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하는 문자, 한글의 탄생

  • 429호
  • 기사입력 2019.10.12
  • 취재 권은서 기자
  • 편집 심주미 기자

우리는 새해가 다가오면 공휴일이 며칠인지 세어보곤 한다. 일명 ‘황금연휴’가 있는 해가 되면 사람들은 황금연휴를 손꼽아 기다린다. 새해의 의례처럼 되어버린 ‘공휴일 확인’이 일과 학업에 지쳐 있는 사람들을 반증하는 것처럼 느껴져 씁쓸하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가 기다리는 공휴일 중 하나인 한글날, 며칠 전인 10월 9일이었다. 물론 개인에게는 쉬는 날이라 의미 있을 수 있겠지만, 한글날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문자 기념일로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글은 전 세계 문자 가운데 창제 목적과 창제한 사람, 창제한 날, 반포한 날짜가 정확하게 나타나는 유일무이한 문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술과 함께 자랑스런 우리나라의 보물 탄생일 한글날과 한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 북한과 남한의 한글날은 다르다?

북한도 남한처럼 한글날이 있다. 한글날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지만 조선글날이라고 하는 기념일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10월 9일이 아닌 1월 15일이다. 왜 날짜가 다른 것일까? 그 답은 세종실록에서 찾을 수 있다.


世宗 25年(1443) 12月條 <世宗實錄 卷 102>

“… 是月上親制諺文二十八字 …”

世宗 28年(1446) 9月條 <世宗實錄 卷 113>

“… 是月訓民正音成…”


세종실록 102권을 보면, “이달(是月)에 임금(上)이 친히(親) 언문(諺文) 28자(二十八字)를 만드셨다.”라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1443년 음력 12월경에 훈민정음이 창제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뒤인 1446년 음력 9월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완성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왜 기록이 번복되어 있을까? 바로 훈민정음이 가르키는 뜻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문자자체로서의 뜻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인지 등의 학자가 창제된 문자 훈민정음을 해설해 놓은 책 이름이다. 따라서, 세종 28년에 쓰인 기록은, 흔히 우리가 문자 훈민정음과 구별하기 위해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부르는 책 ‘훈민정음’이 편찬된 날이다. 즉, 북한은 ‘문자’의 뜻을 가진 훈민정음이 창제된 날을 기념하는 것이고, 남한의 한글날은 흔히 우리가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부르는 책이 편찬된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문자가 창제된 날을 기념하는 것과 문자가 반포된 날을 기념하는 것에서 온 차이다.


한글의 문자적 우수성

한글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문자다. 이를 3가지의 최소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음소 문자로서 갖는 최소성, 상형의 원리에 따른 최소성, 음절 배합에 따른 최소성이다.


첫째로, 한글이 음소 문자이기 때문에 가지는 최소성이다. 한자와 같이 한 문자가 하나의 단어를 나타내는 표어문자와는 다르게 기호 하나가 음소, 낱소리 하나를 나타내는 음소문자이기 때문이다. 수만 개의 한자와는 달리 한글은 자음 19개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ㄲ,ㄸ,ㅃ,ㅆ,ㅉ”와 모음 21개 “ㅣ, ㅔ, ㅐ, ㅏ, ㅜ, ㅗ, ㅓ, ㅡ, ㅟ, ㅚ (단모음 10개) +  ㅑ, ㅕ, ㅛ, ㅠ, ㅒ, ㅖ, ㅘ, ㅝ, ㅙ, ㅞ, ㅢ (이중모음 11개)”, 총 40개의 최소의 문자를 가지고 있다. 수만 개를 알아야 하는 한자와는 달리 한글은 40개의 문자만 배우면 된다.


다음으로는, 상형의 원리를 통해 그 형태를 추상화하여 간결하게 나타낸 형태의 최소성이다. 자음자는 말소리를 내는 기관인 조음기관을 본떠 기본자 다섯 개를 직선과 사선, 원만으로 상형하고 모음자의 경우도 점과 직선만으로 하늘과 땅과 사람이라는 거대한 우주 자연의 3요소를 상형 했다. 이처럼 조음 기관과 자연을 추상화하여 간결하게 나타냄으로써 형태를 최소화하였다.


마지막인 음절 배합에 따른 최소성은 ‘종성부용초성’과 ‘최소 이동’으로 설명 가능하다. ‘종성부용초성’은 훈민정음 해례본 예의에서 종성은 새로 만들지 않고 초성을 다시 쓴다고 설명한 ‘훈민정음’ 종성의 제자와 운용 원칙이다. 이 종성부용초성의 원칙을 통해 종성에 쓰이는 글자를 새로 만들지 않아 자음 글자 수를 최소화시켰다. ‘국’과 같은 음절을 배합할 때 초성에 쓴 ‘ㄱ’을 종성에 거듭 썼음을 알 수 있다. ‘최소 이동’은 단일 자음자에 모음자를 최소한의 이동으로 최대의 글자들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시’라는 음절의 ‘ㅣ’ 왼쪽에 ‘ㆍ’를 붙이면 ‘서’, 오른쪽에 붙이면 ‘사’ ‘스’라는 음절의 ‘ㅡ’위쪽에 ‘ㆍ’를 붙이면 ‘소’, 아래쪽에 붙이면 ‘수’가 된다. 이처럼 최소의 공간에 최소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글자들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모아쓰기의 장점은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여 수많은 음절을 생성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한글의 최대성으로 이어진다. 받침 없는 음절자 399자(초성 19자 × 중성 21자), 받침 있는 음절자 10,773자(399자 × 종성 27자) 등 무려 11,172자나 된다. 최소의 형태를 가진 한글은 최소의 글자 수를 가지고 최다의 음절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특성을 가진 문자, 한글은 국외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는 훌륭한 문자이다.


“한국의 알파벳은 언문이라고 알려졌으며, 극동에서 오직 하나의 자생 알파벳이다. 

어떤 학자는 이제까지 실제로 사용된 가장 완벽한 음성표기 체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과사전, 아메리카나백과사전(Encyclopedia Americana)-


 “한국인들은 전적으로 독창적이고 놀라운 음소문자를 만들었는데, 

그것은 세계 어떤 나라의 문자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과학적인 표기 체계” 

-하버드대학 동아시아 역사가 라이샤워(O. Reichaurer) 교수-


한글날, 신나게 놀고 쉬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문자가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문자인지 알고 감사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자료

김슬옹, 「한글 우수성, 독창성, 과학성에 대한 통합 연구」, 『문법 교육』 제16호, 한국문법교육학회, 2012.

장영길, 「한글의 문자학적 우수성」, 『국제언어문학』 제17호, 국제언어문학회, 2008.

조문규, “북한 한글날은 '조선글날'인 1월15일…왜?”, <중앙일보>, 2014.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