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주문하면 돌아가는 공장, ‘스마트 팩토리’

  • 444호
  • 기사입력 2020.05.26
  • 취재 최지원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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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자기 몸의 일부처럼 활용하는 인류)’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삶의 많은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소비, 물류 등이 디지털화되었고 이에 따라 제조업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새로운 소비 개념인 ‘온디맨드 생산(Manufacturing On-demand)’이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가 등장한 것이다.


 온디맨드 생산은 한국어로 ‘주문형 생산’인데 공장에서 대량 생산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자가 직접 전달하는 생산 방식이다. 즉 소비자가 중심에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생산 방식은 현재 많은 서비스 영역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온라인 사업과 오프라인 사업을 연결한 대표적인 온디맨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이다. 기존에는 영화관에 가거나 DVD를 구입해야만 즐길 수 있었던 영상 콘텐츠들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매달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고객 맞춤형 추천 서비스까지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공장에 적용한 것이 바로 스마트 팩토리이다. 한 마디로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제조의 자동화와 지능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주문을 해야만 돌아가는 공장, 스마트 팩토리. 제조 혁신을 가져올 이 변화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스마트 팩토리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빠른 유행 변화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맞춤형 대량생산으로 변화하면서 요구되는 유연한 생산 체계를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현재 공장에서는 단위 공정별로만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공정 사이사이에서 발생되는 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IOT(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설비와 기기들이 스스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아래 그림처럼 여러 명이서 한 공정에 묶여 하던 일을 관리자 한 명이 전체 과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생산 자동화된 공장이 ‘수직적 연결’ 상태라면 스마트 팩토리는 ‘초연결’ 상태이다. 따라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상관관계 파악이 용이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최적의 상태에서 공장이 돌아갈 수 있게 된다.


©Posco ICT https://smartfuture-poscoict.co.kr/306


 또한 스마트 팩토리는 로봇을 통해 주문받은 제품만 생산해서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소매점 마진, 인건비, 재고처리비용 등이 기존 제조 과정보다 훨씬 적게 든다. 따라서 원가 절감으로 소비자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생산성과 효율성도 높여주는 것이다. 또한 로봇은 사람보다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예상되는 문제점은 일자리 부족이다. 원래 공장에서 일하던 작업자들이 실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가 국내에 세워진다면 그동안 오프쇼어링(OFF-Shoring, 기업업무의 일부를 해외 기업에 맡겨 처리하는 것, 인건비가 싼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으로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를 리쇼어링(Re-Shoring,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것)할 수 있어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술로는 ICT(Information&Communication Technology), IOT(Internet of Things)가 있다. ICT는 정보 기술과 통신 기술의 합성어로 정보 기기의 하드웨어와 기기의 운영 및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이들 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 생산, 가공, 보존, 전달,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의미한다. IOT는 사물인터넷이라는 뜻으로 초연결사회의 기반 기술이자 차세대 인터넷 환경으로 사물 간 인터넷이나 개체 간 인터넷으로 정의되며 고유 식별이 가능한 사물이 만들어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환경을 의미하는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기술 중 하나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대표적인 예로는 독일 아디다스가 2015년에 만든 ‘스피드 팩토리’가 있다. 스피드 팩토리는 노동 집약적이었던 신발 생산 방식을 바꾸기 위해 클라우드,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4차 산업 혁명 기술을 접목해 만든 신발 공장으로 1993년을 마지막으로 아시아로 아웃소싱했던 공장을 독일로 리쇼어링했기 때문에 독일 제조업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소비자가 신발을 주문하면 로봇과 3D 프린터가 5시간 안에 제조를 완성하고 택배를 보내는 방식으로, 주문 후 24시간 이내에 제품을 받을 수 있어서 스피드 팩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존에 600명이 해야 했던 일을 10명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공장이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2019년 11월에 2020년 4월에 스피드 팩토리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의 3D프린터 기술로는 대량생산과 정밀공정이라는 상충적인 목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게 큰 이유였다. 제한된 규모의 3D프린터 설비에서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인 아디다스의 수요량을 따라잡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아디다스가 한 해에 제작한 약 4억 켤레의 신발 중 스피드 팩토리가 제작한 물량은 100만켤레 뿐이었다.


