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해마다 하는 결심

늘 새해마다 하는 결심

  • 364호
  • 기사입력 2017.01.25
  • 편집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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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독자들이 새해 여러 다짐을 했을 것이다. 금연, 절주, 운동, 규칙적인 생활 등 많은 항목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체중감량, 즉 다이어트다.

작년에는 획기적인 감량법이라며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일명 저탄고지)의 열풍이 불었었다. MBC 스페셜 <밥상, 상식을 뒤집다, 지방의 누명>을 통해서다. 방송에서는 ‘좋은 지방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며, 탄수화물 과다만 조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해외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를 통해 당뇨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은 시청자들의 환호로 이어졌다. 마트의 버터는 품귀현상을 보였고, 육류 소비는 급격히 증가했다. 체중감량에 매번 실패했던 이들에게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법은 ‘탄수화물만 빼고 먹고 싶을 때 마음 것 먹을 수 있는 자유’와 동시에 ‘지방 섭취에 따른 죄책감으로부터 해방’을 선사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의학계에서는 그에 반대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 5개의 의학회들은 공동으로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법에 대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당뇨환자는 저탄수화물 식이를 할 경우 심각한 저혈당을 경험할 수 있기에 의사와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게다가 의학적으로 동물성 지방을 장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는 고단백식이법과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지방도 함께 섭취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이런 육류소비를 과다하게 했을 때 소화기계통의 암, 특히 대장암의 발생률과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MBC 스페셜은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를 ‘우리가 몰랐던 진실’이라고 보도했을까? 사실 MBC 뿐 아니라 많은 방송 또는 언론도 이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곤 한다. 이는 언론의 속성을 알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첫째, 언론은 새로운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업(業)이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 덜먹고 운동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기에 보도꺼리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에 비해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법은 기존의 상식과 다른 것이기에 보도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둘째, 남들이 보도하기 전에 보도해야 정보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특종이다.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법을 주장하는 ‘소수’의 전문가가 있을 때 소개하는 것은 보도 가치가 높다. 반대로 그것이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경우에는 보도 가치가 낮다고 평가한다.

셋째, 해당 사실이 일정부분 가능성이 있다거나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검증 방법, 대표적으로 사례를 보여주는 정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매우 근거가 낮은 수준이다.

이런 언론의 속성 때문에 우리는 해마다 새로운 다이어트법을 언론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과거 한 가지 음식만 섭취하는 원푸드 다이어트(One food diet), 애킨스 다이어트(황제 다이어트, 고단백 식이),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Gluten free diet), 해독 주스(Detox juice) 등이 예다.

안타깝게도 이런 요법들이 체중감량에 더 효과적이란 증거는 없다. 이미 의학적인 연구를 통해 저지방 보통단백 다이어트, 저지방 고단백 다이어트, 고지방 보통단백 다이어트, 고지방 고단백 다이어트에 대한 연구는 이미 진행됐었는데, 모든 그룹에서 체중감량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정 성분만 배제하거나 강조하는 다이어트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체중 감량을 위한 모든 다이어트의 본질은 적은 열량을 섭취하면서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것이다. 각종 체중감량 다이어트법은 총 섭취 열량의 제한이 가장 중요하다. 열량원이 무엇인가는 그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굶는 것을 권장하지도 않는다. 일순간에는 체중이 감량하는 것 보이지만, 다시 체중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체중감량을 위한 만고불변의 진실은 ‘필요한 열량보다 적게 섭취하는 것’ 뿐이다. 운동도 중요하기는 하나, 체중감량만이 목적이라면 식단에 비해 중요도가 매우 떨어진다. 체중감량에 있어서 식단이 80%이라고 하면 운동은 20% 정도다. 또 단기간 약에 의존해서 하는 다이어트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일쑤다.

정말 새해에 체중감량을 작정했다면, 지금이라도 먹는 양을 3분에 2만 먹어라. 그렇게 하면 올 여름, 자신 있게 수영복을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