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수를 좋아하세요…

  • 547호
  • 기사입력 2024.09.08
  • 취재 김아인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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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브람스의 음악에 짙게 묻어 있는 고독함의 음색이 가을을 너무나도 잘 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폴의 고독함을 위로하는 시몽의 편지 속 구절이 따듯한 가을의 분위기를 연상시켜서일까? 요즈음과 같은 초가을엔 어김없이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떠오른다. 여름과 겨울 사이,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를 잇는 가을을 맞이하여 초가을의 분위기를 향에 담아 입어보는 것은 어떨까?


◈ 묵직한 가을의 멋, 우디

가을 향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코끝에 스치는 것은 바로 우디 향이다. 톰포드의 ‘오우드 우드’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오우드라는 향수 원료를 이용하여 만든 우디 계열 향수다. 로즈 향과 우드 향의 조화가 주는 고급스럽고 모던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레더 계열의 우디 향수로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가 있다. 벽난로 앞 부드러운 가죽 소파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이 향수는 지금부터 겨울까지 쓰기에도 좋다. 올가을에는 따듯함과 카리스마가 모두 느껴지는 우디 향에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달큰한 제철의 맛, 무화과

몽환적인 달콤함을 가진 무화과의 제철은 가을이 찾아오는 9월에서 가을이 깊어지는 10월이다. 그래서인지 여름에 복숭아 향 향수가 잘 어울리는 것처럼 무화과 향은 가을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딥디크의 ‘필로시코스’는 무화과의 향을 아주 직관적으로 담은 향수다. 무화과를 한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싱그럽고 달콤한 향이 매력적이다. BDK의 ‘그리 샤르넬’은 스파이시 향수로 블랙티와 무화과의 조화가 성숙한 느낌을 준다. 사담이긴 하지만 필자는 오로지 무화과만을 위해 가을을 기다릴 만큼 과일 중 무화과를 가장 좋아한다. 아직 무화과를 먹어보지 않았다면, 올가을 향수로 먼저 무화과에 입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아늑한 잔향의 미, 머스크

크리미하고 묵직한 머스크 향은 가을과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향 중 하나이다. 톰포드의 ‘화이트 스웨이드’는 입문용으로 좋은 머스크 향수로 세련되고 우아한 무드가 매력적인 향수다. 톰포드의 ‘머스크퓨어’는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이 머스크 향을 메인으로 하는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향이다. 패키지에서 드러나듯이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가 특징이다. 아무래도 톰포드는 머스크 맛집인 걸까?



◈ 향수 착용법

마지막으로 앞서 추천한 향수들을 어떻게 뿌리면 좋을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손목과 귀 뒤는 너무 정석 같은 부위이니 생략하기로 하자. 향수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필자가 추천하는 부위는 무릎과 손목 바깥쪽이다. 긴 소매를 자주 입는 가을의 경우 손목 바깥쪽에 향수를 뿌려주면 소매에 의해 향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향이 더욱 효과적으로 확산된다. 가을, 겨울처럼 긴 기장의 하의를 주로 입는 계절에는 무릎 부근에 향수를 뿌리면 걸음걸이마다 내가 좋아하는 향이 올라와 더욱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