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중요한 ‘이해충돌’ 개념

  • 413호
  • 기사입력 2019.02.09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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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비뇨의학과전문의 양광모 교수


최근 국회의원 손혜원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 무소속) 덕분에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졌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이해충돌 또는 이해관계의 충돌은 공정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개인 또는 단체가 어떤 이익을 위해 행동 동기를 변질시킬 수 있을 때 발생한다. 우리는 충돌(Conflict)이라고 번역해 사용하고 있으나 이해(Interest)가 무관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논란이 됐던 손혜원 의원의 사건을 보자. 세간에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손 의원은 목포에 있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건축물 여럿을 구매했다고 한다. 구매한 사람은 손 의원을 포함해 배우자, 조카 그리고 보좌관 등이라고 한다. 최근 목포 일부가 문화제 거리로 선정되면서 이들이 차익을 얻게 됐다고 한다. 많은 동료 의원들은 손 의원이 평소에도 구입을 권하기도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손 의원은 이를 근거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충분히 논란은 될 수 있다. 국회의원은 일반인과는 다르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법제정의 권한이 있을 뿐 아니라, 손혜원 의원이 속한 상임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문화재청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런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순수한 마음에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그 주변의 이익과 국회의원이라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자(者)의 이해가 충돌한다. 이런 이해충돌은 동기(動機)를 보는 것이므로, 설령 집값이 떨어졌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해충돌은 연구에서도 매우 강조하고 있는 사안이다. 피험자를 대신해 연구계획서 및 동의서 등을 검토하는 기관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심의위원과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사람 간에 있을 수 있는 이해충돌 여부다.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연구자와 심사위원 사이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만약 있다면 심의에서 배제시킨다.


그뿐 아니라 연구결과 논문으로 제출할 때에도 누구에게 후원을 받았는지, 또 연구 주제와 연구자 사이에 어떤 이해충돌이 있는지 등을 먼저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새로운 장비를 사용하는 획기적인 수술법을 개발했다고 치자. 그 결과를 논문으로 출판할 때에는 나와 장비제조사 간에 어떤 이해가 있는지 없는지를 밝혀야 한다. 있다고 발표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사실을 명시함으로써 독자들이 감안해서 보고 또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적어도 연구분야에 정착된 것은 불과 십 수 년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도 일부 연구자들이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으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해충돌은 가장 기본적인 윤리적인 개념이 됐다. 한번이라도 그와 같은 실수를 한 연구자는 유명 저널에 게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정도다.


안타깝게도 정치판은 이해충돌의 개념을 이제야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공직자윤리법에 선언적으로 이해충돌에 대해 언급되어 있으나 아무도 신중히 보지 않았던 것이다. 소위 김영란 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이해충돌이 한 축으로 중요하게 들어갔어야 했는데, 국회를 거치면서 빠졌다. 게다가 아예 국회의원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도록 하는 통에 이번 사안의 엄중을 가리기도 힘들게 됐다.


비단 손혜원 의원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해충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라도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직간접적인 이득을 얻는 일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한다. 이미 정치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직자에 대한 윤리개념을 제대로 세우고, 어떤 일에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알려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성인군자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맞게 적어도 평균적인 윤리적 감수성은 가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수준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평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