 이렇듯 아디다스의 도전은 4년만에 실패로 끝났지만 3D 프린터와 스마트 팩토리의 발전이 시작 단계라는 것, 스피드 팩토리가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노동 집약적 산업 분야에 도전했다는 것, 프린팅 소재물질 제한으로 가죽 공정이 까다로웠다는 점, 4년 동안의 공장 운영을 통해 얻은 방대한 데이터의 가치 등을 고려해보면 스마트 팩토리의 미래를 마냥 어둡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제조 혁신의 미래를 보여주었던 아디다스의 도전은 마땅히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스마트 팩토리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 시장은 2022년까지 매년 9.3%씩 성장하여 2,054.2억 달러 시장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의 시장 규모는 2020년에는 78.3억 달러, 2022년까지는 127.6억 달러로 예상되며, 연간 12.2%의 높은 성장률로 아시아 지역에서 첫 번째로 매우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인 투자와 민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국민 삶의 질 제고에 노력하기 위한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스마트 팩토리 예시로는 ‘포스코’와 ‘신성이엔지’가 있다.

 국내 최대 종합제철회사인 포스코가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한 플렛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은 철강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 정렬, 저장하고 이를 고급 데이터분석기술, 인공지능 등 스마트기술을 적용하여 품질 예측, 설비고장 예지모델을 만들어 철강 고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포스코 고유의 기술이다. 포스코는 스마트 팩토리 도입 이후 설비효율 증대 및 제조원가 절감, 수요에 부합하는 다품종 맞춤 생산 가능,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미세한 문제를 찾아내어 공정 개선 가능 등의 효과를 얻었다.


 태양광, 클린 환경 사업 전문 기업인 신성이엔지는 정보 수집 자동화(생산계획 관리 전산화, 계획/실적 동기화 관리, 자재~포장 추적 관리, 품질/설비 정보 집계)과 제어 자동화(설비 제어, 실시간 제조현황 모니터링, 시스템 기반 생산 진행 관리, 생산성 분석),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였고 스마트제조 환경 구축을 통한 제조 실행력 강화, 생산시스템의 최적화,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및 생산비용 절감, 에너지비용 절감 및 기후변화 대응 가능 등의 효과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팩토리의 세 가지 특징은 지능화, 연결화, 가상화로 정리할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 및 정보를 수집, 저장,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하며, AI를 활용하여 자율적으로 제어하며, 센서와 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공장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 설비, 부품, 재료, 공정을 연결하고, 물리적인 현재 공장과 가상 공장을 연계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생산성 증가, 인건비 및 에너지 감소, 안전 사고 예방, 품질 향상, 리쇼어링 증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보급·확산 사업으로 인해 생산성 23% 향상, 불량률 46% 감소, 납기 기간 34.6% 감소 등 경쟁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스마트 팩토리는 대기업 위주로 도입되고 있고 도입 한계가 많은 발전 단계에 있다. 또한 앞으로 스마트 팩토리가 가져올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하겠지만 스마트 팩토리로 발생될 기대 효과들이 제조업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그 변화가 기대되고 소비자로서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받게 될 지도 기다려진다. 


★ 참고자료

http://www.fashionbiz.co.kr/TN/?cate=2&recom=2&idx=175731 아디다스 獨 · 美 스피드팩토리 폐쇄, 아시아로 컴백

https://outstanding.kr/%EC%A3%BC%EB%AC%B8%ED%98%95%EC%84%9C%EB%B9%84%EC%8A%A4/

https://blog.naver.com/didim365_/221741381861

https://smartfuture-poscoict.co.kr/306 스마트팩토리 (Smart Factory)란 무엇일까?

IOT 오픈 플랫폼 기반 스마트 팩토리 서비스 분야 도입 사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