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유혹, 도핑

  • 473호
  • 기사입력 2021.08.09
  • 취재 박기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4464

로나 19 이슈 속 지난 7월 23일 개막한 2020 도쿄 올림픽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 동료들과 하나 된 모습으로 상대 팀과 맞서는 모습 등 다양한 매력들로 스포츠는 인간의 삶 속에 주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스포츠는 한 가지 대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바로 정정당당한 경쟁이다. 정정당당한 경쟁이라는 조건 아래에서 경기가 진행돼야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그들이 빚어낸 경기 결과에 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승리를 얻으려는 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도핑’이다.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도 도핑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번 학술에서는 도핑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사례가 있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 도핑이란?

도핑의 사전적 정의는 ‘경기의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제정한 한국도핑방지규정에서는 도핑방지규정 제2.1항에서 제2.10항에서 규정한 하나 이상의 도핑방지규정위반을 도핑의 정의로 설명한다. 이에 해당하는 사안은 선수의 시료 내에 금지 약물이 포함되거나 금지약물을 복용하려고 시도한 경우, 그리고 정당한 사유 없는 시료 채취 제공을 회피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행위들은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 10호에 의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시하는 금지 목록에 포함된 약물 또는 방법’으로 규정된다.


◎ 도핑에 해당되는 금지약물과 그 효과

국제도핑방지기구에서 지정한 금지 목록에서 명시된 금지약물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거나 그러할 잠재력을 가지는 의학적, 과학적 증거나 효과가 있는 약물’, ‘선수의 건강에 실제적인, 혹은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는 의학적 증거나 효과가 있는 약물’,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정된 약물’들이 분류 기준이다. 가장 대표적인 금지약물 세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고 그 대표적인 종류로는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인위적으로 인체에 주입하면 근육의 성장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어 스포츠계에서 많이 사용됐고 특히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에서 1990년대에 대규모로 사용된 바가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우울증,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도 일으킬뿐더러 오히려 남성성을 저하시켜 신체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 메스암페타민

메스암페타민은 흔히 마약으로 사용되는 물질로 자신감, 공격성 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이는 경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실제로 1954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 축구 국가대표팀은 결승전 하프 타임에 메스암페타민을 복용했다. 그 결과 3 대 2로 헝가리 국가대표팀에게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면서 당시 우승은 부정하게 이뤄진 불명예로 얼룩지게 됐다.


- EPO(에리스로포이에틴)

EPO는 적혈구 생산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신체의 산소운반능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는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었고, 특히 사이클 계에서는 흔히 사용됐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 7연패를 기록한 전설적인 선수 랜스 암스트롱 역시 EPO를 복용했었고 1998년 이후 자신이 쌓아올린 기록이 모두 제명됐다.


◎ 올림픽에서의 도핑의 사례

- 1988 서울 올림픽 벤 존슨

올림픽에서 벌어진 가장 유명한 도핑 사건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육상 100m 결승전에서 벌어졌다. 미국의 칼 루이스와 캐나다의 벤 존슨의 대결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고, 벤 존슨은 9.79초의 기록으로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사흘 뒤 치러진 소변 검사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검출돼 세계신기록은 물론 금메달 역시 박탈당했고 2년의 자격정지를 당했다. 이후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재기를 노렸으나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이듬해 또다시 도핑에 적발되며 선수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당했다. 당시 도핑검사를 주관한 한국과학기술원 도핑컨트롤센터는 이 사건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 2012 런던 올림픽 역도 종목

2016년 7월 28일, 국제역도연맹은 2012 런던 올림픽 역도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 결과 총 11명이 적발됐고, 그중 6명이 메달리스트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무제한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아르메니아의 흐리프시메 쿠르슈다는 동메달을 박탈당했고 4위였던 장미란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같은 해 10월 29일에는 같은 대회에서 94kg급의 메달리스트들을 비롯한 94kg급 결선에 출전한 21명 중 7명의 선수가 적발됐고, 5위였던 이란의 사에이드 모하메드푸어가 금메달을, 8위였던 대한민국의 김민재가 은메달을 받았다.


- 2012 런던 올림픽,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러시아 국가대표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둔 2014년 11월, 독일 방송사 ARD에서 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이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러시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투여했고 러시아 정부의 개입 하에 샘플을 조작, 은폐해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은폐했다는 내용이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도핑 수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2012 런던 올림픽,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조직적으로 금지약물 복용과 도핑 검사 회피가 자행된 사실을 밝혀냈다. 그 결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 118명이 출전 금지를 당했고,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 올림픽에도 하나의 국가 자격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적 선수는 ‘ROC(러시아 올림픽 위원회)’라는 명칭을 달고 출전하며 시상식에서 러시아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는 금지됐다. 이러한 징계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유지된다.


◎ 도핑이 가지는 의미

위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도핑에 적발되면 관련된 기록은 모두 삭제되고 선수의 경우 자신이 쌓아 올린 커리어가 부정된다. 정정당당한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대전제를 무시하는 도핑은 그 자체로 스포츠계에 큰 오점을 남기는 행위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도핑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지만, 도핑에 대한 검사와 처벌을 진행함으로써 스포츠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 선수들 스스로 도핑의 유혹을 뿌리치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해야 한다.


내용 출처 :

88올림픽 벤 존슨의 ‘삼일천하’ 도핑 충격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59709.html#csidx8a53ca8331d44d6a0c56c2b88455667

장미란 4년만에 동메달 받을까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754202.html

역도 김민재, 7년만에 받은 런던 올림픽 은메달

https://www.yna.co.kr/view/AKR20191009052100007

IOC, '도핑 파문' 러시아 리우행 종목별로 결정 (종합)

https://www.ytn.co.kr/_ln/0107_201607250030385638


사진 출처 :

대표 이미지 https://news.joins.com/article/22442714

벤 존슨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629144

장미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7280992017474

러시아 대표팀 https://www.etoday.co.kr/news/view/2048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