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에 잠식된 우리들
무연사회

  • 426호
  • 기사입력 2019.08.25
  • 취재 김채원 기자
  • 편집 심주미 기자

현대사회를 정의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개인주의 성향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그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사회통념때문에 우리는 숨가쁘게 살아간다. 이런 사회적 배경 탓인지 우리에게 타인보다는 내가, 타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의 안위가 중요한 것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키는 울타리를 만들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고독사나 무연사는 그리 멀게 느껴지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연고 없는 죽음, 무연사는 무엇일까 .


◎ 무연사회란?


무연사회는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라는 뜻으로 일본 NHK 취재팀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연고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다룬 책(이하 무연사회)을 통해 소개되었다. 모든 인간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혼자 죽어 거두어 줄 사람이 없는 죽음을 뜻하는 무연사는 고령화, 저출산, 개인주의가 초래한 일본사회의 문제점을 시사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사회의 매우 평범한 사람들에게 조용히 일어나는 두려운 죽음이며,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즉, 우리가 평소에 마주하고,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범주 안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연고 없는 죽음이란 노숙자나 실종되었던 사람들에게 해당된다는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주위에 부담을 주기 싫어 불가피하게 쓸쓸한 생의 마감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것이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무연사와 고독사의 주된 원인


고독사나 무연사는 현대 사회의 가족구조 변화에 따른 하나의 연쇄작용의 결과라 볼 수 있다. 도시화 과정에서 핵가족화, 1인 가구 수가 급증함에 따라 독신가정이 주를 이루게 되었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이나 친구들, 주위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일본에서 무연사한 주검의 수습을 가족이나 친척들이 ‘인수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았을 때 무연사 문제를 단순히 가족이나 개인적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 한국에서 바라보는 무연사


우리나라에서 살펴본 무연사는 어떨까? 201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28.6%라고 한다. 우리는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혹은 주변에서 집안에서 숨진 지 여러 날 지나 발견된 사람들의 기사를 접할 수 있다. 가족들의 연락이 끊긴 노년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과 취업에 허덕이다 쓸쓸한 죽음을 마주한 청년층까지 확산된 무연사는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과 고독이 불러온 무연사와 고독사는 단순히 쓸쓸한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현대사회가 그 사회구성원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사회적 안전망의 붕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 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무연사는 이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 무연사에 대비한 다양한 사회적 노력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무연사를 대비해야만 한다. 그중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해결책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노인의 고독사는 무관심과 경제적 빈곤이 주된 원인이므로 이를 다양한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노인 가정 방문 서비스, 기초연금 제공 등의 정부지원 시스템이 그 예이다. 청년층과 중년층의 경우 공동체적 연대 노력을 통해 고독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일례로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같이 살면서 공동 공간을 공유하는 유럽의 ‘콜렉티브 하우스’ 등이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제도 마련을 통해 단 한명이라도 생의 마감이 쓸쓸하지 않게, 그동안 좋은 삶을 살았다는 마음을 간직한 채 떠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무연사회: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용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