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돌아보기] 아름다운 제주,
그 속에 남아있는 4.3의 흔적들

  • 464호
  • 기사입력 2021.03.24
  • 취재 최승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4282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로 손꼽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제주도다. 제주도 하면 음식이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바다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여행했던 추억이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가? 제주 4.3 사건에 대한 앎의 정도나 방향은 각기 다양하겠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아름다움으로 둘러싸인 제주 곳곳에 서려 있는 도민들의 아픔과 희생을 마주해보려 한다.

 

◎ 제주 4.3을 아시나요?

제주 4.3은 1948년 4월 3일 남한의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사태를 포함하여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 구역 해제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에 따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건 제주 4.3 사건이 남로당의 무장대가 미군정과 국군의 토벌군을 상대로 했던 봉기라는 사실이 아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여성과 어린아이를 포함한 제주도 서민들이 토벌대에 쫓기고 무장대도 두려워하며 무차별하게 희생당했던 대규모 주민 집단 학살 사건이라는 점이다.

 

◎ 제주 4.3과 함께 걷기


1. 제주 국제공항(제주시 공항로 2)

© Image by hanakaya9 from Pixabay

제주도의 항공편들이 모이는 공항이다. 역사적으로 제주 국제공항의 전신은 정뜨르 비행장이다. 정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태평양 전쟁을 대비하여 일본이 만든 일본 육군 서비행장이었다. 원래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비행장이었다.


2. 제주항(제주시 건입동)

© Gettyimagesbank

1927년 5월에 개항한 제주도 관광과 물류의 중심 항구이다. 공항이 생기기 전 육지나 일본으로 통하던 주요 항구였고 많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막대한 부를 통해 제주도인들의 기근을 해결한 조선 거상 김만덕 기념관이 주위에 있기도 하며 일제강점기 시절 제주도인들의 풍경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과 중국 각지로 강제 노동하다 돌아온 사람들, 태평양 전쟁 말기 유학 중에 학도병으로 징병돼 끌려갔다 돌아온 청년들은 해방을 기뻐하며 항구로 도착하지 않았을까.


3. 관덕정(제주시 관덕로 19)

© Image by kimsuna from Pixabay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제주 4.3과도 관련이 깊은 장소이다. 1947년 3월 1일 제주북 초등학교에서 3.1절 기념행사를 마치고 시위대는 관덕정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말을 탄 경관의 말발굽에 한 어린아이가 쓰러졌고 성난 군중은 경관을 따라갔다. 그때 응원 경찰을 포함한 경찰은 총을 발포했고 6명이 사망하면서 제주 4.3은 시작되었다. 또한 1949년 6월 8일 응원 경찰 등으로 이루어진 토벌대는 전날 사살한 무장대 사령관 이덕구의 주검을 십자가에 매달아 내걸었는데, 그 장소가 바로 관덕정이기도 했다.


4. 너븐숭이 4.3 기념관(제주시 조천읍 북촌3길 3)

© “너븐숭이 4.3기념관”, <비짓제주>

북촌 집단 학살 사건을 포함하여 제주 4.3에 대한 전시가 되어있는 장소이다. 1949년 1월 17일 무장대의 기습으로 2명의 군인이 숨지면서 4.3 최대의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이틀 남짓한 시간 동안 북촌 초등학교에서 100명가량을 대량 학살하고 주민들 수십 명을 인근 밭으로 끌고 나가 사살했다. 또한 빨갱이 가족을 색출한다며 죽인 결과 어린아이를 포함하여 400명가량이 희생되었다. 기념관에 들어가면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촛불과 함께 쓰여있고 ‘순이 삼촌’의 작가인 현기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현기영 작가는 4.3의 침묵을 깨고 소설 <순이 삼촌>을 써서 고문을 받아 가면서까지 세상에 4.3을 알리려고 노력한 인물이다. 기념관에서 야외로 나가면 현기영 작가의 문학비와 애기무덤, 학살터, 희생자 위령비 등이 있다.


5. 북촌마을 4.3길 코스(너븐숭이 4.3 기념관이 기점이자 종점)

© “제주의 아픔을 기억하다 <소설 ‘순이삼촌’을 따라가는 4.3 길>”, <비짓제주>

너븐숭이 4.3 기념관에 있는 안내서나 표지판에도 나와있는 코스이다. 너븐숭이 4.3 기념관에서 나와 북촌리 대학살의 흔적을 걸어볼 수 있다. 안내서 없이도 걷다 보면 중간중간 이정표와 리본이 있어서 여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대학살을 피해 사람들이 숨어 들어간 서우봉 일제 진지동굴부터 너븐숭이와 마찬가지로 군의 대학살이 일어났던 4.3 희생 터 당팟까지 총 10개의 장소가 있다. 바다가 넘실거리는 조용한 마을 속 숨어있던 슬픔에 함께 공감하며 걸어보는 건 어떨까?


