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왓슨, <br>의사를 대신할 수 있다?

인공지능 왓슨,
의사를 대신할 수 있다?

  • 368호
  • 기사입력 2017.04.03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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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최근 정부는 이런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을 사용하는 산업, 소위 4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물론 그 정책이 자격증을 주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발표에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중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미 길병원에서는 작년 12월에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해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은 몇 년 전부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활용해 왔고, 학회 등을 통해 그 효과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MD 앤더슨 암센터는 2014년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인공지능 왓슨을 활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왓슨이 표준치료법을 권고한 경우가 82.6%였고, 부정확한 치료를 권한 경우가 2.9%였다고 한다. 200명이란 숫자가 가지는 제한점과 부정확한 치료를 권한 경우가 거의 3%에 달하는 등 한계는 보였지만 이런 부분은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 의사의 한판 대결이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왓슨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쉽게 답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기술적인 한계와 현실적인 상황 등을 생각해보면 적어도 향후 30년 안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을 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어떤 문제를 줬을 때만 결과물을 내놓는 수준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로봇이나 영화 HER에 나오는 사만다와 같은 인공지능을 '강(強)' 인공지능이라고 하는데 2017년 실재에서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왓슨이나 알파고 같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판단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해답'을 찾는 것은 '약(弱)'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약(弱) 인공지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약(弱)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 최적의 치료법을 추천하는 것은 의사만큼, 아니 더 정교해진다면 어떤 측면에서는 의사보다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사 한 명이 한해 출간된 의학서적 중 2%만 읽으려고 해도 매일 21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의학 논문은 41초마다 하나씩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평생 새로운 지식을 따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시간의 제약 없이 정보를 흡수해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편견 없는 진단이 가능하다. 전립선암 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환자가 비뇨기과 의사를 방문하면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치료방사선과 의사를 찾아가면 방사선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은 의료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의학적으로 두 치료법의 장기적 결과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말이다.

최근에는 여러 병원들이 다학제진료로 이런 종류의 문제를 해결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권하는 치료법이 달라지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경우 어느 과의 치료법을 선호하지 않고 환자에게 장단점을 제시할 가능성이 많다.

작년 12월에 왓슨을 도입한 길병원을 필두로 부산대병원과 건양대병원이 왓슨 도입을 확정지은 상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장점들에 매료되어서 이들 병원들이 도입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왜 도입을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마케팅 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왓슨을 가지고 진료를 본다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돈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면 '마케팅 효과'에 더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길병원이 왓슨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후, 여러 매체들은 수십 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한다고 하면 수억에 달하는 광고 효과이다.

마케팅 효과를 통해 실제 암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도 여러 도입 이유 중 하나다. 더 나아가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들에서 치료받을 환자들도 역으로 빼 올 수 있다. 실제 길병원에는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을 암환자들 몇 명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정도의 이유로 왓슨을 유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왓슨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확고한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2014년 임상암학회에 MD 앤더슨이 200명 대상으로 발표한 이후, 인도 마니팔 병원에서 1,000여 명의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도 치료방법을 제시한 것이 완전치 않았다.

또 환자 정보를 별도의 컴퓨터를 활용해 왓슨에 입력해야하는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의료법에 따르면 원내에 서버가 있어야 한다. 최근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 허용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해외 서버에 저장은 여전히 불법이다. 길병원에서는 개인정보는 본원 서버에만 두고, 질병정보만 해외에 보낸다는 입장이지만 정확하게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IBM 왓슨을 도입하기 위해서 분명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비급여로 돈을 받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애초에 환자에게 더 유용한 '무엇'이 있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투자 대비 효용성을 입증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그나마 현재 활용 가능한 부분은 병원정보시스템(EMR)에 IBM 왓슨을 삽입해 의사의 결정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을 제안해주는 임상의사결정시스템(CDSS)과 유사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인다.

이렇듯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은 의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료 분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게 되고, 내비게이션이 도입된 후 길을 외우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인공지능을 진료에 활용하게 되면서 의사들도 컴퓨터의 지식 의존도가 높아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