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며 헛다리 짚었다면?
‘맥거핀’ 효과

  • 405호
  • 기사입력 2018.10.13
  • 취재 홍영주 기자
  • 편집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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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대탈출>의 한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은 주변 소품에서 단서를 찾아 밀실을 탈출한다. 다양한 소품들 중 진짜 단서도 있지만 시선을 끄는 속임수로 사용된 소품들도 있다. 이렇게 속임수로 사용된 소품들은 ‘맥거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이번 학술에서는 맥거핀 효과의 의미와 시작, 사용된 예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출처: tvN TV 예능 프로그램 <대탈출> 갈무리>



◈ 맥거핀 효과란?


‘맥거핀(MacGuffin)’은 간단히 말하면 속임수이자 헛다리 장치이다. 작품의 줄거리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묶어 두는 구성상의 장치를 말한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의문을 자아내거나 공포감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건, 상황, 인물, 소품 등이 포함된다. 주로 작품의 초반부에 중요한 실마리처럼 등장하나 사실 작품의 전개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맥거핀이 극적 기능을 갖지 않았다고 해서 쓸모 없는 장치인 것은 아니다. 맥거핀은 특히 미스터리나 스릴러 영화에서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배반함으로써 긴장감 유지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맥거핀의 사용으로 인해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맥거핀은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 모두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다음의 요소들을 갖추면 맥거핀이라 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장치이며,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진행하도록 하는 키 아이템이어야 한다. 또한 극중 다른 요인들에 의해 존재감이 희석된다. 특이하게 특정 장치가 극의 중반까지는 맥거핀으로 사용되다가 극 후반으로 갈수록 아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맥거핀으로 사용되던 장치가 갖고 있던 가치가 달라지거나 그 장치에 대해 새로운 정보가 등장하는 등의 반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맥거핀으로 사용된 장치에 이야기상의 비중이 생기고 그 장치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재조명된다. 이때는 그 장치는 더 이상 맥거핀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 맥거핀 효과의 창시자: 알프레드 히치콕


 맥거핀 효과는 서스펜스 장르의 대가로 불리는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1899~1980) 감독의 영화에서 유래했다. 맥거핀이라는 용어는 1940년 영화 <해외특파원>에서 별 의미 없이 사용한 암호명이었다. 히치콕 감독은 “맥거핀이란 일반적으로 영화상의 인물들은 걱정하지만 관객들은 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그 예시로 대부분 스파이 영화에서 스파이가 찾고 있는 대상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히치콕 감독에게 맥거핀은 중요한 극적장치이다. 히치콕 감독은 관객들의 주의를 묶어 두다가 한순간에 놓아버리는 조절을 통해 극에 대한 몰입과 이완의 효과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영화 <사이코>(1960)의 ‘돈다발’이 맥거핀의 대표적인 예시다. 작품 초반에 주인공이 돈을 훔쳐 달아날 때 관객은 ‘돈다발’에 집중하지만 사실 이는 주인공을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인도하는 미끼였을 뿐이다.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의 실존하지 않는 가상 인물 ‘조지 캐플란’도 예시 중 하나다. 히치콕 감독은 이 영화의 한 장면을 맥거핀이 가장 잘 활용된 예로 꼽았다. 주인공이 스파이들의 우두머리인 제임스 메이슨이란 인물에 대해 묻자 그가 수출입 업자라는 것만 알려줄 수 있다는 대답을 듣는다. 그가 무엇을 파느냐는 질문에는 ‘국가 기밀’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히치콕 감독은 이 장면에서 ‘전혀 아무것도 아닌’, 가장 순수한 형태의 맥거핀을 이야기한다. 맥거핀의 진정한 가치는 의미의 상실, 즉 무가치함에 있기 때문이다.


히치콕 감독은 관습적으로 주목 받는 대상을 맥거핀으로 사용해 관객들이 종종 헛다리를 짚도록 만들었다. 관객들은 자신의 판단력이 조롱 당했음을 깨닫지만 이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기보다 성찰의 기회를 갖는다. 맥거핀의 무가치적 특성이 관객들로 하여금 비판적인 태도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히치콕은 이러한 헛다리 짚기를 통해 관객들이 동일화의 허구성을 체험하도록 했지만, 후대의 감독들은 극적 재미를 위한 트릭으로 맥거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영화와 같은 예술 작품 뿐만 아니라 TV 예능, 인터넷 기사 등에서도 맥거핀 효과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술적 효과를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맥거핀 효과를 남용하는 예가 있어 수용자들의 비판적인 태도가 더욱 요구된다.


*참고문헌

‘맥거핀(macguffin)’, 영화사전.

이동귀,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21세기북스, 2016.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인물세계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