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환상: 북유럽신화 이야기

  • 422호
  • 기사입력 2019.06.25
  • 취재 김채원 기자
  • 편집 심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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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계, 이 지구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인간 세상의 처음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다들 잠이 오지 않는 밤중에 검게 펼쳐진 하늘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광활한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가 신화다. 이러한 신화는 신에 대한 서사적 이야기라는 단어 뜻 자체를 넘어서서 현대까지 아우르는 신들의 재미나고 신비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는 신화 속에서 비롯된 설화를 통해 교훈을 얻으며 실생활에 밀접하게 받아들여 왔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신화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사랑의 신, 에로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신들과 인간의 아버지, 최고의 신, 제우스. 그에 담긴 여러 설화 등을 통해 다양한 문학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예술로써 그 가치를 더했다. 이번 학술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보다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세히 살펴볼수록 더 재미있는 북유럽신화 속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천둥의 신 토르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북유럽 속 여러 신비스러운 이야기 여행을 떠나보자.


 오딘, 토르, 그리고 로키

북유럽신화 속 많고 많은 신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신은 오딘, 토르, 로키라고 할 수 있다. 오딘은 모든 신 가운데 지위가 가장 높고 많은 전쟁을 이끌며 지혜를 위해 한쪽 눈을 희생한 신이다. 오딘은 만물의 아버지인 ‘최고신’이자 ‘살육의 신’이라고 불리며 그가 깨우친 마법을 통해 세상을 지배한다. 오딘의 아들인 토르는 천둥의 신이다. 그는 솔직하고 온화한 성격을 지녔으며 거대한 체구에 붉은 수염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모든 신들 가운데 가장 힘이 셌으며 ‘묠니르’라는 신비한 망치를 무기로 지니고 다녔다. 마지막은 장난의 신, 로키다. 로키는 매우 출중한 외모를 지녔으며 타고난 말재주로 사람들을 속여 교활하고 음험한 자로 여겨졌다. 로키는 괴물들을 자식으로 가졌으며 재앙의 창시자와 음흉한 신으로 신화 속에 등장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토르: 천둥의신 스틸컷)


 세상이 시작되기 전, 태초의 세계

세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북쪽에는 니플헤임이라는 암흑의 땅이, 남쪽에는 불의 세상인 무스펠이 존재할 뿐이었다. 무스펠과 니플헤임 사이에는 형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있었고 이곳에서 ‘이미르’라는 생명체가 만들어졌다. 이는 훗날 거인들의 조상이었으며 함께 생겨난 암소의 젖을 먹으며 이미르는 자라났다. 이미르가 탄생시킨 생명의 후손으로 오딘, 빌리, 베가 태어났으며 이들은 거인 이미르를 죽임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창조했다. 오딘은 통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살아있는 생명체인 인간을 만들었으며 빌리와 베가 그들에게 의지와 지성, 그리고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주었다. 이로써 오딘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되었다.


 라그나로크, 그들에게 닥친 최후의 운명

오딘과 토르, 로키, 헤임달, 발드르 등의 여러 신 이야기는 끝도 없이 많다. 토르가 어떻게 해서 ‘묠니르’를 손에 넣었는지, 로키에게 숨겨진 세 자식은 누구인지, 마시기만 하면 제일가는 시인이 된다는 꿀물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인지 이렇게 다양한 그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 신화의 마지막, 즉 세상의 종말과 신들의 죽음에 관한 숨겨진 진실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종말은 끝도 없는 겨울에서 시작된다. 속절없는 추위가 이어지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인간성을 잃고 서로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짐승처럼 살아가게 된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겨울 뒤에는 엄청난 지진이 발생한다. 그 가운데에서 쇠고랑에 묶여있었던 늑대 펜리르가 자유를 되찾고 그의 발이 닿는 곳은 모두 파괴된다.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는 미드가르드의 뱀 요르문간드로 인해 모든 바다 생물들이 독살된다. 즉, 로키의 자식인 펜리르, 요르문간드에 의해 종말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후는 불의 거인 수르트와 로키의 편에 선 헬의 병사들, 그리고 오딘의 편에선 아스가르드 신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들의 운명을 좌우할 최후의 전장에서 로키와 그의 아들들, 그리고 오딘과 토르, 헤임달 등 여러 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아스가르드는 그렇게 라그나로크를 맞이하여 사라졌지만, 오딘의 아들인 비다르와 발리, 그리고 토르의 아들인 모디와 마그니가 서로 힘을 합해 그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토르: 천둥의 신 스틸컷)


신화 속에서 살펴본 신들은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사랑하고 시기하며 다투기도 하지만 힘을 합쳐 자신의 종족을 지키고자 한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그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름밤의 별들을 바라보며 로키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과 토르가 휘두르는 묠니르를 상상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참고자료

닐 게이먼(2017), 『북유럽 신화』, 나무의 철학

※본 기사의 메인 이미지의 출처는 '네이버 포스트(게이먼의 『북유럽 신화』 #06. 사라진 토르의 망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