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만드는 우리 정부, <br>‘시민참여제도’

우리 손으로 만드는 우리 정부,
‘시민참여제도’

  • 397호
  • 기사입력 2018.06.12
  • 취재 홍영주 기자
  • 편집 김규리 기자
  • 조회수 5033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이루어지는 날이다. 올 6월 중 가장 중요한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부터 선거 열기는 뜨겁다. 거리마다 걸려 있는 후보자들의 플랜카드, 늦은 아침부터 나를 깨우는 선거송, 학교 담벼락에 붙어있는 수많은 벽보들과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수없이 받는 “안녕하세요, 0번 000입니다!” 인사들.

◈ ‘시민참여제도’란? 
이번 지방선거 역시 우리나라의 ‘시민참여제도’ 중 하나에 속한다. 시민참여제도란 무엇일까? 우선, ‘시민참여’는 일반시민이 정부기관과 정책활동에 영향을 미치고자 행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주민참여라 이른다. 우리나라 정부는 일반시민들의 정책적 참여를 위해 제도적 측면에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선거를 비롯하여 공청회, 민원실, 주민소환제, 주민참여예산제 등의 제도와 방법들이 있다.

◈ 시민참여의 중요성
시민참여는 일반적으로 시민들이 정책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행정의 일탈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의의를 갖는다. 또한 이를 통해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및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정치과정에의 시민참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그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대표적으로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벌을 받는다”고 말했고, 근대 정치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참여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루소는 참여를 ‘의사결정에의 참여’로 정의하며 좋은 정부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루소의 사상을 현대 정치현실에 맞게 변화시킨 현대 학자들도 있다. 벤자민 바버와 캐롤 페이트만이다. 바버는 강한 민주주의, 즉 바람직한 민주주의는 시민교육에 의해 시민이 결속되고 다양한 참여제도를 통해 공동목표를 추구하며 상호작용하는 ‘참여 민주주의’라 주장했다. 페이트만은 ‘참여’를 의사결정에서의 평등한 참여로 보고, 민주주의의 유지를 위해서는 이러한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존 스튜어트 밀, 에리히 프롬 등 다양한 학자들이 민주주의 정부에서의 시민참여를 강조했다.

◈ 우리나라의 시민참여제도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시민참여제도를 통해 국민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예를 들면, 선거, 옴부즈만, 행정모니터제도, 자문위원회, 주민발의제,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주민감사청구제, 주민소송제 등이 있다. 이 중 적극적인 시민참여의 성격을 띠는 몇 가지 제도를 소개한다.

‘주민소환제’는 지자체의 행정처분 ∙ 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주민들이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일정한 절차를 통해 지역의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소환하여 문제 사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제재할 수 있다. 청구 사유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으나, 주된 사유로는 직무행태, 예산낭비, 정책추진, 불법비리 등이 있다. 이 제도는 선거 이후에는 지방공직자를 견제할 수 없는 대의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제도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직자가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어, 직권남용과 부정부패 등의 병폐를 방지하는 심리적 예방기제로 작동한다.

‘주민발의제’는 지역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법률인 조례 제정을 주민이 직접 추진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지역의 법을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15조 제1항에 의하면, 일정 수 이상 유권자의 서명에 의해 법의 제정 및 개폐를 시민이 직접 청구할 수 있다. 청구가 이뤄진 후 지방의회를 통과해야만 조례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주민투표제’는 지방의 주요한 공공문제에 대해 시민이 직접투표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제도다. 단체장의 전횡 및 단체장-의회 간 담합행위를 견제하거나, 정책에 관한 주민간의 갈등을 조정 ∙ 통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방자치법 제13조 2항에 의해, 19세 이상 주민 중 주민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20 ~ 1/5 범위 내에서 지자체 조례에서 정한 수 이상의 서명으로 해당 지자체장에게 그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역의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이다. 특히 사업의 필요성 판단이나 예산배분의 우선순위 등을 결정한다. 주민위원회 위원을 위촉해 주민예산학교를 실시하고, 분과위원회별 예산안을 심의 및 의결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 외에도 지자체 집행부가 자치권력을 남용하거나 공익을 저해하는 행정비리를 저지를 때 통제할 수 있는 ‘주민감사청구제’와 지자체의 위법한 재무회계행위에 대해 주민들이 시정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주민소송제’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시민참여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제도들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아 시민들의 인식 및 참여도가 낮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보완 및 개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등 정부 차원에서의 해결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관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발전을 위해 선거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참여제도에 더욱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