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팔꿈치, 넛지

  • 457호
  • 기사입력 2020.12.12
  • 취재 최동제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 조회수 6223

어릴 적 마트에서 계산이 다 끝나가는 와중에 소시지 하나를 낚아채어 부모님께서 마지못해 사주신 경험이 있는가? 이 방법을 한 번 익힌 후에는 가끔씩 써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기가 막힌 방법을 발견한 내게 감탄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러한 감탄은 지나친 자만이었다. 이 과정 모두 판매자가 설계한 ‘넛지’ 였기 때문이다. 이번 학술섹션에서는 은연중에 파고들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넛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1. 넛지란 무엇인가?


넛지(nudge) 라는 말은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이다. 지금 이 글의 주제인 넛지는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이 함께 낸 책인 《넛지(Nudge)》를 통하여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이라는 뜻으로 많이 알려졌다. 넛지는 이전처럼 ‘절대 넘어가지 마시오’라든가 ‘쓰레기는 반드시 쓰레기통에’처럼 직접적인 금지나 의무를 주는 방법과는 궤를 달리한다. 상대방이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했다고 느끼도록 하면서 실제로는 설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바로 넛지이다. 서론에 등장했던 소시지 이야기도 결국 넛지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것이다.

 

2. 넛지의 사례


넛지를 이용한 것이 ‘소시지 판매’ 만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넛지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피아노 계단이 있다. 이는 폭스바겐 사에서 시작한 캠페인으로 스톡홀름의 한 계단을 밝으면 피아노 소리가 나게끔 만들어 계단의 이용률을 증가시킨 사례이다.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역시 넛지의 사례이다. 소변기 중앙에 그려진 파리를 보면 소변을 볼 때의 집중력이 올라가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줄어든다고 한다. 



다음으로 화장지를 아끼도록 하기 위해 설계된 화장지 케이스 디자인이 있다. 화장지를 뽑을 때마다 숲이 사라진다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효과적인 사례이다.




3. 다크넛지 


넛지가 반드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넛지를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넛지도 존재한다. 이를 다크넛지라고 한다. 첫 달이 무료라고 홍보한 후 고객을 유치한 후 그 이후에 자동으로 유로결제가 되도록 한 것이 다크넛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고객들은 당연히 유료결제를 하기 전에 무언가 선택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결제와 맴버십 판매 등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다크 넛지는 점점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얼마전 공정거래 위원장은 "소비자의 오인을 이용한 '다크 넛지'와 같은 은밀한 기만행위를 차단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전자상거래법을 전면 개정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크 넛지에 대한 대응의사를 밝혔다. 넛지의 저자 리처드 세일러는 “넛지의 기술은 윤리적인 원칙에 따라 잘 활용하면 매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중에 후회할 만한 나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데 넛지가 잘못 쓰이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해야 한다.” 고 이야기하며 선한 넛지를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넛지 설계자들에겐 이처럼 윤리적인 넛지의 사용이 요구된다.



참고자료

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067064&cid=42107&categoryId=42107

2) https://www.news1.kr/articles/?4138847

3) https://www.nytimes.com/2015/11/01/universal/ko/upshot-good-bad-nudges-korea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