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먹어도 되나?

살충제 달걀, 먹어도 되나?

  • 378호
  • 기사입력 2017.08.30
  • 취재 김규현 기자
  • 편집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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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올해 초 조류독감으로 식탁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알을 낳는 산란계가 집단 폐사함에 따라 계란 공급이 줄어들었고, 가격은 급격히 상승했다. 계란을 반드시 써야하는 제빵업계 및 요식업 등은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우는 소리를 했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 수입 계란으로 공급 안정화를 시도했다.

조류독감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살충제 달걀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살충제 달걀은 해외에서 논란이 시작됐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공급되고 있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그 때문에 달걀소비가 급감하고 대체 품목의 수요는 폭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도대체 달걀에 살충제 성분이 왜 검출되는 것일까? 좁은 닭장을 이용해 공장형 사육을 하다 보니 진드기 같은 해충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유럽은 닭진드기와 같은 해충 관리를 매우 철저하게 해왔다고 알려졌었다. 닭을 들여오기 전에 양계장을 소독하고, 필요하면 특수 장비를 사용해 남아있는 알까지 태워버린다. 케이지가 있는 양계장은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어 벌레를 없앤다.

하지만 좀 더 싸게 박멸할 방법을 찾다보니 살충제를 쓰게 된 것이다. 한 두 번은 들키지 않고 넘어갔으나, 결국 유통과정에서 달걀의 살충제 성분이 드러났다. 한 네덜란드의 업자가 여러 양계장에 살충제를 공급한 것이 밝혀졌고, 결국 해당 업체는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유럽의 살충제 달걀 문제가 한국으로 넘어오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뉴스를 접한 소비자들은 ‘우리 계란은 안전한 건가?’ 궁금해 하기 시작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회에 나와 ‘국내 유통되는 달걀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정부가 현재(2017년 8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는 총 52개며, 부적합한 계란으로 판정된 500만여 개를 압류하거나 폐기했다.

지금까지 국내 양계농가에서 살충제를 뿌려 진드기를 없애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일부는 고온 분사로 자주 청소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지만 아주 소수에 불가했다. 심지어 정부가 나서 살충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친환경농장에도 살충제를 공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위기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다. 좀 더 정확히는 사건 발생 초기에 부처 간 엇갈린 발표,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평생 2.6개씩 먹어도 된다’는 위해평가 결과를 내놓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과학적으로 봤을 때 위해평가 결과가 틀린 것은 아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만성적인 독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은 없으나 적어도 급성 독성은 크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런 내용보다 ‘앞으로 어떻게 달걀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유통할 것인가’하는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 축산물에 대한 인증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우리 소비자들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살충제 계란 사건의 본질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문제다. 산란계들은 A4용지만한 면적의 축사에서 날개도 펴지 못하고 산다. 알을 많이 낳게 하려고 밤에도 불을 켜 놓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진드기가 달라붙어도 떨쳐낼 수가 없다. 실제로 밀폐된 공간이 아닌, 방목하는 닭들은 진드기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동물복지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장형으로 생산하는 달걀을 없애자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자유롭게 방사해 놓은 닭이 낳은 달걀을 좀 더 가격을 매겨주자는 것이다. 이런 마음만으로도 먹거리 안전은 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