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 노약자와 어린이들 주의 필요

  • 400호
  • 기사입력 2018.07.30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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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양광모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1907년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비공식 최고 기록인 40.4도가 경북 신령에서 나왔다. 7월 말 기준으로 40도가 넘은 지역이 벌써 3번째나 된다. 더워도 너무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무더위는 세계적 추세인가보다. 북아메리카, 유럽 등 전 세계가 폭염 뉴스로 시끄럽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48.9도, 캐나다 오타와는 47도, 알제리 사막지역은 51도라고 한다. 


전문가들이 꼽는 직접적인 원인은 지구 대기권을 덮고 있는 열돔(heat dome)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내륙의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각각 세력을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을 일찌감치 물렸기에 더위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올 장마는 6월 19일 제주도에서 시작해 남부 지방은 7월 9일, 중부지방은 11일에 끝났다. 다른 해에 장마가 한 달 정도 지속됐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올해는 유독 짧았다.


응급실도 덩달아 바빠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온열질환자가 전년도 동기간에 비해 1,043명으로 61% 폭증했다고 한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일컫는 말로써,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겪는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을 말한다. 옛날이야기지만 여름철 운동장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길어지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학생들이 나오곤 했는데, 이것이 바로 온열질환이다.


온열질환 중에서도 열탈진,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순으로 많았다고 한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리고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와 창백함이 동반된다. 열사병은 체온중추가 고장나 정상체온인 36도가 아닌 40도가 넘는 고열을 보이며, 의식을 잃을 수도 있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열경련은 근육이 경련을 보이는 것이고, 열실신은 어지럽고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것을 말한다.


이런 환자들이 전국 519개 응급실에서 관찰된 것만 천여 명이니 실제 병의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공사장과 같은 야외작업을 했고, 논이나 밭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경우도 상당수였다. 80%가 넘는 대부분은 야외 활동을 하다 더위를 먹었다. 발생 시간은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사망한 환자들이다. 올해 10명의 사망환자가 발생했는데 9명이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역에서 발생했다. 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중 어린이 두 명의 경우 안타깝게도 차안에 방치해 사망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환자들은 65세 이상의 노령자들이다. 대부분 농촌지역에서 밭일을 하다가 쓰러진 경우다. 이렇듯 폭염에 취약한 고령자와 어린이들은 일반 성인에 비해 체온조절기능이 약하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 노동자들도 온열질환에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더위를 피하는 것이다. 흘리는 땀이 많은 만큼 물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직사광선을 피해 그늘과 바람이 있는 곳이 좋고, 규칙적으로 휴식을 보장하는 것은 더욱 좋다.


만약 온열질환으로 의심되면 서둘러 119 구급대를 부르는 것이 좋다. 의식을 잃었을 경우에는 무조건 119를 불러야 하며, 의식이 있다면 시원한 장소에서 열을 식히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순서다. 만약 증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태풍과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해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내는 것은 단연 폭염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폭염은 법적으로 재난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적인 계절적 변화라 재난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는 하나 요즘과 같은 이상기온과 피해자 수를 감안했을 때 재난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조만간 정부는 재난안전법을 수정해 폭염도 재난으로 인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재난으로 인정되면 폭염 대비에 대한 예산배정과 피해 보상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나는 이런 무더위에는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에서 책을 읽는 것이 최고의 피서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원한 팥빙수와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여러분도 나름의 피서법을 찾아 이 무더위를 슬기롭게 극복하시기를 바란다.