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하다고 너무 걱정 말아요,
그대!

  • 394호
  • 기사입력 2018.05.02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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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양광모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빠지지 않는 새해 다짐으로 '다이어트'가 있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 살을 빼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살을 빼기도 한다. 실제로 의학적으로 본다면 '비만'은 당뇨병 및 고지혈증,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다. 그런데 어떤 상태를 비만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비만은 체지방이 과잉 축적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체지방(Body fatness)을 표현하는 체지방률(Body fat percent)이 정의에 맞는 이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체지방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기에 대다수가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대규모 연구로 증명된 지표도 아니라는 약점이 있다.

그에 비해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는 간단하고 많은 연구를 통해 역학적으로 증명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보통 BMI라고 부르는 이 지표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하지만 이 체질량지수는 체지방을 전적으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같은 지표라고 하더라도 복부비만인 사람하고 팔과 다리에 지방이 많은 사람을 구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과 질병위험 및 사망률 등에 대한 대규모 역학적인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있어 보편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체질량지수를 비만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비만기준은 체질량지수 30kg/m2이상으로, 이들 인구에서 만성질환 및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서양과 달리 아시아인들은 달리 기준을 잡아야한다는 주장이 2000년 초에 제기되었고, 현재 우리를 포함해 몇몇 국가들은 비만 기준을 체질량지수 25kg/m2로 잡고 있다. 이 기준으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는 32.9%로 남성은 37.7%, 여성은 23.3%다. 같은 기간 미국의 경우 전체 비만인구는 36%, 남성 34.3%, 여성 38.3%인 것에 비해 남성 비만이 우리가 더 많은 것으로 나온다. 통상적으로 미국 등 서양에서의 비만인구가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 기준이 낮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주장은 2004년 세계보건기구 자문단 권고에서도 볼 수 있다. 아시아인을 위한 적정 체질량지수 기준 등에 대해 검토해보니 현재 비만의 기준이 되는 체질량지수 25kg/m2는 너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시아인이 서양인에 비해 조금 더 낮은 체질량지수에서 질병위험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크지 않고, 인종별로 세분화해서 나누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체질량지수를 상향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연구들은 또 있다. 아시아인 114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체질량지수가 22.8kg/m2에서 27.5kg/m2 사이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 역시 25kg/m2 이상에서 명확히 높아지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도 체질량지수가 21.9kg/m2에서 27.9kg/m2 사이에서 가장 낮았다는 보고도 나왔다.

게다가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우울증에서도 체질량지수와 연관성이 있다. 현재 기준으로 과체중과 비만이라고 할 수 있는 체질량지수 25kg/m2부터 30kg/m2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낮았다고 한다.

이런 주장이 계속되자 일본은 체질량지수 정상기준을 남성 27.7kg/m2, 여성 26.1kg/m2로 바꿨다. 질병위험과 사망위험 등을 모두 고려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모든 의사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당뇨 유병률이 높은 현실에서 이런 주장이 자칫 잘못된 인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학적인 사실관계만 보자면 체질량지수로 따지는 현재의 비만 기준은 일부 부정확한 요인들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체질량지수 기준을 무시하거나, 비만을 합리화해서는 안된다. 오늘의 핵심은 운동과 적절한 식습관보다, 과도한 체중감량을 위해 노력하는 일부 사람들을 염려해 풀어놓은 이야기다. 과도하게 살을 빼기위해 무리하다보면 요요현상이 생기기 쉬우며 건강도 해친다. 약간 통통해도 질병발생 위험과 사망률이 높지 않다면 체중감량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줄일 수 있고, 오히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