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니 빠짐현상'에 대하여

  • 431호
  • 기사입력 2019.11.13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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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최치원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오후 진료를 시작하는데, 성대 여학생이 ‘선생님! 젤리 먹다 금니가 빠졌어요!’, ‘몇 달 전에도 젤리 먹다 빠졌는데..’하면서 가지고 온 금니(금인레이)를 내밀었다.


필자 역시 1개월 전 떡을 먹다 5년전 메꿔 놓았던 금니가 빠져 놀란 적이 있었던 터라 그 기분을 잘 안다. 돌을 씹은 줄 알고 음식물을 뱉어 찾아낸 반짝이는 금니…


비록 찰나의 시간이었겠지만 빠진 금니에 투영되면서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을 것이다.


한 명은 치과의사 선생님의 얼굴, 또 다른 한 명은 부모님의 얼굴.


이 두 명의 얼굴이 왜 떠올랐을까?


첫째, 치과에서 잘 못 만들어줘서 문제가 생겼다.. 치과의사선생님 탓을 하는 경우

둘째, 내가 젤리를 좋아해서.. 딱딱한 음식을 좋아해서.. 등 본인 탓을 하면서 부모님께 치료비 달라고 손 내밀 걱정에..


그러나 아쉽게도 둘 다 정답이 아니다.


치아에 장착된 금니가 빠지는 경우는 금니의 어느 부위에선가 생긴 틈(gap) 사이로 침이 새어 들어가(micro leakage) 접착제를 녹이니 금니가 헐거워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틈(gap)이 생기는 경우는 통상 두가지 정도이다.


먼저 복잡한 금니 제작과정 중에서 한 군데라도 문제가 있는 경우 금니에 변형이 발생하여 십중팔구는 미세누출(micro leakage)이 발생하면서 금니가 빠지는데 환자분이 치과의사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금니를 최종 장착 하기 이전에 반드시 환자분 치아에 직접 시적 해보는 예비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대부분 치과의사들은 이 과정에서 변형여부를 인지해내고 재제작을 통해 바로잡아 최종 장착을 하기때문에 미세틈(gap)으로 인한 금니의 탈락율은 매우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금니를 감싸고 있는 치아의 두께가 얇아, 다시 말해 금니를 잡아주는 치아벽이 얇아 금(crack)이 간 틈새로 침이 유입되어 금니가 탈락하게 되는 경우로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라야지 치과의사의 얼굴이 떠올랐다면 그 치과의사는 억울하기 그지없다.


치아에 금(crack)이 가는 경우는 치아의 씹는 면의 교두각(어금니의 씹는면이 매우 가파른 치아)의 불리한 해부학적 모양 또는 외상성 교합패턴(이갈이 등)을 가진 분들에게서 호발하는 것으로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발생적 현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세틈과 크랙의 결과가 '금니 빠짐현상'으로 동일하다 보니, 간혹 환자분과 치과의사 사이에 분쟁으로 비화되어 불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환자와 치과의사 간의 gap과 crack을 없애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하고 경청하시기를 소망해본다. 


참고로 치아크랙으로 확진이 되었다면,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항아리에 금(crack)이 가면 그 둘레를 철사줄로 꽁꽁 묶어 두시듯, 크랙이 발생한 치아 역시 테두리를 철사로 꽁꽁 묶는 역할로써 크라운치료(crown. 치아 전체를 씌우는 것을 의미)를 통해 해결하시고 마음 편히 젤리를 즐기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