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지배자, 루시드 드리머가 되어보기

  • 417호
  • 기사입력 2019.04.09
  • 취재 권은서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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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장치 없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고 그토록 짝사랑하던 상대와 극적인 사랑을 이루기도 혹은 끔찍하게 생긴 좀비에게 쫓기기도 한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던 것들이 이루어지는 곳은 ‘꿈’ 속의 세계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일지라도 꿈속의 작가는 본인이 아니다. 꿈은 자신이 꾸는 것인데 왜 나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미 쓰인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이 꿈속의 세계는 어떻게 흘러갈지 감히 예측할 수 없고 그 이야기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꿈속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펜’이 자신에게 주어진다면 어떨까? 뭐든지 이룰 수 있는 환상의 세계 꿈속에서 의식이 깨어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앞서 말한 질문들에 한 단어로 답한다면, 그것은 ‘루시드 드림’이다. 신비로운 꿈의 세계, 그러한 꿈을 지배할 수 있는 ‘루시드 드림’에 대해 이번 학술과 함께 알아보자.



★꿈! 현실 같지만 현실이 아닌, 신비한 세계


자는 중에도 깨어있을 때와 같이 시각적 감각을 느끼고 혹은 청각, 미각 등의 오감을 느끼는 체험을 ‘꿈’이라고 지칭한다. 이러한 감각과 동반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고 논리와는 다르게 꿈만의 특수 논리로 이루어진 ‘이미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과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꿈을 꾼다고 한다. 꿈을 꾸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아직 학자들은 일관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꿈은 ‘렘수면’ 중에 꾸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렘(REM)수면’이란 뇌가 깨어있을 때와 같이 뇌파 활동이 활발하지만 실제로는 자고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잠을 잘 때는 렘(REM)수면과 비렘(N-REM)수면을 반복하는데 렘수면 중에서는 눈동자의 빠른 움직임을 동반한다. 이러한 눈동자의 움직임이 나타날 때 시각적 형상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꿈을 마음대로 조종한다?


루시드 드림, 꿈을 꾸는 도중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상태의 꿈을 말한다. 그래서 ‘자각몽’이라고도 한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자각몽에 대해 많은 의심과 반박이 있었다. ‘자각몽을 꾸게 된 순간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꿈이라고 자각했다는 기억은 잠에서 깨어난 후 만들어낸 가짜 기억이다’ 등의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스탠퍼드대학의 꿈 과학자 스티븐 라버지가 자각몽을 꾸던 중 안구운동과 손의 운동을 통해 자각몽을 꾸고 있는 상태라는 신호를 내보내는 실험에 성공하게 되면서 수많은 반박과 의심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실험에 대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라버지 자신의 머리와 손에 전극과 다용도 뇌파계를 붙인다. 잠든 후 미리 연습한 대로 자각몽을 꾸는 동안 본인 이름의 이니셜을 모스부호로 내보냈다. 꿈의 세계로부터 현실 세계와의 실시간 교신이 가능해진 놀라운 실험이 성공하게 된 것이다.


루시드 드림은 어떻게 하는가, 그 방법에 대하여


앞서 말한 렘(REM)수면과 자각의식이 만나면 루시드 드림을 꾸게 된다. 쉽게 말해 ‘나’라는 존재가 ‘지금 여기’ 있다는 의식을 꿈속에서 하면 자각몽의 체험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즉, 꿈속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지배자가 자기 자신이 된다. 그렇다면 그 자세한 내막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먼저, 꿈을 자각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을 찾아야 한다. 보통 낮 시간대가 좋다. 다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을 자고 난 후 일어나서 잠에서 깬 상태를 확고히 하기 위해 3~50분 동안 육체적인 활동을 한다. 그다음에는 뒤이어질 꿈속에서 그것이 꿈임을 자각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다시 잠을 청한다. 여기서 잠에서 깬 후와 다시 잠들기 전의 시간이 길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잠에서 깨면 다시 잠을 청하기 힘든 사람은 깨어있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한다.


다음으로, 꿈을 기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기억하는 꿈의 갯수가 많아질수록 꿈을 자각하게 될 확률은 높아진다. 꿈을 자각하는 능력이 기억력, 즉 마음의 깨어있는 정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뇌가 깨어있어서 꿈속에서도 의식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이름과 상황에 대한 감각의 인지 정도에 불과하고 상황의 의미 흑은 연관성 등과 같은 본질적 자각은 결핍되어 있다. 꿈을 기억해내는 빈도를 높임으로써 꿈의 단기적 기억력을 발달시키고 꿈을 자각하게 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기억하는 방법은 세 가지를 추천한다. 같이 하는 것도 좋다. 첫 번째는, 꿈에서 깬 직후에 꿈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꿈의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하려고 애써라. 꿈에서 깬 직후 외에, 자기 전에 전날 밤의 꿈을 상기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두 번째 꿈 일기장을 만드는 것이다. 꿈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기억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꿈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꿈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기억하면 연결되는 꿈이 생긴다. 이러한 연결되는 꿈들의 장소와 에피소드를 연관지어 기록한다면 기억하는 꿈의 빈도와 현실감의 강도가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꿈을 자각하는 능력이 커지게 된다.


세 번째 ‘의도’가 중요하다. 즉,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의도의 생성은 내적 열망을 일으킴으로써 의식과 무의식 상태 모두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꿈을 자각해보겠다는 강력한 욕망을 가지고 그 동기를 굳혀라. 이는 집중력의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닻’을 만들어라. 꿈속에서도 의식은 존재하므로 현실에서 조건반사적인 행위를 인위적으로 습관화하면 꿈에서도 그 행위가 작동된다. 특정한 자극에 대해 일정하게 반응하는 훈련을 통해 꿈속에서도 같은 상황에 대해 똑같이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닻’이란 특정한 자극이다. 예를 들어 특정한 자신의 신체 부위, 녹색의 물건 등과 같이 깨어있을 때와 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을 ‘닻’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닻을 볼 때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라고 자문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습관을 형성하기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현실에서, 나아가 꿈속에서도 자동으로 그 물음을 던질 수 있게 된다. 꿈에서는 굉장히 모순적인 것도 단순히 지나치게 된다. 이미 모순적인 것에 대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닻’에 대한 자문의 습관화를 통해 꿈속에서 ‘초록색 고양이’를 보았을 때 꿈의 모순적인 성질을 파악하게 된다. 고양이가 자신에게 말을 걸 수 없을뿐더러 초록색 고양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러한 존재에 대한 의심은 곧 모든 것이 꿈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앞서 말한 방법들은 모두 지속적인 연습이 필수적이다. 또한, 꾸준히 집중하고, 꿈에 대해 모든 기억을 ‘세세히’ 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세계에서 원하는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다. 현실의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될 수도, 창조적 혹은 예술적 영감을 얻는 발원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꿈은 단지 꿈일 뿐,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 도피처가 되거나 꿈속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보다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참고 문헌

김정희, 이호형(2017) 『꿈을 읽다』. 책읽는귀족.

미하일 라두가(2010년) 『자각몽과 유체이탈의 모든 것』. 정신세계사.

와타나베 쓰네오(2017) 『사람은 왜 꿈을 꾸는가』. 끌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