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도끼에서 스마트폰으로

  • 440호
  • 기사입력 2020.03.27
  • 취재 최지원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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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시대마다 그 특색을 감안하여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여왔다. 다른 동물보다 재주가 많아 도구를 쓰기에 '호모 하빌리스'라고 했고, 두뇌가 좋다고 해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무려 사피엔스를 두 번이나 썼다)라고도 했다. 요즘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호모 심비우스'라고도 불렀다. 2015년 3월에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포노 사피엔스란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쓰는 인류를 뜻한다. 이제 스마트폰을 빼놓고 세상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은 현상을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지 않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에 뒤져있었던 중국은 현명하게도 유선 인터넷 단계를 뛰어넘어 스마트폰 시대로 점프했다. 일찌감치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었던 우리나라는 문화콘텐츠로 세상을 압도하고 있다. BTS, 영화 '기챙충', 넷플릭스 드마라 '킹덤'… 그렇다면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더 이상 여태까지 승승장구해온 직업과 산업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하나를 손에 쥔 포노 사피엔스들이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앞선 1,2,3차 산업혁명과 명백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방향성이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제조기술의 혁신이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인류 소비 문명의 변화와 혁명을 이뤄내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때문에 포노 사피엔스들이 많은 나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적절한 법규를 정해주는 나라가 이 혁명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다”라고 말했다. 최고의 기술력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신인류를 탄생시킨 스티브 잡스. 2007년에 처음 등장한 스마트폰을 현재 약 36억명이 사용하고 있다. 세상에 없던 도구를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배우고 익혔다. 다른 말로 ‘진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스마트폰이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만든, 당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전화기와 컴퓨터를 붙여서 손안에 넣어줌으로써 인간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먹 도끼를 쥐고 진화해 온 인간은 이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세상을 창조하고 있고, 위대한 주먹 도끼로 만들었던 그 세상을 이제는 인터넷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스마트폰 탄생에 숟가락을 얹으며 인류 삶을 바꾼 세계 4대 플랫폼 기업이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그들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창조하고 음악, 비디오, 게임, 앱 등 애플만의 생태계를 구축해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만들었다.

구글은 유튜브를 만들어 텍스트로 학습하던 사람들이 영상으로 학습하게 함으로써 지식을 찾고 교육하는 문명을 바꾸어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바꿨다. 이 새로운 관계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수많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마존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방식을 바꿨다. TV에서 광고를 보고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백화점에 가서 구매하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광고를 보고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 나라 제품이든, 어느 시간이든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장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할까?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교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좋은 인재가 되고, 사람을 잘 배려할 줄 알아야 성공하는 인재가 됩니다… 어느 것도 위선적 포장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결국은 사람이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나라를 세운 이념은 무엇이었던가? 홍익인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려는 이 정신이 스마트폰에 스며든다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천지를 창조하는 행운이 이 대륙 끝, 우리가 디딘 땅을 비출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나아갈 때 무엇을 손에 쥐고 자신감을 가질 것인가? 바로 그 이념.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면, 포노 사피엔스들은 인간을 이롭게 하려는 새로운 생각과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줄 것이다.


★ 참고자료

최재붕 <포노사피엔스> 쌤앤파커스

유튜브 플라톤 아카데미TV ‘[인문을 과학하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포노사피엔스(최재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