게임 속 뽑기 게임을 체험한 학우]


[글로벌리더학부 김나연 학우]

Q. 오징어 게임 보셨나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할 의향이 있나요?

안 봤지만 워낙 화제가 된 작품이라 내용은 대충 알고 있어요. 저라면 비록 456억 가질 수 있더라도 그 확률은 진짜 낮기 때문에 별로 참여하고 싶지 않아요. 상금을 가지지 못한다는 말인즉슨 제가 죽을 확률이 거의 95% 이상이라는 의미라서 별로 참가하고 싶지 않습니다(웃음).

 

Q. 몇 시간 기다렸나요? 그리고 기다린 가치가 있었나요?

한 1분밖에 안 기다렸어요. 마감하기 직전에 가서 그런지 다행히도 평상시보다 사람이 상대적으로 없었습니다. 달고나를 사 먹게 된 이유는 달고나를 안 먹어본 지 꽤 오래돼서 오랜만에 먹어보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뽑기 게임을 하던 추억을 떠올려보고 싶달까요?

 

Q. 오징어 게임에 납품한 달고나는 일반 달고나와의 차별성이 있었나요?

일반 달고나와의 차이는 딱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혜화역 달고나에서는 약간 더 소다맛이 느껴지긴 했어요. 모양 틀이 매우 다양하고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오징어 게임처럼 체험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맛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고, 뽑기 게임을 하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과 같은 즐거운 기분이 들었어요.

 

Q. 달고나 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달고나 붐은 좋죠. 그런데 뉴스에서 인사동 부근에서 달고나를 7,000원에 판다고 그러더라고요. 오징어 게임으로 달고나 열풍이 불었다고 하지만 7,000원과 같은 지나친 가격은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조 뽑기 가게인 혜화역 달고나 가게는 오징어 게임이 방영되기 전과 같은 가격인 2,000원에 판매하셔서 너무 좋아요. 합리적인 가격에 재미와 맛을 모두 얻을 수 있으니까요.  뽑기 게임 열풍을 계기로 달고나 장사하시는 많은 소상공인분들이 많은 이익을 얻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