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1초, 수강신청

  • 406호
  • 기사입력 2018.10.26
  • 취재 김성현 기자
  • 편집 김규리 기자

우리는 시험기간을 맞을 때마다 ‘내가 이 과목을 왜 들었을까?’하는 후회를 한 번쯤 하게 된다. 수강 신청 기간으로 돌아가보자.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은 모든 학생들에게 역시 매력적이며, 치열한 경쟁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모두 수강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수강 신청’이라는 제도를 탓하며 증원 신청을 하지만, 경쟁률이 더 세진 증원 기간에는 우리는 소위 강의를 ‘줍기’ 바쁘다. 이번 학술에서는 대학생의 숙명, 동시에 특권인 ‘수강 신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는 오늘날 컴퓨터를 이용해 정확한 시간에 ‘신청’ 버튼을 누르는 수강 신청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면, 과거 컴퓨터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어떻게 수강 신청을 했을까? 수강 신청 초기에는 강의 신청서를 작성해 교수에게 직접 제출하는 식이었으나, 1980년대 이후 수기로 작성되던 강의 신청서가 OMR 카드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편의가 높아졌다.


이화여대에서 게시한 연도별 수강신청 비교 사진에는 운동장과 실내 건물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수강신청서를 수기로 작성해 줄을 선다는 점은 다르지만, 이 시절에도 ‘선착순’ 으로 강의를 신청한다는 점에서는 오늘날과 유사하다. 1990년대 이후 모습에서는 컴퓨터를 사용한 수강신청이 이루어 지고 있지만, 컴퓨터 보급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 줄을 서서 하는 수강신청과 컴퓨터 수강신청이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컴퓨터가 수강 신청에 사용된 후에는 학생들이 전산원에 모여 자신의 강의를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98년 서울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위해 전산원 앞에서 밤을 새우고, 라면을 끓여먹는 등 선착순에 대한 높은 열의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컴퓨터가 보급된 현재는 학생 모두가 자신의 개인 컴퓨터로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었고, 스마트폰을 사용해 수강 신청을 하는 ‘어플’도 성행하고 있다.



[출처: 이화여자대학교 공식블로그와 MBC 자료화면]


현재 성균관대학교는 학년별로 T/O가 나누어져 있어, 자신의 학년에 맞는 수강신청 기간을 이용해 수강신청을 해야한다. 10시 정각이 되면 강의를 순서대로 클릭해 신청하는 ‘선착순’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분명 많은 불만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학교에서는 어떻게 수강 신청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 학교는 선착순 시스템을 기본으로 두고 있다. 해당 시간에 맞추어 정시가 되면 빠르게 모든 강의를 신청하는 방식은 어찌 보면 모두에게 가장 공정한 방법일 수 있다. 선착순 방식은 학교 사이트가 다중 로그인을 막아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매크로 파일 또한 실행되지 않게 해 공정한 수강신청을 만들고자 했다.


연세대학교는 ‘Y-CES’라는 독특한 수강신청 방식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마일리지 방식’이다. 마일리지 선택제 기간에는 ‘마일리지’를 통해 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 학생들은 각각 72점에서 76점까지의 일정량의 마일리지를 받는다. 먼저, 수강을 희망하는 강의를 고르고 사용할 마일리지를 강의마다 최대 36점 할당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선착순 제도의 폐단을 없애고, 수강신청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여러 부정 행위들을 방지하고자 만들어졌다. 이러한 마일리지식 신청 방식은 연세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연세토토’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흥미롭지만, 머리 아픈 싸움으로 여겨진다. 즉, 선착순보다 더욱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며,  ‘선택’과 ‘집중’이 가장 중요한 수강신청 방식인 것이다.


숙명여대는 특이하게 선착순으로 강의가 결정되지 않는다. 신청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어 빠른 시간에 수강신청을 결정할 필요가 없다. 수강신청은 학년순, 직전학기 이수학점순, 성적순으로 결정되어 아무리 빨리 신청을 하더라도 우선순위인 학년이 아니라면 기회를 잃게 된다. 학년순은 4학년, 1학년, 3학년, 2학년 순으로 이루어지며, 2학년에게 매우 불리한 제도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2학년 때는 ‘주운’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착순에 비해 오랜 기간 수강 신청을 고민할 수 있고, 신청 기간에도 여유롭다는 점에서는 매우 좋으나 우선 순위인 학년에서 밀리게 되면 강의를 선택할 폭이 매우 좁아진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의과대학, 간호대학, 교육대학 등 특수학과에 해당되는 학과는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강의가 정해지게 된다. 따라서, 교양 과목이나 몇몇 특수한 과목에 집중해 수강 신청의 긴장을 느끼지 않는 점은 매우 좋으나, 그만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수강신청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싼 등록금 내고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강의를 사고파는 행위, 대리로 수강신청을 하는 행위 등 많은 부정행위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공정하면서 경쟁을 완화할 수강신청 방식이 필요하지만, 수강신청 방식을 바꾼 학교에서도 여러 불만이 나오고 있어 누구나 만족스러운 수강신청 제도를 성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강 신청, 누구나 해봤고 또 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아직 그 긴장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