6. 낙선동 4.3(제주시 조천읍 선흘서5길 13)

© “낙선동 4.3”, <비짓제주>

제주 4·3 사건의 진압 과정에서 형성된 대표적인 제주 4·3 전략촌이다. 전략촌 내 주민들은 신분을 보장하는 양민증을 발급받았다. 무장대의 공격을 차단할 목적으로 그야말로 고사리손까지 성담 쌓기에 총동원되었으며 밤낮으로 마을을 지키는 업무에 시달렸다. 정부군(토벌대)은 제주도민을 전략촌에 몰아넣고 무장대 토벌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전략촌 안에서도 고통을 겪었다. 1949년 4월 성이 완공되자 선흘리 주민들은 아주 작은 함바집을 짓고 집단적으로 살았는데 일종의 수용소나 마찬가지였고 식량난과 전염병에 시달렸다. 젊은 남성들은 6.25 전쟁에 동원되거나 다수 희생된 상태였고 모든 일은 16살 이상의 여성과 노약자의 몫이었다. 낙선동 4.3 유적지는 전략촌에서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7. 제주 4.3 평화공원(제주시 명림로 430)

© “제주 4.3평화공원”, <비짓제주>

제주 4.3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장소이다. 이곳에는 4.3 희생자들에 대한 참배를 진행하는 공간인 위령제단, 희생자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공간인 위패봉안실, 매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진행되는 위령 광장, 4.3 희생자 유해가 보관되어 있는 봉안관, 희생자의 성명과 성별, 당시 연령이 기록되어 있는 각명비원, 행방불명된 사람의 표석이 있다. 4.3 평화기념관에서는 기획 전시와 상설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상설전시는 6개 관과 특별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3의 진행 과정과 진상 규명 과정을 다양한 기록과 유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다랑쉬굴을 재현해 놓은 특별 전시관,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 조각상인 <비설>을 통해 4.3을 더 인상적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8. 도두봉(제주시 도두봉 산1)

© “도두봉”, <비짓제주>

제주 공항 바로 옆에 있는 경사가 완만한 오름이다. 오르는 길과 정상에서는 제주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이 보이고 해안 도로에서 차가 달리는 모습이 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이 오름에서는 바다도, 한라산도, 다른 여러 오름도 다 보인다. 역사적으로 이 오름에서는 1948년 5월 20일 토벌대가 도두리를 기습하여 무차별 체포한 주민과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사수동 출신 어부 5명 등 주민 10여 명이 학살당했다.


9. 다시 돌아온 제주 국제공항(제주시 공항로 2)

© “제주국제공항(정뜨르비행장)”, <비짓제주>

다시 제주 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는 드넓은 활주로 밑에 숨겨진 역사를 알아야 한다. 기존 정뜨르 비행장은 도두봉 가까이 있는 활주로 부근에 자그마한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이 전부였다. 그리고 4.3 당시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처형된 최대의 학살 터였다. <제주 4.3 연구소 소식지 2호>에 따르면 4.3 관련 자료에는 한림, 애월, 제주시 주민들을 산부대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정뜨르 비행장에 끌어다가 그들에게 구덩이를 파게 하고 그 앞에 몰아세워서는 기관총으로 사격을 가하여 집단학살 또는 생매장했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애월리 주민 80여 명, 이호리 및 인근 부락 주민 300여 명 외 무수한 양민들이 여기에서 집단 처형된 것이다. 희생자들의 유골은 아스팔트에 덮여 있다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남부 활주로 동서 쪽에서 있었던 유해 발굴 작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여기서는 385구의 유해를 발굴할 수 있었고 커다란 구덩이 속에서 조각난 뼈끼리 뒤엉킨 채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 마치며 - 돌아오는 4월 3일

4월 3일이 다가온다. 누군가에겐 그저 의미 없는 일상적인 하루일 뿐이겠지만 우리 역사에서 4월 3일은 중요한 날이다. 제주 4.3 사건은 오랜 기간 묻어온 역사다. 심지어는 요즘도 4.3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역사는 용기 내서 마주할 때부터 기억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간은 여러 방향으로 보아야 더 가치 있어지곤 한다. 슬프고 아픈 역사라고 자세히 알 필요 없다며 외면하기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매년 4월 3일에라도, 혹은 제주 국제공항에 착륙한 순간에라도 이유 없이 희생당한 사람들의 아픔을 기억해 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참고 자료>

1. 허영선,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파주: 서해문집, 2014.

2. “제주 4.3 사건”, <두산백과>, 2021. 03. 19(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41380&cid=40942&categoryId=31778, 2021. 03. 19)

3. 행정안전부(사회통합지원과),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국가법령정보센터>, 2021. 03. 19(http://www.law.go.kr/lsInfoP.do?lsiSeq=183580&efYd=20161130#0000, 2021. 03. 19)

4. “제주 4.3”, <비짓제주>, 2021. 03. 19(https://www.visitjeju.net/u/5Wg, 2021. 03. 19)

5. “정뜨르 비행장”,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2021. 03. 19(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625968&cid=51955&categoryId=55519, 2021. 03. 19)

6. “제주 제주항”, <문화원형백과>, 2021. 03. 19(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802616&cid=49359&categoryId=49359, 2021. 03. 19)

7. “제주 4.3 전략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2021. 03. 19(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627688&cid=51955&categoryId=55497, 2021. 03. 19)

8. “4.3평화공원”, <제주4.3평화재단>, 2021. 03. 19(https://jeju43peace.or.kr/kor/sub04_02_01.do, 2021. 03. 19)

9. “4.3평화기념관”, <제주4.3평화재단>, 2021. 03. 19(https://jeju43peace.or.kr/kor/sub05_02.do, 2021. 0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