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아이를 찾습니다
– 장기 실종아동을 찾아서

  • 468호
  • 기사입력 2021.05.25
  • 취재 최승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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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 속에서 꽤 자주 중요한 것들을 대충 보고 지나치곤 한다. 그중 하나가 ‘실종 아동 찾기’다. 최근 ‘실종 아동 찾기’는 생활 속 꽤 많은 곳에 들어와 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광고판에도, 편의점에서도, 카페 컵 홀더에서도 실종 아동 찾기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옛날에 실종된 아동을 지금까지도 찾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지금도 오래전 잃어버린 아이를 간절히 찾는 기사를 보며 깨닫게 된다. 지금도 수많은 실종 아동 부모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번 학술에서는 장기실종아동에 대해 알고 그와 그들의 가족을 위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울  방법을 생각해 보려 한다.

 

 장기실종아동에 관하여

‘장기실종아동’이란 보호자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지 48시간이 지나도록 발견하지 못한 실종아동을 말한다. 2021년 2월 19일 기준 1년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의 수는 모두 839명이다. 그중 2020년 한 해 사라진 아이는 52명, 그리고 20년 이상 된 장기실종아동은 600명이 넘는다.


장기실종아동 수사가 본격화된 것은 2016년 광역단위 경찰청별로 수사팀이 만들어져 실종아동 사건을 원점에서 재조사했던 때다. 장기실종아동은 대부분 아이들이 어릴 때 실종됐고 실종된 지 10년 이상 된 아이들이어서 한눈에 알아보긴 어렵다. 그래서 찾을만한 단서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부모에게 인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국내에서 유전자 대조를 통해 가족을 되찾은 아동만 360여 명이다. 경찰은 2019년부터 해외 입양자들까지 유전자 등록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입양기록 추적과 DNA 대조로 수십 년 만에 가족이 상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9년 12월엔 유전자 등록 시스템을 통해 해외 입양됐던 아들과 어머니가 30년 만에 만나기도 했다. 또한 어머니의 유전자를 채취해 미국에 있는 한인 입양 연합회에 보낸 후 미국에서도 입양 출신 여성의 유전자를 채취하여 대조한 결과 일치해 44년 만에 극적으로 모녀의 만남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 장기실종아동 가족 이야기

가족 구성원 누군가가 실종되면 남겨진 가족들은 ‘모호한 상실감’을 경험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살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실종 통계와 실종 아동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이지, 10년 아니면 20년 이상 자녀를 애타게 찾고 있는 부모들의 존재는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자녀를 실종했다는 것은 당사자 아동은 물론 부모에게도 동일한 비극적 생애 사건이다.


김진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실종아동 부모들은 상당한 내적 변화를 경험했다. 자신의 존재 전체를 육박하는 커다란 부채를 안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베푸는 삶은 자녀에게 빚을 갚는 행위 자체였기에 이타적인 삶의 목표를 세우며 살아갔다. 자녀의 실종 이후 가족은 갈등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가족을 지켰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자녀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종아동 부모들은 주변 시선 때문에 실종 이후 자신들을 고립시켰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근저에는 죄책감이라는 공통 정서가 깔려 있었다. 그것도 강력한 죄책감이었다. 그럼에도 ‘모호한 상실감’이라는 말처럼 그들은 자신을 몇 십 년이 지난 뒤에도 00이 엄마, 혹은 아빠로 자각하며 살아갔다.


장기실종아동 부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며 국가의 체계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 생업을 전폐하고 자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삶의 회복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장기실종아동 부모들의 부정적 정서를 다뤄줄 수 있는 구체적 상담개입방법이 필요하다. 실종사건을 부모의 소임을 다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높았다. 이는 강한 죄책감의 경험으로 이어졌고 이들의 죄책감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개입 방안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정신적 외상을 치유할 수 있는 전문상담 및 가족치유 프로그램, 회복 프로그램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국가에서 저비용으로 진행하거나 아웃리치의 형태처럼 부모들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건 아이와 다시 만나는 것이다. 실종아동의 가족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전단을 돌렸다. 길 가다 보이는 ‘실종된 000 찾아주세요’라는 현수막도 그 일부다. 하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대면활동이 막히면서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가령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행사나 매년 어린이날마다 청량리역 앞에서 진행했던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이라든지 실종아동 가족들이 경찰과 함께 전국 곳곳 보호시설을 돌아다니며 실종자를 찾는 수색 활동은 작년부터 중단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종 아동 가족을 도울 수 있는 걸까?


