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 : 끝없는 나락

  • 419호
  • 기사입력 2019.05.07
  • 취재 권은서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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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축배를 들며 때론 아프고 공허한 가슴을 술 한잔으로 위로한다. 또한 어색한 관계의 사람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함께 술자리를 가진다.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낼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술은 인류와 희노애락을 오랜 시간 함께 해왔다. 그러나 술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맑은 호수와 같다. 얕아 보인다고 뛰어든 호수의 끝도 없는 깊이에 빠지듯 술을 가볍게 얕보았다가는 끝도 없는 나락에 빠져들기 쉽다. 이번 학술은 끝없는 나락, 알코올 의존증에 대해 다뤄보았다.


"알코올 의존증이란?"


흔히들 알코올 중독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양 이상의 음주로 개인의 건강이나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장애가 있음에도 음주를 계속하는 경우를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말한다.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사람들은 음주할 때 스스로 제어와 통제를 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옴에도 알코올 섭취를 계속한다.  알코올은 처음에는 중추신경의 억제제로서 평온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을 지나치게 계속 마시면 몸과 마음이 알코올에 응하고 의존하는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 판단력은 흐려지고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장애를 초래하게 한다. 뇌에 있는 전두엽은 소위 이성과 판단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하는데 술을 많이 마시고 중독되면 이 기능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술을 먹고 음주 운전을 하면 아무 생각, 의식, 의도 없이 그러한 잘못된 행동을 계속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음주 운전이 재발하는 높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알코올 의존증에 걸리게 되는가? 원인은 다양하며 광범위해서 크게 원인 3가지를 대략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유전적인 원인이다.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유전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알코올 의존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따로 있어서 이것이 유전되어 그 자녀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의 아들은 그 집안에서 양육되었든 혹은 입양된 가정에서 자랐던 것의 여부와 관계없이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네 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외에도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알코올 의존증에 걸리면 다른 형제도 알코올 중독자가 될 확률이 이란성 쌍둥이 형제에 비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 번째, 사회문화적 요인이다. 사회에 만연한 술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알코올 의존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앞서 서 말했듯이 회식, 경조사 등 어떤 일이든 술이 빠지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음주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는 알코올 의존자의 비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반면, 유태인이나 중국인과 같은 사회 집단에서는 전통적인 윤리를 강조해서 알코올 중독의 비율이 낮다.


 마지막으로, 심리적인 원인이다. 알코올에 의존하기 쉬운 어떤 성격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이론인 ‘정신역동 이론’과 관련이 있기도 하다. 이 이론은 아이가 출생 후 처음 발달 단계인 ‘구강기’에서 입, 입술, 혀의 자극에서 쾌락을 추구하고 만족을 구해야 하는데,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에서 이러한 의존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과도하게 충족시켰을 경우를 알코올 의존증의 촉발 요인으로 본다. 이처럼 결여된 심리적 성격 구조나 갈등, 결핍 등에서 오는 불안감을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으로 해소하면서 알코올 의존증 형성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알코올 의존증과는 무관하십니까?"


술을 많이 마신다고  알코올 중독자인가?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알코올 중독을 진단하는데 술의 양과 음주 빈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 진단은 음주에 대한 강박적 집착과 사용, 금단 증상, 내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 네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보통 술이 는다고 말한다. 이는 술에 대한 내성으로, 반복적 음주를 통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다. 이러한 신체적 의존인 내성과 함께 금단 현상이 있다. 어떠한 물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나타나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증상군을 일컫는 용어이다. 맥박수 증가, 손떨림 증상, 불면증, 불안, 환청, 환촉, 환시 등의 증상이 두 개 이상 일어날 경우 알코올 금단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술을 우선순위에 두고 자신이 해야 할 직업적, 사회적 일이나 취미 생활과 같은 것을 미루는 집착 또한 알코올 의존증 기준의 하나다. 이는 술을 마시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의무를 미뤄 둔 채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태다. 이러한 집착은 알코올에 대한 강박적 사용으로 이어진다. 알코올 섭취의 습관적 행위로 많은 문제가 동반됨에도 불구하고 음주를 중단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술에서 깨지 못해 학교 수업을 빠진다거나 음주로 인해 인간관계가 좁혀지거나 나빠지는데도 계속 술을 마시는 상태를 의미한다.


"알코올 의존증 신호의 자가 진단"


1. 술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를 지각하거나 약속을 빼먹는 경우가 있습니까?

2. 때로 술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십니까?

3. 때로 술 마시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낍니까?

4. 취하기 위해 술을 점점 더 많이 마십니까?

5. 종종 취했을 때 한 말이나 행동을 후회하십니까?

6. 술을 마신 다음에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한 경우가 있습니까?

7. 술 마시는 양을 줄이거나 술을 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십니까?

8. 술을 마실 때는 거의 먹지 않거나 또는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십니까?

9. 아침에 숙취를 없애려고 술을 마십니까?


위의 질문에 대해 하나 이상 “예”라는 응답이 나오면 이미 알코올 의존증을 가지고 있거나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길에 있음을 나타낸다.


술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거나 때로는 위로해주는 수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술에 취해 나 자신, 주체를 잃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술은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출처>

정남운, 박현주 (2000) 『잊고 싶은 현실, 잃어버린자아 알코올 중독』. 학지사.

영상, ebs 다큐 시선 - 알코올 의존의 그림자_#001

우선옥 (2015) 「알코올중독의 문제와 그 극복의 방안 - 도널드 위니캇 이론을 중심으로」, 신학과 실천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국가건강정보포털, “알코올 중독”

(http://health.cdc.go.kr/health/HealthInfoArea/HealthInfo/View.do?idx=3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