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 영화를 들여다보는 렌즈

  • 461호
  • 기사입력 2021.02.09
  • 취재 박기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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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평가는 가지각색이지만 우리는 ‘미장센이 뛰어난’, ‘미장센이 돋보이는’과 같은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영화 감독에 대해서 말할 때도 감독의 미장센에 대한 평가는 항상 등장하곤 한다. 2019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도 미장센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미장센이란 무엇인가? 영화와 관련된 콘텐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지만 미장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번 학술에서는 미장센이란 기법이 무엇이며, 영화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작용하는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미장센이란?

미장센(mise-en-scène)은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무대 위에 놓다’ 라는 의미다. 주로 연극이나 영화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감독이 의도적으로 인물과 그 역할, 소품, 조명, 구도, 무대 장치 등을 배치하는 시각적인 연출의 계획과 그 총체를 나타낸다. 문학 작품에서 소설과 달리 시각적 연출이 주를 이루는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한다. 미장센은 <게임의 규칙>(1939, 장 르누아르)에서 정립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미장센을 잘 사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작품은 <시민 케인>(1941, 오슨 웰스)가 언급되곤 한다. 국내에서 미장센을 잘 활용하는 감독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등이 거론된다.


◆미장센의 기능


미장센은 어떻게 기능하는가? 미장센은 감독이 구성한 화면의 시각적 연출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의도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앞서 언급한 <시민 케인>에서 미장센이 잘 활용된 예로 언급되는 장면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이 장면을 보면 프레임의 하단이 클로즈업 되어있고 그곳에는 약병과 빈 유리잔이 놓여있다. 프레임의 중간 부분에는 여인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고 상단에는 남자 두 명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다. 감독은 이러한 화면 구성을 통해 여인이 약을 먹고 자살했고 두 남성이 이를 뒤늦게 발견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등장인물의 대사나 내레이션을 통해 여인이 자살했다고 표현하는 방식보다 작품의 감상자들이 상황을 간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의도적인 연출이다. 이렇게 미장센은 직접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기보다는 감상자들이 사건을 파악하도록 해 준다.


◇미장센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들


첨밀밀(1997, 진가신)

등려군이 부른 ost가 유명한 <첨밀밀>은 감독의 섬세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주인공 ‘소군’이 탄 열차가 홍콩에 도착한 후 그가 내릴 때 화면은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된다. 이 연출은 중국 본토에서 희망을 품고 도착한 소군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진가신 감독은 ‘소군’과 ‘이교’의 관계 역시 미장센으로 표현했는데 소군의 자전거에 탄 이교는 무뚝뚝하게 소군을 대한다. 클로즈업된 그녀의 발이 처음에는 모아져 있었다. 그러나 둘이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부른 장면을 보여준 뒤 이교의 발이 다시 한번 클로즈업된다. 이때 노래에 맞춰 흔들리는 그녀의 발을 통해 감상자는 어느새 소군에게 마음의 문을 연 이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대사나 내레이션을 통한 설명 없이도 두 인물 간의 관계가 진전되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미장센이 잘 드러난 장면은 두 인물이 뉴욕에서 재회하는 장면이다. 작품 중 ‘소군’의 일터의 주방장은 ‘인연이 있다면 천리 멀리에 떨어져 있어도 만나지만, 인연이 없다면 얼굴을 마주하고 살지라도 만나지 못한다.’ 라는 대사를 한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소군과 이교는 둘이 좋아하던 등려군이 사망한 소식이 흘러나오는 TV를 앞에 두고도 서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둘은 서로가 옆에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고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만나는 연출을 통해 소군과 이교는 필연적인 인연이라는 점을 작품의 주제의식이 담긴 대사와 결합시켜 감상자에게 전달하는 감독의 연출이라 볼 수 있다.


올드보이(2003, 박찬욱)

배우들의 액션과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 특징인 <올드보이> 역시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다. 먼저 공간의 대비가 눈에 띄는데 ‘대수’는 15년 동안 8평 남짓한 공간에 갇혀서 지낸다. 그와 반대로 ‘우진’이 거주하는 곳은 108평으로 대수의 공간과 대비되어 두 인물이 대립하는 양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박찬욱 감독은 우진의 죽음 역시 미장센을 통해 잘 표현했는데 우진은 자신의 누나가 자살하는 순간을 회상한다. 떨어지는 누나를 막지 못한 어린 시절 우진의 손은 누나를 놓친 후 권총을 쥔 모양으로 바뀌고,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모습으로 변하더니 이윽고 우진은 자신의 권총으로 자살하고 그가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는 누나의 죽음을 막지 못한 어린 시절 우진의 죄책감이 그의 마지막 순간에도 마음 한편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장면을 통해 자책감에서 비롯된 복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진을 연출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웨스 앤더슨)

제72회 골든 글로브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빛난 작품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액자식 구성인데 감독은 내용 전개에 따른 시간적 배경 변화를 프레임의 비율로 표현했다.

예를 들어 작품 속에서 1930년대의 사건은 1.37:1, 1960년대의 사건은 2.35:1, 1980년대는 1.85:1로 각 시대에서 주로 사용되던 프레임 비율을 사용했다. 감독은 프레임 비율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는 작품의 전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또한 작품 속 인물들의 의상 색 역시 주목할 요소다. 호텔 사람들은 보라색 의상을, 마담 D의 유족들은 검은색 의상을, 그리고 군인들은 회색 의상으로 통일되어 인물들 간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확실히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앤더슨 감독은 이 작품에서 미니어처를 자주 사용했다. 호텔의 전경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미니어처를 통해 표현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물들이 상처를 입거나 죽는 장면에서 모두 미니어처를 통해 비현실적으로 연출하여 자칫 잔인할 수도 있는 작품의 장면들의 수위를 낮추고 오히려 작품에 동화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이렇듯 미장센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독자들에게 연출자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그렇지만 명확하게 전달하는 기법이다. 미장센에 집중하면 감독이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연출자의 성향에 따라 미장센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후에 영화를 볼 때 미장센에 집중한다면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 출처:

대표 이미지: https://www.nocutnews.co.kr/news/5167471

사진 1: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imsai99&logNo=70103506499&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사진 2:

https://sports.donga.com/series/3/all/20180514/90075924/3

사진 3:

https://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J&tnu=201806100022

사진 5, 6, 7

https://masina.tistory.com/m/612


내용 참고:

아트인사이트 – [Opinion]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미장센의 세계 [영화] (artinsight.co.kr) - https://www.artinsight.co.kr/m/page/view.php

[영화리뷰]미장센의향연.올드보이(2003) (tistory.com) - https://dreamming-gooreum.tistory.com/29

당신은 내게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첨밀밀(甛蜜蜜)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hilips5&logNo=221339061105&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