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역사의 시작, 강풀의 순정만화

  • 421호
  • 기사입력 2019.06.11
  • 취재 권은서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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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PC나 모바일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일어나서 날씨와 뉴스를 확인하고, 전날 PC로 주문했던 옷을 입고 출근하고, 아침 커피는 휴대폰으로 계산한다. 의식주를 넘어 소통과 놀이문화 역시 PC와 모바일, web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일이 web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현재 시점에서 생각해 볼 때 web의 등장으로 출판 만화가 web 플랫폼에 옮겨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웹툰은 단순히 만화의 플랫폼이 전이 되었다는 것 이상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골고루 갖춘 웹툰은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의 원작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나아가 기업 홍보, 상품 정보 등을 알리는 브랜드 웹툰이나 풍부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게임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현재는 네이버 랑또 작가의 <가담항설> 등과 같은 효과툰, 하일권 작가의 <마주쳤다> 등과 같이 독자와 소통하는 인터렉션 웹툰, AR, VR 웹툰 등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장르로 발전 중이다.



★ 웹툰이란 무엇인가?


웹툰은 문화, 사회적으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웹툰은 언제부터 등장한 것이며 한국 최초의 웹툰은 무엇일까? 웹툰의 출발점을 어떤 작품으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웹툰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 ‘웹툰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최초의 웹툰 또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웹툰은 종이를 매개로 하는 출판만화에서 web이라는 플랫폼으로 옮겨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단순히 웹툰을 만화의 하위 장르로 치부하는 견해는 잘못된 것이다. 장르는 일종의 관습화된 패턴이다. 장르 연구가들은 이 패턴을 ‘내러티브의 구성 요소인 플롯, 배경, 캐릭터’ 등으로 분석하는데, 웹툰은 이런 패턴을 모두 넘어서는 것으로 장르의 개념은 아니다. 


웹툰과 만화의 차이는 환경학적 변화에서 기인한다. 지난 100년을 넘게 향유되어 왔던 만화가 인쇄술의 발달, 유통의 조직 등의 환경적 변화로 등장하여 미술의 하위 장르로 포함되지 않았듯이, 웹툰도 마찬가지다. 물론, 웹툰이 만화의 연장선상에서 등장했으며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살펴볼 것은, 만화와 다른 환경 속에서 웹툰이 만화와는 변별되는 매체적 정체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web’상에 연재된 온라인 만화들-예를 들어, <광수생각>, <스노우캣> 등-을 최초의 웹툰이라고 명명할 수는 없다. 만화와 변별되는 ‘매체적 정체성’을 가지게 된 최초의 웹툰인 강풀의 <순정만화>를 살펴보면 만화와 변별되는 웹툰의 특징이 있다.


★ 최초의 웹툰 강풀의 <순정만화>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미디어다음’ 서비스를 만들고 그 안에 ‘만화 속 세상’이라는 웹툰 연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가 개설된 해에 강풀의 <순정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했다. <순정만화>가 연재되기 전, 개인 홈페이지에서 연재되었던 〈스노우캣〉, 〈파페포포 메모리즈〉 등 짧은 에피소드로 공감툰이라고 불리었던 온라인 만화들과 <순정만화>는 구별된다. 이 온라인 만화들은 기존 서사적인 스토리라인이 있었던 만화가 web상으로 넘어오기 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등장했다. 간단하고 분절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서 장편 서사의 연재에 대한 가능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웹툰 특유의 연출법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와 다르게 강풀의 <순정만화>에서는 ‘창작 방법의 변화’가 드러난다. 가로 방향으로 읽는 만화와는 다르게 web의 특성상 웹툰은 세로 방향, 즉 세로 스크롤을 통해 읽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로스크롤을 ‘가로에서 세로’라는 읽는 방법의 변화로만 인식하면 <순정만화>를 최초의 웹툰이라고 명명할 수 없다. 그 전에도 세로 형식으로 읽는 온라인 만화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차이는 ‘영화적 연출’이다. 세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공간과 시간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웹툰 특유의 연출법이다. 조석의 <조의 영역>을 보면, 세로스크롤을 내리면서 심해로 내려가는 공간의 이동과 먹고 먹히는 시간적 흐름이 느껴진다. 물론 강풀의 <순정만화>는 그 효시로서 여전히 만화적 연출은 남아있어 이러한 세로 스크롤의 영화적 연출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세로 스크롤의 방식을 통해 스토리 서사 전개, ‘내러티브의 전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만화와 다른 ‘창작 방법’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두 번째, ‘유통환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만화가 인쇄술의 발달과 만화 보급이 가능한 교통망이 확충되었을 때 확장할 수 있었듯이, 웹툰 역시 ‘웹’으로의 이동을 통해 웹툰만의 환경학적 변화에 직면한다. 앞서 강풀의 <순정만화>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되었다고 했다. <순정만화>가 2004년 히트를 치게 되면서 본격적인 웹툰 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졌다.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전문 플랫폼 회사에 의해 강화된 기획과 전략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세 번째, ‘향유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기존 만화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출판사가 매개된 일방향적 관계였다. 그러나 웹툰의 유통환경이 web으로 변화함에 따라, 독자들의 역할은 단순히 보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게 됐다. 웹툰은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부터 댓글창을 마련해 독자들의 소통창구를 만들었다. 댓글은 독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 작품의 해석, 작가와의 댓글 주고 받기 등 소통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강풀의 <순정만화>의 댓글은 기존 개인 홈페이지에 올라갔던 온라인 만화를 ‘퍼가는’ 독자들의 댓글과는 다르게 스토리에 대한 감정을 즉각적으로 소비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물론 작가의 창작에도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의 댓글의 형태까지는 아니지만, 댓글을 통한 쌍방향적 소통의 초창기적 형태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한창완(2013), 『만화와 문화 정치와 산업』, 커뮤니케이션북스.

서은영(2018), 『2018 만화 포럼 칸, “웹툰 시대의 서막을 연 <순정만화의 의미>”』, 한국만화영상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