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터질 것인가?

  • 434호
  • 기사입력 2019.12.31
  • 취재 최지원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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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영화 <해운대>는 부산 앞바다로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상상을 했다. 두 해 뒤에 후쿠시마로 쓰나미가 몰려와 일본은 역사 이래 원자폭탄과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를 둘 다 겪은 불운한 나라가 되었다. 그때 가장 옆에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보다 대양 가운데서도 가장 큰 태평양을 건너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에서 일본 사고 잔해물이 먼저 발견되기도 했다. 그것은 해류 방향 때문이었다.


올겨울 영화 <백두산>이 개봉되었는데 영화에 대한 평은 백두산이 과연 폭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의견만큼이나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그러나 1000년 전쯤 백두산이 실제로 폭발했고 그때 화산재가 일본으로 많이 날아가 일본이 많은 해를 입었다는 의견도 돋보인다.  그토록 오래전이긴 하지만 백두산이 정말 폭발했는지는 중요하다. 그것은 또 폭발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1981년 일본 한 과학자 마치다 히로시가 일본 북부 지방에 널리 퇴적된 화산재 원인을 900년대 백두산 화산 폭발로 지목했다고 한다. 다시 십 년쯤 뒤 1992년 그는 이 백두산 폭발로 10세기 동북아시아 강대국 중 하나였던 발해가 몰락했다는 새로운 가설을 주장했으나 이 가설은 곧바로 역사학계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926년 발해 멸망 사실이 언급된 공식 사서인 <요사(遼史)>를 포함한 동시대 기록이 일제히 백두산 폭발에 침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2년 당시는 10세기에 있었던 백두산 대폭발을 부정하는 과학자는 없다고 한다. 그 폭발로 약 100세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분출물이 지상으로 쏟아졌다. 이 정도라면 남한 전체를 1미터 높이 화산재로 덮을 수 있다. 이런 분출량은 역사(서기) 이래 지구상에서 일어난 화산 분화 중 가장 크다. 당시 동북아시아는 초토화가 되었을 것이다. 서기 79년 10킬로미터 떨어진 폼페이를 순식간에 멸망시켰던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 폭발도 백두산 대폭발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백두산은 그보다 50배가 넘는 마그마를 분출했고 2010년 4월 유럽 교통을 마비시킨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보다 1000배 규모라고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소원주 박사의 인터뷰가 실린 것은 2010년 6월인데 제목이 ‘10세기 동북아 초토화 '백두산 대폭발', 다시 초읽기?’ 였어도, 그로부터 흐른 시간이 다시 십 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지질학 시간에서 그것은 일 초조차 못 될 수도 있겠지만.


소원주 박사가 제안한 대책 방법에는 미국 지질 전문가, 일본 전문가 힘을 빌리는 것이 있지만, 사실 그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많은 화산, 지진 사건이 있어서 연구가 잘 되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래서 어떤 화산폭발과 지진에 대비하였는가? 그리고 한반도 전체를 일 미터 화산재로 덮을 양이 폭발했다면 왜 지금 한반도에서 그것을 찾을 수 없을까? 또 아무리 당시가 후삼국 혼란기였더라도 자연재해 피해를 나중에라도 <고려사>에 쓰지 않는다? 그것은 믿을 수 없다.


여러 갈래 주장 가운데는 백두산이 폭발하면, 특히 겨울에 폭발하면 울릉도, 독도를 지나 일본으로 화산재가 몰려간다는 국립방재연구원 발표를 알리는 보도도 있다. 겨울 편서풍 영향이라는 것이다.


"미주, 일본행 항공로가 영향을 가장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봄이나 여름철에 폭발하더라도 하늘길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병철, 국립방재연구원 선임연구원)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나라는 화산재로 인한 직접 영향은 없다고 한다.

또 백두산이 폭발하면 엄청난 홍수가 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1시간 20분 만에 20억t 천지 물이 흘러내리면서 북한 양강도와 중국 지린성 일대에 대규모 홍수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발해 지역의 왕궁터에 쓰인 돌은 제주도에 있는 돌들처럼 현무암이었다. 백두산이 생길 때 이미 만들어진 화산암일 터이다. 화산이 준 선물로 천년 뒤에도 남아있을 왕궁도 짓고 그 터전에서 살아왔지만, 화산 폭발로 고작 거란에 나라를 내어준 것일지 모르는 발해.

세종대에는 백두산까지 우리 땅을 되찾았기에 세종이 화산재 연구도 하셨을 것 같지만, 위, 국립방재연구원 가상 실험대로라면 일본이 큰 해를 입었을 테니 일본에 기록이 있어야 할 것도 같다.


새해에는 남한과 북한이 말릴 수 없는 젊은이들 사랑처럼 만나고 열고 길을 만들어 백두산도 직접 연구하여 괴담처럼 사람들 마음만 뒤흔들지 말고 미리 내다볼 수 있는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 참고자료

1. 연합뉴스 "일본 쓰나미 잔해 올 겨울 미드웨이섬 도달“ 기사입력 2011/10/25 18:56

2. 일본 쓰나미 잔해, 아직도 태평양 건너편에 밀려 와 기사입력 2013/03/12 11:17

3. 프레시안 10세기 동북아 초토화 '백두산 대폭발', 다시 초읽기? [인터뷰]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 펴낸 소원주 박사 강양구 기자 2010.06.30. 09:38:00

4. YTN 뉴스 ”백두산 폭발하면 동북아 항공운항 마비“ Posted : 2011-11-18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