◎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참여 방안

가족을 고정된 실체로 파악하고 정상적인 가족 형태를 고수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자녀 없이 살아가는 부모들은 사회로부터 배제될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실종 아동 가족들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인식개선이 먼저 필요하다.

국가의 노력 또한 무척이나 중요하다.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는 “실종아동도 공소시효 없이 지속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실종아동을 찾을 수 있다”며 “장기실종아동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담당 경찰 인력과 예산을 늘려 실질적인 수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꾸준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언론이나 기업들의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이 결정적 신고나 제보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편의점 업체의 실종아동찾기캠페인을 통해 20년간 헤어졌던 딸을 찾는 일도 있었다. 작년 10월경 편의점을 방문한 고객이 어릴 적 자기 사진이라고 말하여 약 2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처럼 장기실종아동을 찾는 방법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협력과 노력에 달려있다.


일상 속에 점점 퍼지고 있는 실종아동 찾기 광고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20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일기획의 ‘호프테이프’ 캠페인이 있다. 호프테이프 캠페인은 2020년 5월 ‘실종아동의 날’을 맞아 장기실종아동 28인의 정보를 담은 포장용 박스테이프를 제작해 택배 상자에 부착함으로써 전국 각지에 장기실종아동 정보를 전달하고 실종아동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광고가 비단 실종된 아동을 찾는 용도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종아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마치며 –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장기실종 문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으면 해결할 수 없다. 실종아동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꾸준한 사회적 관심 또한 절실하다. 그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끈기 있는 사회적 연대가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그 시작이 길에서 보이는 ‘실종 아동 찾기’ 광고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영화 <증발>이 바라보는 대상이자 지금도 딸을 애타게 찾고 있는 최준원 양의 아버지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도 해당되겠지만 우리 장기실종아동들이 무관심인, 관심 밖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결을 못하는 거예요.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조직을 잘 활용해서 나서준다면 우리 아이들 다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경찰청, 보건복지부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17부 17청이죠. 다 해당됩니다. 또 그 관계 부처 합동회의라는 것도 있어요. 만들어져 있기는 해요. 그런데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회의를 연 적이 없더라고요. 정부에서 나서지 않으면 우리 너무 길어집니다. 하루빨리 좀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김진숙, 「장기실종아동 부모의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한국가족복지학』 제18권 제4호, 천안: 한국아동가족복지학회, 2013. 12.

박은주, “[뉴스 따라잡기] 10년 이상 장기실종 아동 600명 가까이···끝나지 않는 고통”, <KBS 뉴스>, 2020. 05. 07(https://mn.kbs.co.kr/news/view.do?ncd=4440679, 2021. 05. 17)

다큐 잇it, <사라진 아이, 사라지지 않는 슬픔>, 2021. 02. 25(https://www.ebs.co.kr/tv/show?prodId=133028&lectId=20454871#none, 2021. 05. 17)

이한나, “’소독차 따라 갔다’ ‘성당서 실종돼’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어린이날이 가장 슬픈 부모들”, <데일리안>, 2021. 05. 05(https://www.dailian.co.kr/news/view/988459/?sc=Naver, 2021. 05. 17)

김치연, 「”코로나로 전단도 못 돌려”…실종아동 가족들 또다른 고통」, 『연합뉴스』, 2021. 05. 04(https://www.yna.co.kr/view/AKR20210503166100004?input=1195m, 2021. 05. 17)

한민용, 「”우리딸, 아빠 좀 찾아주라”…딸에게 띄우는 편지」, 『JTBC 뉴스』, 2021. 05. 07(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3447, 2021. 05. 17)

차민영, “’장기실종 아동 얼굴 담은 테이프’, 韓 광고대상서 ‘대상’”, <아시아경제>, 2020. 11. 16(https://view.asiae.co.kr/article/2020111609523917306, 2021. 05. 17)

김대영, 「[한 뼘 더 2] “실종 아동 찾기, 국가와 사회적 노력 절실”」, 『OBS 뉴스』, 2021. 05. 06(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8969, 2021 .0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